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존엄사’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숱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김 할머니가 10일 끝내 숨을 거뒀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해 6월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떼어 낸 후 김 할머니가 당장 임종을 맞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는 품격있는 죽음에 대한 진지한 논의 대신 ‘연명치료 무용론’ 등의 또 다른 논란에 휩싸여 본질이 흐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환자 등의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환자의 사망 여부를 따지기보다 연명치료 중단 절차 자체에 존엄사의 진정한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입어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은 사회 각층의 여론을 수렴,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나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명치료 중단지침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놓았다.
나름대로 김 할머니에서 비롯된 연명치료 중단 논란이 우리 사회에 연명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지는 긍정적 성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연명치료를 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법률을 만들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의 연명치료 중단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앞으로 연명치료 중단 시행과정에서 환자 가족과 의료진의 마찰 등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제는 의료현장에서 이번 지침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성숙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할머니의 죽음이 엄격한 의미의 존엄사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이번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