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대표 “리더십 실종…제7공화국 열어야 할 때”
민주당 탈당, 제3지대 구상할 듯…‘손학규-안철수 연대’ 시동거나
손학규가 돌아왔다. 지난 2014년 치러진 7·30 보궐선거 낙선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20일 정계 복귀를 선언한 것. 그동안 전남 강진 토굴에서 머물러왔던 손 전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정계복귀 권유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20일 “강진의 사랑을 받고 산 저 손학규가 강진에서 일으킨 다산의 개혁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며 정계복귀를 시사했고 한 달 뒤 정계복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계 복귀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함에 따라 손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한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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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단상에 서고 있다. 이날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2년 2개월간 머물렀던 전남 강진 토담집을 떠났다. 토담집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뒤 자신이 기르던 진돗개 2마리에게 마지막으로 밥을 줬다. 그는 “내가 간다고 하니까 어제부터 (순덕이와 해피가)밥을 안 먹는다”며 진돗개들을 쓰다듬었다. 이어 짐을 챙겨 나온 손 전 대표는 아쉬운 듯 장작을 쌓아둔 창고를 열어보고, 휴대전화로 만덕산과 강진만을 사진으로 찍었다.
내려오는 길 강진에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 “다산 정약용의 자취를 느끼려 강진에 머물렀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차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년 동안 이곳 만덕산 기슭에서 잘 지냈고, 이제는 만덕산이 가라고 한다. 내려가야죠”라며 “강진군민과 배웅해주러 나오신 분들께 대단히 감사하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0월 20일 오후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19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라며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 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성장 엔진이 꺼져있다”라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주도형 대기업중심 경제구조가 혁신 없이 50년 동안 지속되면서 산업화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문제, 가계부채 문제들이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할 때다.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고 민주당 탈당의사를 밝혔다.
또 “내가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질곡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세계사에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만 남기고 모든 것을 내려 놓겠다”고 밝혔다.
2002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대선 잠룡 반열에 올랐던 손 전 대표는 17대 대선을 9개월여 앞둔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정동영 상임고문에 패했다. 이어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나섰지만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에 그쳐 탈락했다. 이처럼 2차례 대권 도전에서 본선에 오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셨던 손 전 대표는 9년7개월여 만에 다시 당을 떠나면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셈이다.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와 탈당에 국민의당은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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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19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라며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장관, 도지사, 의원을 지내며 항상 뛰어난 업적을 이룬 손 전 대표의 합리적인 정치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장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낡은 제조업 경쟁력은 무너지고 내수는 침체되고 가계부채는 터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기존의 낡은 양당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아닌 절망만을 안겨드렸고 이제 국민들은 정권교체, 더 나아가 정치교체를 바라는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 전 대표의 복귀는 답답한 기득권 정치에 절망한 국민들을 위한 신선한 가을바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선언을 환영한다. 야권 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는 야권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당은 창당 직후부터 손 전 고문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와 동시에 탈당을 선언하자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정계복귀를 하신 뒤 당과 함께 정권교체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했다”며 “큰 틀에서 당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손 전 대표가 제7공화국을 열겠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동의한다”며 “지금 이 상황이 정치가 부재한 시대에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시대에 맞지 않는 87년 체제, 대통령 중심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권력이 집중해 나머지 권력을 창출하는 데 소외 됐던 세력들이 전체적으로 도외시되니까 이런 문제가 야기된다”며 “손 전 지사가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당적을 갖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 이어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남은 카드는 무소속 상태로 제3지대에 머무르는 것과 국민의당과 손잡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손 전 대표는 제3지대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 정운찬 전 총리 등 중도적 인사들과 힘을 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종국적으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관심사로 떠오른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만큼, 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제3지대 대표 격으로 나서고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며 단일화를 하는 것이다. 이른바 ‘손-안 연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여야가 극도의 국민불신에 빠져 있다”며 “여권은 최순실 게이트에, 문 전 대표 등 민주당은 송민순 회고록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기에 어느 때보다 중도세력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중도 성향의 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손잡을 경우 파괴력은 생각 외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겐 이번 손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의사는 호재다. 야권 주자 경쟁에서 문 전 대표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대선 후보 지지율도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번 파문은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진실을 밝히라”며 직접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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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8월 의기투합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대통령과 총리를 나누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다만 69세인 손 전 대표의 나이를 감안하면 ‘손 대통령-안 총리’ 카드가 이른바 ‘손-안 연대’의 핵심 골자란 이야기다. |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8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당 운영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했고 이에 손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자며 화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손 전 대표 측근에 따르면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와 함께 발간한 저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에서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철수 의원이 만남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며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고 적었다.
