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후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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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후 폭풍
  • 글 / 편집부
  • 승인 200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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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경기침체, 이제 40대도 위험하다
또 다시 불어오는 '실업파동', 40대 실업자 비중 상승곡선 예고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또 한차례의 '실업파동'이 예고되고 있다. 'IMF 때보다 더 심각(71.0%)'하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20~30대 청년 실업난은 물론 한국사회의 '샌드위치 세대'로 불리는 40대들은 이번에도 위험수위에 올라와 있다. 각 헤드헌팅 업체들에는 구직자들의 이력서가 쌓이고 있으며 직장마다 '자리보전'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감돌고 있다. 40대는 노년기 우려사항으로 '생계 유지가 어려운 점'을 61.2%로 들 정도로 현재 경기불황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이런 불황은 곧 40대들의 실업파동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40대들의 생존경쟁, 40대 주부 구직자 81%증가
고용불황 속에 일자리를 찾아 나선 주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2년새 취업전선으로 뛰어드는 주부가 81%나 증가했다. 특히, 40~50대에서 주부 구직자가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이는 남편이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거나 또 언제 그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그리고 사업악화 등의 요인으로 가정경제의 축이 '가장 중심'인 1인체제에서 '부부 공동체제'로 변모되었다는 것이다. 상시 구조조정체제로 들어간 기업 내부에서 칼바람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세대는 40대 후반들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달려온 '회사 인간'의 마지막 세대로 각 기업의 중견 간부층에 포진해 있는 우리 경제의 주력이다. 하지만 IMF 이후 50대들이 대거 조직을 떠난 상황에서 조직 중·상층부에 두껍게 깔려 있는 이들은 구주조정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번의 실업 파동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베이비붐 실업 예고편'이라는 점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6·25전쟁 이후 급증한 출산율로 인해 인구 폭발을 몰고 온 특정 연령층을 가리키는 인구학적 용어이다.
통계청의 인구 추산으로 현재 558만여 명의 머리수를 가진 집단으로 전에 인구의 12%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인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강대 박상태 교수(사회학과)는 "베이비붐 세대들로부터 입시 지옥과 과외문제가 비롯됐다"며 "이들이 사회에 지나친 긴장감을 유발했지만 이들이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았으면 고도 성장이 지속될 수도 없었을 것" 이라고 베이비붐 세대들의 공과를 말하기도 했다. 요컨데 이들 베이비붐 세대의 코앞으로 몰려온 실업 파동은 이들에게는 또 한번의 '생존 경쟁'을 예고하고 있으며, 각 조직에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이 실업 대열에 진입할 경우 본격적인 실업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요즘 보험사 중견간부들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고 한다. 현재 보험업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 감원바람은 은행과 증권가에도 불고 있다. 모증권 김 부장은 "81년 입사한 고참 부장 중 이사 승진 재수생들까지 봐준다는 등 구체적인 인력 감축 기준이 나돌고 있다"며 "초임 임원들이 자기 자리를 치고 올까봐 고참 부장들을 거느리기를 꺼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은 이미 '능력 없고 백 없는' 40대들이 살아 남기 힘든 인력 구조로 급속히 바뀌어가고 있다. 한때 명퇴를 실시한 평화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40대 중·후반의 간부들이 명퇴 신청자들의 주류를 이뤘다고 한다. 40대 초반인 모은행의 한 중견 간부는 "큰 대가 없이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몇년전 감원 바람을 겪으며 어영부영 살 수 없는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으로 직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인력구조 형성
