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딸·호남 며느리, 추미애 야권 대통합 이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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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딸·호남 며느리, 추미애 야권 대통합 이루나
  • 김옥경 차장
  • 승인 2016.10.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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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정치부침으로 단련된 5선 여성 정치인

내년 대선 승리라는 막중한 책임 짊어져
이해찬·김민석 영입 등 야권 통합 시동 걸어

대구에서 2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북 정읍 출신의 호남인과 결혼했다.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추 대표를 영입할 당시 ‘호남 사람인 제가 대구 며느리를 얻었습니다’라고 소개했고, 이후 추 대표는 대구의 딸이자 호남 며느리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 유세단장으로 활동할 당시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되어 돌아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10년 만의 정권재창출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두 어깨에 짊어진 추 대표의 향후 족적이 자못 궁금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8월 27일은 운명과도 같은 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처음 정계에 입문한 날이 8월 27일이고,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날도 8월 27일이기 때문이다.
1995년 광주고등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중 새정치국민회의 당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듬해인 1996년 서울 광진구을 지역구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삶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파란만장한 정치굴곡과 부침을 겪었고, 마침내 야권의 맹주로 우뚝 섰다.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최초로 지역구 5선이라는 전무한 기록을 세웠고, 통칭 민주당 최초로 대구·경북 출신의 당대표가 되었다. 이외에도 ‘최초의 여성 부대변인’ ‘최초의 판사 출신 야당 정치인’ 등 대한민국 헌정 사상 수많은 최초의 족적을 남기며 혁신의 길을 걸어간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27일로 더민주의 당대표로 출범한 지 한 달을 넘겼다. 당선 당시 친노·친문세력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들도 있었으나 현재로서는 기우에 그치고 있다.
‘추다르크 2.0 노선’으로 명명되는 유연한 실용주의를 채택한 추 대표는 ‘민생’과 ‘통합’이라는 양대 키워드를 내세우며 당의 외연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당직인선에서도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가 하면,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당론으로 공약한 반대가 아닌 전략적 모호성을 취함으로써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추 대표가 신중하게 고려하는 대목은 내년 대선의 승리와 정권재창출이라는 대목일 것이다.

야권 대통합, 대선 승리 위한 지름길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9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안전 비상대책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추미애 의원은 최근 경북 경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 피해와 관련, “대통령과 정부는 무능한 지진대비에 대해 국민에게 즉각 사과하라”고 말했다.
지난 9월 18일 추 대표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의 통합을 선언했다. 이로써 더민주는 2년 6개월 만에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되찾게 되었다. 아직은 여러 절차상 ‘더민주’라는 약칭을 더 사용해야 하지만 사실상 창당 61년이라는 전통과 역사의 민주당 당명은 확보한 것이다. 더민주 내에서는 이를 원외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얻은 가장 큰 성과로 보고 있다.
추 대표는 “원외민주당과의 통합은 소통합”이라며 향후 야권 대통합을 시사, 국민의당을 향한 통합 공세에 나섰다. 그는 “정치가 생물이라 했듯 더민주가 울타리를 넓게 치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능한 정부를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은 통합”이라며 “조각난 국민의 통합이고 흩어진 민주세력의 통합”이라고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지난 1955년 9월 18일 신익희 선생 등이 창당한 민주당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정당 간 이합집산이 거듭되다 1991년 9월 신민당과 민주당이 합당,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후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김대중 정부 시절 여당이 되면서 새천년민주당으로 확대개편 되었고, 약칭으로 ‘민주당’을 사용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새정치민주연합 등의 이름을 거치면서 현재의 더불어민주당까지 오게 되었고, 이때 원외에서 김민석 대표의 민주당이 당명을 선점하고 있어 약칭으로 ‘민주당’을 쓰지 못하고 ‘더민주’로 불리게 되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 산실로 소나무 같은 느낌을 주는 당명이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이런 당명을 우리가 회복했다는 의미가 된다”며 “저 혼자 추진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의 고견을 듣고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더불어 이번 통합으로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오게 된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추 대표의 성과 중 하나라면 하나다. 추 대표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의 대통합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추 대표는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원’으로 얽힌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화해에 나선 것도, 지난 4·13 총선에서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 대한 복당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 것도, 취임 직후 지도부 전체를 이끌고 정치적 대척점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것도 이런 맥락인 셈이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19일 무소속 이해찬 의원 복당 결정과 관련, “(이 의원이) 울타리를 넓게 치는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며 이 의원의 복당 이후 활동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분은 역할을 맡기지 않아도 알아서 너무나 잘하실 것 같은데 꼭 이야기해야 하나. 두고 보자”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최고위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분열과 분열을 거듭해 우리 야권의 세력들이 약해졌는데 이제 추미애 표 통합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작은 통합으로 시작해서 큰 통합으로 이뤄질 때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이 수권정당, 정권교체의 희망을 높이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원하겠다”고 이 의원 복당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선 경선의 공정한 관리, 시금석 될 듯

   
▲ 9월 20일 오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북 경주시 지진 피해 현장 방문을 위해 KTX를 이용, 피해 현장으로 이동중 객차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경주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원전 피해 주민들을 만났다.

‘오로지 민생’이라는 일성대로 민생경제 분야에 올인하는가 하면, 한진해운 사태와 유래 없던 지진으로 국가경제와 국민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점 등은 수권정당의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했다가 당내 거센 반발에 휘말린 것은 아무리 화해와 통합을 명분으로 한다고 해도 비난을 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추 대표의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년 남짓 남은 내년 대선을 위한 기틀을 얼마나 잘 다지느냐가 승리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먼저 대선 경선의 공정한 관리부터 시작이다. 공정한 경선 룰에 대한 비문 주자들의 불안한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잠룡들이 승복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그 첫 번째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일부 주자들의 이탈로 경선 흥행이 실패하거나 공정성 논란이 본격 불거진다면 정권교체 가도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제3지대론이 유력해 보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끌어안는 문제가 추 대표로선 무거운 숙제로 꼽힌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로 얼어붙은 정국을 해빙시키면서 우상호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정기국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도 추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그를 예방한 추 대표에게 “너무 여당을 이기려고만 하면 맨날 싸움이 되니까 따질 것은 따지지만 겨룰 때는 겨루고 도울 때는 도와주고 이렇게 하라”라고 조언했다는 후담이다.
추 대표는 예방을 마친 후 가진 기자감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김 전 총리가) 나라가 잘 되려면 야당이 잘 이끌어가야 된다. 야당에 대한 역할과 기대가 크다는 말씀을 주셨다”며 “우리나라의 통합을 위해 DJP 연합정권을 창출했다. 당신께서 제주에 귤나무를 심어 제주에 희망을 준 것처럼 민생의 귤나무를 심는 그런 희망적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경미 더민주 대변인은 “(김 전 총리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여성이니까 정치권의 여성 두 분이 쌍벽을 이루게 됐는데, 희망을 가지고 잘 다독거리면서 국가를 이끌어 달라. 어쨌든 여성이니만큼 편안히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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