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전과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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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전과 세계경제
  • 글/편집부
  • 승인 2004.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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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지구촌 견인차
테러 공포 속 세계 경제는 일상적인 불확실성으로 방황하고 있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최대 이슈는 대테러전. 즉 국가안보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미 대선의 최대 이슈가 전통적으로 경제 문제였으나, 닉슨시절이었던 지난 1972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안보로 바뀌었다며 경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구촌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이런 태도 변화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가 172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테러가 미 경제의 가장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테러와 보복이 끊이지 않는 중동지역의 불안으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세계경제에 경보등을 켠 것은 이미 오래된 일. 국제사회가 테러를 근절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는 한 글로벌 경제의 안정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전세계를 집어 삼킨 대테러전, 글로벌경제 안정 기대 힘들어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2003년 3.7%에 이어 상반기까지 다소 회복세를 보여 온 세계경제는 올해 연간 4.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4.6%에서 하반기 4%대 초반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부터 올해에 걸쳐 세계 경기 회복에 일조해 온 IT 경기의 호황은 올해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나 올해 연말 이후에는 반도체와 LCD 등을 중심으로 IT경기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유가격은 지속적으로 세계경제를 교란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테러 위협은 세계화의 희망을 잃게 하고 있다. 세계 경제 역시 일상화된 불확실성 속에서 갈수록 테러에 민감해지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일촉즉발의 불황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이미 미국경제는 오랜 신경제 호황을 접고 급속하게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90년대 중반 이후의 신경제 호황은 IT 신기술, 벤처캐피탈과 주식시장의 버블을 배경으로 나타난 높은 투자에 기초한 것이었는데, 이제 과잉투자와 수익성 악화로 버블이 꺼지자, 투자가 급감하여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화의 진전, 개방으로 인한 각국 금융시장의 연동 강화, 미국식 시스템의 확산 등으로 인해 미국의 불황이 즉각적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어서 더욱 우려되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이 금융위기를 겪고 일본은 장기불황으로 신음했으며, 유럽도 정체상태에 빠져 있던 90년대 세계경제를 홀로 이끌어 왔던 미국경제가 흔들린다면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제 IMF를 비롯한 많은 분석가들은 세계경제가 불황의 세계화로 인해 70년대 초의 전세계적 동시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인 스티글리츠는 "국경 없는 세계에서는 상품과 무역 뿐 아니라 다른 나쁜 것들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며 말한 적이 있는데, 세계화는 이제 불황과, 심지어 테러마저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테러와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군사행동의 가장 큰 영향은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다. 미국 총수요의 2/3를 차지하는 소비는 급속히 식어가고 있었다. 사실 미국의 신경제 대호황은 민간부문의 투자에서 저축을 뺀 수지가 마이너스에 이르고, 개인 저축률이 거의 제로에 이를 정도로, 미국인들이 소비와 투자 지출을 늘인 덕분이었다. 중요한 것은, 지난 2000년 후반기 이후 투자가 급감하여 경기가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어느 정도 경기를 지탱해 왔다는 점이다. 이제 실업 증가와 테러로 인해 소비기반마저 흔들린다면, 수요 양대 축인 소비와 투자가 모두 위축되어 급속한 경기침체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위크의 표현처럼 이제 "불황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A recession may be inevitable)".