은행들의 경우 조직의 중추를 담당했던 40대가 급격히 퇴장함으로써 인력구조가 기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불황이 여파로 20대 신입 사원들을 뽑지 않으면서 30대가 조직의 주축을 이루는 불안정한 인력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형적인 항아리형 조직으로 변했다.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국민·하나·외환·조흥·서울·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정규 직원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명 가운데 4.5명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인력구조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산하 노동경제 연구원 김환일 책임연구원은 "항아리형 조직은 인사적체 심화 등 문제를 안고 있다"며 "피라미드 조직으로의 탈바꿈이 이뤄져야 조직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이 부진했던 제조업 등 여타 업종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생산현장에 20대의 젊은이들은 없고 30·40대들이 조직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앞으로 조직의 활기를 되찾고 원활한 인력 수습을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40대들의 '처리'가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모 그룹의 한 인사담당자는 "경제여건이 불안해질수록 안정적인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가는 자연 퇴사 비율이 떨어진다"며 조직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40대중·후반의 과잉 인력을 명퇴 등의 방식으로 꾸준히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하공에서 가내 식품 회사인 '전통이레식품'을 운영하고 있는 진병리(44)씨. 그는 몇년전 22년간 다니던 한국통신을 그만두고 자신의 사업체를 차렸다. 회사를 다니면서 조금씩 사둔 하동 인근의 야산 2000평과 거기에 심은 매실나무가 자산이었다. 퇴직금 1억4000만원으로는 매실을 담을 장독 등을 마련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매실 원액의 시장성을 조사했고,자신이 기른 매실의 맛을 보여주며 '단골고객'도 확보해둔 터였다. 그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일찍부터 이직 준비를 했다"며 "몸은 고되지만 시골에서 아내와 함께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 76년 공사 분리전 체신부 5급 공무원으로 들어가 한국통신의 성장에 젊음을 바쳤다는 그는 "요즘은 신입사원을 매년 100명 도 채용하지 않지만 우리 때는 입사 동기가 1400명이나 됐다"며 "요즘도 우리 또래들이 한국통신
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40대들은 우리 사회에서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온 세대다. 이들은 고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50대와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386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서 정체성의 부재에 흔들려 왔다. 경제 성장의 공은 50대들이 차지했고, 미주화투쟁의 훈장은 386세대에게 돌아갔다. 475라는 다소 작위적인 자기 정의에서도 엿보이듯 이들은 우리 사회를 몰아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신을 강요받아 왔다. '주산의 마지막 세대이자 컴맹의 제1세대'부모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회사인간의 마지막 세대이자 조직을 탈출해 자기 변신을 꿈꾸는 첫 세대'라는 이들에 대한 정의는 겪은 변화의 폭과 깊이를 짐작케 한다. 그런데 이들 40대들에게 '제3세대'라는 또 한번의 '딱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노인은 아니지만 타의에 의해 직장에서 쫓겨난 조로의 세대. 앞
만 보고 달려오다 구조조정이니 개혁이니 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의 물결을 만나 '잊혀진 세대'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 40대 가장들의 운명이다.

'베이비붐 실업난' 구조정책 시급
통계상 40대는 아직 우리경제의 주력군이다. 8월 기준 40대는 78.2%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여 30대와 함께 경제활동 참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20대는(64.5%), 50대는(68.8%)를 기록했다. 또 지난 8월 실업률도 40대는(2.4%)를 기록. 30대는(3.1%), 50대(2.2%) 등 여타 연령층과 별 차이가 없었다. 취업 대란을 겪고 있는 20대의 실업률(7.2%)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정부가 실업정책의 초점을 양적관리에서 질적관리로 바꾸면서 장년층 실업자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등 만성 실업자를 관리한 덕분에 많이 줄긴 했다. 40대는(2.6%), 50대는 (4.4%)로 20대(-2.1%)가 30대가(0%)에 비해 전년동월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경기 불황이 여파로 40대 실업자의 비중이 다시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고 보고 있다.