손 전 대표는 또 “‘안 의원에게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거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저서에서 밝혔다.
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8월 의기투합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대통령과 총리를 나누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다만 69세인 손 전 대표의 나이를 감안하면 ‘손 대통령-안 총리’ 카드가 이른바 ‘손-안 연대’의 핵심 골자란 이야기다.
두 사람의 8월 대화에 이어 손 전 대표가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하자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결합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보고 있다. 손 전 대표가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자”고 말했다는 점에 시사점이 있다.
손 전 대표가 먼저 대통령이 되고 안 전 대표가 차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언급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 손 전 대표가 당선되면 안 전 대표는 국무총리 등 주요 요직을 맡고, 그 다음 대선에 안 전 대표가 집권하는 방안이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란 해석이다. 지금처럼 여야가 극한 대립 속에서 정치 불신이 커지면 중도층의 표심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 등 제3지대로 향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친박 세력, 민주당의 친문 세력이 패권적 행태를 보일 경우 내년 대선에서 손학규 대통령-안철수 총리 카드가 더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친박 세력, 민주당의 친문 세력이 패권적 행태를 보일 경우 내년 대선에서 손학규 대통령-안철수 총리 카드가 더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 역시 20일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소식에 “이제 정계복귀하면 아마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국가가 위기상황인데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지지자들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가 호남에서만 2년을 칩거했던 만큼 ‘새판짜기’에 대한 바람몰이 차원에서 호남 외 지역들은 방문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역임해 현재까지도 손학규계가 서울, 수도권 등지에 퍼져있는 만큼 이들을 다시 모아 세력화를 꾀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서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전격 탈당 선언을 함에 따라 당내 측근 의원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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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는 20일 기자회견 직전 강창일·강훈식·고용진·김병욱·박찬대·양승조·이종걸·이찬열·전혜숙·정춘숙·조정식 의원 등과 만나 “당내 의원들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손 전 대표는 가까운 의원들의) 동조탈당은 원치 않았다. 대의 측면에서 도와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손학규계 의원들 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박영선 의원 등 비문재인계 의원들도 당장 탈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문계가 당내에서 손 전 대표를 외곽 지원하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전날 손학규 전 고문이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를 위해 당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다”며 “손학규 전 고문을 도울 때가 된 것 같다. 처음처럼 함께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오늘 당적을 떠나 손학규 전 대표와 함께 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 삶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나는 손학규 전 대표가 공천을 줘서 (당에) 온 사람이다. 손 전 대표 때문에 3선까지 했다. 내가 여기에 남아서 뭐 하겠나. 대표님 있는 곳으로 가야지”라며 탈당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이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나를 진심으로 도우려면 당에 남아야 한다. 제7공화국을 만들고 나라의 새판을 짜는데 당내에서 나를 도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하겠나. 탈당하지 말길 진심으로 원한다”며 탈당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계 의원들이 향후 손 전 대표를 도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치적 도의상 계속 돕겠다는 의견 속에서도 이제 같은 당이 아닌 만큼 해당행위를 하면서 돕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한 재선의원은 “당 밖에 있어도 정치적 의리를 계속 지킬 것”이라며 “손 전 대표의 앞날에 도움을 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뭐 판을 바꿀만한 인물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 주자 중에서도 좋은 분들이 많다”고 언급, 향후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손 전 대표가 정성을 다해 정치적 생명을 함께한 분이 몇 명 있다”며 “당에서도 의리파다, 충직파다 이런 구태의연한 말을 꺼내기도 전에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고 이찬열 의원 외 추가 탈당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면서 그는 “(손 전 대표가) 그런 분들에게 사실 당은 떠나지 말고 당 안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 부탁을 하시고, 탈당하는 것이 순서도 아니고 시간도 아니고 길도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는데도 (손학규계 의원들은) 강력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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