강남발 재건축 시장 마포·서대문·목동으로 확산 가능성 우려
정부, “일단 지켜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
![]() | ||
강남 재건축 시장이 투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일 기준 3.3㎡당 4012만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보다 377만 원이나 높은 수치다.
지난 10월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개포주공 2단지, 개포주공 3단지, 가락시영, 신반포 1차) 4개 지구 평균 분양가는 3.3㎡당 3536만 원이다.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3.3㎡당 분양가는 4085만 원,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레미안블레스티지’의 3.3㎡당 분양가는 3705만 원이다. 국내 최대 재건축단지 가락시영의 ‘헬리오시티’ 3.3㎡당 분양가는 2535만 원으로 책정됐다. 신반포 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의 3.3㎡당 분양가는 3818만 원이다.
강남 개포주공1단지는 3.3㎡당 시세가 무려 8033만 원 에 달했다. 이주가 임박한 개포주공4단지는 7774만 원, 반포주공1단지는 7212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 시장은 집값과 청약경쟁률, 분양권 전매 건수 모두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분양가격이 9억 원이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출보증을 받지 못했는데도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100.6대 1로 당시 서울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대림 아크로리버뷰’는 지난 5일 평균 306대 1로 올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28가구 모집에 무려 8585명이 청약했다. 지난 6일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은 1621가구 모집에 3만 6017명이 몰려 올해 서울 분양 단지 중 가장 많은 청약 건수를 기록했다.
분양권은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3분의 1이 손바뀜이 일어나는 등 투기 세력도 횡행하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해 올해 전매제한이 풀린 강남4구 아파트 10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것을 보면 2782가구 중 880가구(32%)가 10개월 만에 분양권을 되팔았다. 이들 단지에 붙은 프리미엄은 178억 원으로 가구당 평균 2000만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긴 셈이다. 최근 전매제한이 풀린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는 분양가가 3.3㎡당 3760만 원이었으나 8000만~1억 5000만 원의 웃돈이 붙었다.
강남권은 아파트값 오름세가 단연 뚜렷했다. 4년 전과 비교해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5000만 원 오른데 비해 강남은 1억 5000여만 원, 서초는 1억 3000여만 원, 송파는 1억 1000여만 원 올라 차례대로 1~3위를 기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한 갈 데 없는 유동자금이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강남 재건축으로 몰리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 같은 강남 재건축 열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 ||
▲ 지난 8월 분양가격이 9억 원이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출보증을 받지 못했는데도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100.6대 1로 당시 서울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대림 아크로리버뷰’는 지난 5일 평균 306대 1로 올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28가구 모집에 무려 8585명이 청약했다. 지난 6일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은 1621가구 모집에 3만 6017명이 몰려 올해 서울 분양 단지 중 가장 많은 청약 건수를 기록했다. |
정부는 강남 재건축 과열은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추가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전체적인 부동산 규제보다 특정 지역에 국한한 맞춤형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발 재건축시장 열기가 마포, 서대문, 목동 등 강북권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06년 부동산 호황기 당시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에서 촉발했던 집값 상승 확산의 학습효과가 조만간 강북권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난 20~30년간 추이를 보면 부동산시장은 지역 확산의 법칙이란 게 있다”며 “이미 강남권에서 마포·서대문·목동·용산 동부이촌동·여의도 등 일부 강북 지역으로 투자의 중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 하반기 서울 부동산시장은 강남 재건축시장이 끌고 강북 재개발시장이 미는 상황으로 전개가 되고 있다”며 “당초 강남 재건축아파트에만 수요가 머물 것으로 봤는데 마포구, 서대문구, 성동구 등 일부 강북 지역까지 번지면서 분양가격이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5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마포구 망원1구역 재개발아파트 ‘마포한강 아이파크’는 올 들어 강북 최고 청약경쟁률인 55대 1을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마포구 일대는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을 통해서만 신규분양이 이뤄지는 곳으로 전체 분양물량 대비 일반분양 물량에 대한 비중이 적어 초과 공급 우려감은 높지 않다”며 “오히려 초과수요로 인해 공급물량이 부족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라고 전했다.
양천구, 용산구, 서대문구 등 강북 지역 부동산 시장도 호황이다.
