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 사장단 내정 인사의 키워드는 단연 ‘이재용’이다. 삼성家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이자 외아들이다. 그에게 맡겨진 직책은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삼성측은 이 부사장이 “내부사업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글로벌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OO는 인사부터 대형 투자까지 챙길 수 있다. 각 부문의 책임자는 맡은 부문의 실적 등에 연연해야 하지만, COO는 사실상 ‘리베로’처럼 활동하며 경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최고경영자(CEO)’가 맡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이 부사장은 최지성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사장의 라인 - 삼성그룹 인사 관전 포인트
삼성그룹은 노장들이 물러난 자리에 ‘젊은 피’들을 대거 수혈해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를 예고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의 인사들이 50대다. 승진자도 지난해보다 늘어 ‘선수 교체’의 폭이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의 원톱 CEO로 결정된 최지성 사장은 이재용 부사장과 손발이 척척 맞는 인물이다. 최 사장은 지난 2006년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부터 이재용 부사장과 해외 전시행사에 동행하는 등 지근에서 챙기면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에서 최 사장은 매년 사장단 인사 때마다 ‘3세 오너 경영 시대’의 핵심 인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최도석 부회장도 이재용 부사장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총괄을 맡아 ‘삼성의 금고지기’로 불리면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게다가 최 부회장은 이재용 부사장과도 손발이 맞는다는 평가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시절 이재용 부사장과 중대한 경영현안이 있을 때마다 긴밀히 의논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훈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3세 오너 경영을 염두에 둔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그룹장,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의 굵직한 사업현안을 무리 없이 조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이재용 부사장이 새로 맡은 업무인 계열사 간 투자중복 해소 등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내정된 윤주화 사장도 이재용 부사장과 ‘핫라인’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의 위기관리 강화와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젊은 피 수혈하는 삼성, 신진 세력들 급부상

이외에 다른 계열사에선 ▲삼성생명의 곽상용 법인영업 본부장과 한종윤 상품고객실장 ▲삼성전기의 이종혁 경영지원실장과 최치준 LCR(칩부품)사업부장 ▲삼성물산의 김창수 기계플랜트본부장과 김신 경영기획실장 ▲삼성중공업의 이현용 조선·해양영업실장과 박주원 미국법인장 ▲제일기획의 최인아 제작본부장과 임대기 커뮤니케이션팀장 등이 부사장 승진의 영예를 안아 삼성그룹의 서열지도를 새로 짰다.
또 삼성SDI, 삼성코닝정밀, 삼성테크윈, 삼성증권, 삼성엔지니어링, 에스원, 삼성라이온즈,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 삼성의료원 등도 부사장 승진자 1명씩을 배출했다.
고참 CEO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상대(62)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으로, 김징완(63)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뺀 부회장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의 신사업추진팀을 맡았던 임형규 사장은 퇴임했다.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종합기술원장)과 삼성투신운용 강재영 사장은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본 본사 이창렬 사장은 삼성사회봉사단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경영권 승계의 서막 ‘이재용’, 그는 과연 누구인가

고 이병철 선대 회장 탄생 100주년 앞둔 정지작업

이 전 회장의 거취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이 부사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시기와 모양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번 삼성 인사는 오는 2월12일, 고 이병철 선대 회장 탄생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3세대 오너 경영시대’의 개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계도 언론도 눈감고 귀막는 거대공룡 삼성의 움직임에 대한민국이 술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