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북한체제, 반문명적·반인륜적…지속 불가능”
대북전문가 “북한 체제 위기론 판단은 섣부른 위험”
북한이 또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0월 20일 중거리탄도탄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 결과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향한 집착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안보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발사 시점을 앞당기면서까지 무수단 성공을 향한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어 조만간 또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전 7시쯤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비행장 인근에서 불상 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발사 직후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합참은 “발사에 실패한 미사일은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되며 지난 10월 15일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행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5일 만에 또 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데 대해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0월 17일 채택된 안보리 언론성명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감행된 이번 도발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여실히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거듭된 도발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만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합참은 지난 10월 15일에 이어 이날도 미국보다 발표가 늦어 ‘우리 대북 군사 정보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미 전략사령부는 우리 합참 발표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지난 10월 15일 같은 장소에서 7차 발사를 시도했지만 발사 직후 실패했다. 이후 닷새만이다. 그동안의 발사 패턴에 비춰보더라도 극히 빠른 시간 안에 재발사 시도가 이뤄졌다. 북한은 그동안 실패 뒤 재발사까지 최소 2주 가량의 간격을 둬왔다.
북한은 지난 4월15일 무수단의 1차 발사에 실패한 이후 13일 만인 4월 28일 2~3차 발사를 시도했다. 약 한 달 만인 5월 31일에 4차 발사를 시도했으며, 그 뒤로 21일 만인 6월 22일에 5~6차 연속 발사를 시도한 바 있다. 평균 2~3주에 한 번 꼴로 무수단을 발사한 셈이다. 때문에 북한이 실패에 대한 분석 과정을 거쳐 조만간 또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는 평가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발사 패턴을 봤을 때 북한이 곧 무수단 미사일의 추가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왔다.
군 관계자는 전날 “북한이 첫 무수단 발사에 실패한 직후 군에서 판단하기로는 문제점을 개선해 다시 발사를 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우리 판단과 다르게 상당히 빠른 템포로 추가 발사를 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조만간 추가 발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군은 앞선 6차 발사(6월 22일)만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 북한은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을 발사해 1413.6㎞까지 고도를 끌어올렸고 400㎞를 비행시켰다.
북한은 앞선 7차 발사 때부터 그동안 발사지역인 강원도 원산 일대가 아닌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을 발사 장소로 택했다. 구성시는 원산으로부터 북서쪽으로 200㎞ 가량 내륙으로 들어간 곳이다. 무수단의 사거리를 늘리면서 고각발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내륙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무수단은 길이 12m, 직경 1.5m, 탑재 중량 1만 2,000㎏, 탄두 중량 650㎏으로 미국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000㎞의 중거리탄도탄미사일(IRBM)이다. 북한이 구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SS-N-6)미사일을 모방·개량해 무수단 미사일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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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지난 10월 15일 같은 장소에서 7차 발사를 시도했지만 발사 직후 실패했다. 이후 닷새 만에 북한은 또 다시 무수단을 발사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
실제로 이날은 한·미 외교 안보 수장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마친 날이다. 한·미는 10월 1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측면이었다. 북한이 이를 겨냥해 미사일 도발로 한미에 대한 무력시위를 시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터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의 핵우산·재래식 타격능력·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국방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를 순환배치 하기로 합의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의 미 국방부청사인 펜타곤에서 열린 제48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동안 미국은 그동안 확장억제의 일환으로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식을 취해왔지만 북한은 아랑곳 하지 않고 5차 핵실험에 이어 거듭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확장억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한미가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순환 배치를 합의한 것은 전술핵 재배치 등에 대한 요구를 누그러뜨리면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확장억제 실행 중 하나로 풀인 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오늘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며 “한·미가 제시한 자신들의 압박수단에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준 일종의 북한의 시위라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경호문제에 상당히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턱밑을 겨냥할 수 있는 무수단의 성공발사가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변에 대한 불안 증세가 커져 폭발물과 독극물 탐지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등 주변 경호가 강화됐다”며 “또 북한 정보기관에 자신에 대한 '참수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을 중점적으로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한미 군당국 정찰자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를 통한 기습적인 발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위한 30여대의 TEL을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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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무수단 발사를 서두른 배경에는 김정은 정권의 조급증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신변에 대한 불안 증세가 커져 폭발물과 독극물 탐지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등 주변 경호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미사일 개발에 있어 자신들만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정치적 명분이 개입한 이른바 ‘전략적 도발’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국정원은 지난 10월 19일 국정감사에서 북한 내부 엘리트층과 주민 모두의 불만이 크다고 강조했다. 엘리트층의 경우 계속되는 폭정으로 충성심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국내 입국 탈북민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며 “김정은 집권 5년간 전대미문의 폭정, 결속 약화, 민심 이반 심화, 정권 불안정성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리는 한계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부 사례를 섣불리 일반화해 북한 체제가 불안정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1990년대 후반의 대량 탈북과 같은 흐름은 없다”며 “첩보 수준의 북한 내부 동향만을 갖고 체제 균열로 보는 것은 현재 상황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북한 흐름을 조금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엘리트층의 숙청은 권력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고, 주민들의 경우 김정은이 무리하게 공사판을 벌려놓은 가운데 수해가 겹치면서 어려움이 커진 것”이라며 “지금 북한이 모든 역량을 수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수해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경우 김정은에 대한 북한 내부 지지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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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민구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
박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15일에 이어 오늘 또 다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했고, 미 본토 공격을 위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엔진 시험 등을 운운하면서 추가적인 핵실험을 계획한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한·미 양국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언제든지 김정은 정권의 도발과 어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층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한 모든 준비와 대비를 빈틈없이 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동맹의 대북억제 역량을 더욱 가시적이고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행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_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