양천은 지난 한 주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이 0.50% 상승했다.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일대의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수요에 따른 가격상승이 동반되고 있다. 최근 목동신시가지 5·7·9·10·14단지의 매매가격은 500만~7500만 원 가량 치솟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남발 상승 바람이 강북 지역으로 확산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올 상반기 들어서 압구정동과 개포동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아직까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진 않았다”며 “현 상황에선 정부 정책에 따라 확산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 ||
▲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지난 9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상가에 잠실주공 5단지 매물 안내판이 붙어 있다. |
정부는 강남 재건축 과열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과열 현상이 서울 강남지역 등 일부에서만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 현상은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다.
지난 10월 19일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강남 지역을 투기 과열지구로 설정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하지만 시장이 더욱 과열되면 여러 규제 방안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한발 물러서 시장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강남 재건축 시장을 ‘투기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도 “아직 부동산 과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며 뒷짐만 지고 있어 정부가 강남 집값 상승을 방관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총 25개 구 중 64%인 16개가 투기지역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투기지역은 기재부 장관이 주택매매가격이 물가나 전국 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곳 중에 지정할 수 있다. 전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 1.2%의 130%를 초과하는 지역이 우선 대상이다. 투기 지역으로 지정되면 6억 원 이상 주택은 은행권 대출 기준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에서 40%로 강화된다.
주택법령상 국토부 장관은 주택공급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거나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주택의 청약률이 10대 1을 넘는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서울, 수도권과 충청권은 주택 공급 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로부터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다. 그 외 지역은 1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하지만 국토부는 “11월부터 비수기에 접어들고 시장에 규제 시그널을 보냈기 때문에 과열이 멈출 것”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택지지구 등에 대한 주택 공급 물량을 제한하는 등 부동산과열 방지 대책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보니 큰 효과는 없었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적용하고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시장은 과열 초기상태”라며 “올 초에는 강남 재건축이 서울 부동산시장을 이끌었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강남 재건축이 끌고 강북 재개발이 미는 상황이다. 기반시설을 갖춘 신도시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미분양은 많은데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어 청약시장 과열현상을 보이는 대구나 부산, 세종시 등도 문제”라며 “이들 지역에 맞는 맞춤형 규제책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 모두 ‘후분양 활성화’나 ‘분양가 상한제’등을 도입해 시장과열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강화하자는 요구도 이어졌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분양시장에는 불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법적으로 단속권한이 없다고 한다. 합동점검이 불법전매 근절에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재정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시장이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데 지금 상황만 보고 섣불리 규제책을 내놨다 내년 초 다시 제도를 바꾸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며 “기존에 국토부가 실시한다던 불법전매 단속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우선 기존 규제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재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공공분양 아파트 전매제한의 경우 5년까지 늘려야 하며, 청약제도도 지금보다 강화해야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며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마다 1순위 청약자격 획득이 가능한 현재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 ||
▲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는 서울 강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국토부 한 고위 관계자는 10월 16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집값 상승이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규제할지, 구체적인 수준이나 내용을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0월 17일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은 서울 강남 지역 그것도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남의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부분이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인지 아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 문제와 관련, “경기 때문에 필요한 대책을 하지 않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이 차관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지 경기 활성화는 아니다”라며 “(부동산) 수급을 짚어보고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분양하고 입주할 때까지 2년 반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현재 상황을 가지고 한다면 2년 반 뒤에 공급 부족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부동산 과열 현상에 대해서는 “강남의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부분이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현재 상황은 점검을 좀 더 해봐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외과적 수술과 같은 맞춤형 정책 옵션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남 지역 집값 상승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지만 그 것 때문에 부동산 대책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 불평등과 분배 부분에 있어서는 당연히 그와 관계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부의 불평등 문제로 부동산 정책 추진한다는 건 정책의 목적과 수단에 맞지 않다”고 못 박았다.
국토교통부도 서울 강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국토부 한 고위 관계자는 10월 16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집값 상승이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규제할지, 구체적인 수준이나 내용을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남 재건축은 잠원동(아파트)과 방배동(단독주택 지구) 한 곳씩이 남아있는 상태인데 이 사업도 해를 넘길 수 있는 데다 지방은 오히려 청약률 제로인 곳도 있는 상황이다. 아직 투기 과열이 확산할 단계는 아니다”고 짚었다.
![]() | ||
▲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택지지구 등에 대한 주택 공급 물량을 제한하는 등 부동산과열 방지 대책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보니 큰 효과는 없었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 무지개아파트. |
이어 “집값이 꺾여 투기 과열이 확산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굳이 규제 정책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며 “투기 과열이 확산하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겠다. 만약 그런 모습이 보이면 그때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모습에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마저 활기가 죽으면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는 걱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부동산 정책이라는 게 효과를 내려면 시장이 예측 가능한 일관된 정책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사진_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