40대 실업이 본격적인 '베이비붐 실업'으로 연결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40대 초·중반의 '한창 일할 세대'들이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만성 실업자로 전락할 경우 이들을 먹여 살릴 사회적 비용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명이 늘어날 전망이고 우리사회가 급속히 고령사회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50대부터 실업자로 전략하는 계층이 늘어날 경우 사회적 기반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각종 연금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사회 안전망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불황과 상시 구조 조정체제에 접어든 우리 경제 여건상 '베이비붐 실업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원은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몰려 있는 제2의 베이비붐 세대와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출산한 '베이비붐 에코 세대' 등이 거의 10년 주기로 이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효율적인 실업대책은 경제정책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노동시장 구조의 현안과제가 일자리 만들기와 노동시장 내 격차 축소라고 한다면 유연안정화된 노동시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추진, 사회적 합의, 노사관계 안정,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75세대'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475세대라 불리는 40대들은 가장 배고픈 시기에 유년시절을 보냈고 아버지 대(代)가 닦아놓은 경제 개발의 결실은 맛도 보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을 마쳤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이 사회에 막 진출하여 정신없이 일할 때 컴퓨터를 앞세운 정보화 물결이 밀려들면서 학습의 기회를 놓치고 이른바 '컴맹 세대'로 전략했다. 그 결과 40대는 요즘 기업 구조조정의 1차 목표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40대 직장인은 '퇴직은 곧 실업'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전직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모든 40대가 그러한 사회 흐름에 힘없이 주저앉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치열한 스카우트의 대상이 되는 40대도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골맨은 40대 직장인들이 젊은이들과 공존하려면 정서적 지능을 계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정서적 지능은 자기 인식, 타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환경 조성 능력, 자신감, 감정 이입 능력, 다양성을 수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다섯 가지 능력은 리더의 자질이기도 하다. 기업에서 40대에게 요청하는 것은 나이에 걸맞은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자질이기도 하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세월이 지나면 생겨났던 상급자에 대한 존경심과 우대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젊은이들에게 대접받기를 요구하는 40대는 뻔뻔스러운 경멸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50대 선배는 젊었을 때 고생한 보답으로 평생의 안정을 보장받았지만 475세대는 현실적으로 그런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386세대들은 환경에 의해 저절로 주어진 것에 안주하는 구시대적 사고에 대해 부정적이고 노력하여 얻은 것에 대한 보상 개념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475세대가 선배인 50대에게 예우했던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보상이라는 개념이 386세대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라는 정보혁명을 학습하고 합리성을 추구하며 글로벌 마인드에 익숙한 386세대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능동성과 적극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세계의 속도에 자신을 맞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즉, 경험과 여유로움과 함께 젊은이 못지 않은 에너지, 적극성, 유연성을 가지며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40대가 요즘의 존경 대상이다.

성공전략 다섯가지 제시
그러면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들고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켜 나감으로써 조직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는 40대들은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고 있는가?
첫째 40대도 외모 관리가 필요하다. 운동과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젊고 활기찬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에 있어서도 성공적인 인상을 주기 힘들다. 또 유행하는 스타일을 무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20년 전과 동일한 옷, 헤어스타일은 문제가 있다. 변화를 거부하고 고집스러운 인상을 준다.
둘째 당당하게 행동하자. 항상 편안하고 붙임성이 있는 표정관리로 자신감을 보여주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 말수를 줄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 쓸데없는 말이 많아지면 잔소릴 들리기 십상이다.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간략하게 전달할 때 그 말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셋째 실수를 줄여라. 젊어서의 실수는 시행착오로 관대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나이가 들어하는 실수는 만회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직장에서의 위치 때문에 치명적일 경우가 많다. 항시 업무 진행에 신중해야 할 것이며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자. 386세대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노련함과 완숙함으로 그들을 대하고 그들 못지 않은 적극성과 열정을 보여주자.
넷째 왕년의 자신을 자랑하지 말자. 옛날 전성기의 자신을 부하직원에게 자랑하는 것은 지금은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또 옛날을 모르는 부하 직원에게는 푸념섞인 회고담을 늘어놓는 늙은이이며, 과거의 전성기에 연연하는 퇴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섯째 변화의 물결에 앞장서자. 모른다는 말을 뻔뻔스럽게 내뱉는 상사가 아니라 새벽에 영어학원,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사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부하 직원의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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