성장 태세 속 경제 ‘적신호’ 예상
올해 미국 경제 기상도는 대체로 희망적이었다. 다만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책 덕분에 조성된 것이어서 효력이 떨어지는 2005년쯤엔 또다시 접근하는 경기 ‘적신호’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 경제 조사기관인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가 최근 집계한 경제 전문가 53명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4%선. “상당 기간 지속돼온 저(低)금리와 감세(減稅)정책 등이 당초 예상보다 더 큰 경기부양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 2003년 4~9월 수요의 급증으로 재고(在庫)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활발한 재고 재구축작업에 들어가 산업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용시장에도 경제상황 호전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자본투자·고용 모두 증가 예상
최고경영자(CEO)들 대부분도 금년 실적을 낙관했다.
120개 기업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내놓은 올해 매출 전망에 의하면 CEO의 93%는 기업환경 호전에 따라 올해 매출이 2003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가 장기적 호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투자기관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성장률이 4.7%로 높아지겠지만, 2005년에는 경기부양책 효력이 상실되면서 3.8%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은 저금리와 감세정책 영향으로 호조를 보이겠지만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연평균 성장률 1∼2%대의 저성장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들도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 분야의 지지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연간 매출 2,500만~20억 달러인 중소제조업체 601개사의 CF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전체의 16% 정도가 올해 제조업계의 부진을 예상했다. 많은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과잉 설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특히 중소기업들은 수요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때까지 신규 투자를 유예하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중·미 상승세 타고 고성장 기대
요즘 홍콩의 경우 경제가 좋아지고, 개인 살림살이도 펴지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홍콩은 2003년 3분기 성장률이 4%, 주가는 10년 이래 최고치. 헨리 탕(唐英年) 재정사장(경제부총리)은 “18개월 디플레이션을 탈출했다”며 희색을 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미국 의존도가 높아 미국 경제회복이 곧바로 이들 국가에 반영 되기에 아시아에서 경제동향을 알리는 선도지표 국가그룹이 된다. 중국과 무역비중도 커 중국 경제 상황도 빠르게 반영된다.
아시아 경제는 필연적으로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크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하지만 미국의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
미국의 IT, 즉 정보산업 주문량은 2003년 들어 5~6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시장 신뢰감 지수가 최고조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분기별 변화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정보산업 주문 증가율은 7월(5.6%), 8월(7.2%), 9월(8%) 등으로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가 미국 경제회복의 기간과 중국의 경제성장 등 두 가지 요인에 좌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두 가지 모두 낙관적이라는 전망. 바수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아시아가 처한 최대의 견인차이자 리스크”라고 단정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의 2003년 대중국 수출은 무려 50%가 증가했으며, 기업인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신나는 상승세가 이어질지 불안해 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8% 성장을 목표치로 잡았지만 돌발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목표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중국측 목표에 전문가들도 대부분 동의한다. 짐 워커 크레디 리요네 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1946년부터 1973년까지 8~12% 성장을 이룬 것처럼 중국도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올해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위험요인(리스크)도 따져볼 필요는 있다. 우선 중국 내부 문제점. 가장 우려되는 것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경제왜곡 현상. 중국은 현재 물가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 지난 11월 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무려 3%에 달했다. ‘경제 과열 기미가 이미 온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중국 경제공작회의에서는 “과열은 아니다”는 결론을 냈다.

일본 ‘10년 불황 벗어나기’ 총력전

일본의 2004년은 ‘10년 불황’을 탈출할지 여부를 엿볼 수 있는 한 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실질 1.8%, 명목(물가변동률 감안하지 않은 성장률) 0.5%로 예측했다. 이는 2003년의 2.1%(정부 목표치)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일단 일본은 최근 들어 성장률 통계를 재조정했다. 일본은 사스로 아시아가 홍역을 앓던 2003년 2분기에 전분기 대비 무려 1%(연율 3.9%)의 실질성장을 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성장률(연율 3.3%)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비관론이 우세하던 일본 경제계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성장률을 최근 0.6%(연율 2.4%)로 수정 발표했다.
두 번째로는 일본과 한국에서 ‘10년 불황 탈출’이라는 어감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은 2003년 성장률이나 올해의 예상성장률에 크게 불만이 없다. 애초부터 일본이 기대했던 ‘10년 불황 탈출’이라는 시나리오 자체가 대체로 1.5% 정도의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경제 예상에서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을 배경으로 기업부문의 개선경향이 가계에도 파급될 것이며 물가 하락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년 5%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전세계를 ‘메이드 인 재팬’으로 물들이던 1980년대의 일본을 연상하며 ‘일본이 부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선입견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11월 총선에서 내건 ‘2006년까지 일본의 목표성장률’은 2%의 명목 성장이다. 이 같은 ‘한국적인 선입견’과 ‘일본의 목표’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그것은 일본경제가 지난 10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마이클 무사 국제경제연구원(IIE) 선임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소 5%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지난 4월의 예상치 4.75%보다 올라간 것으로 이 같은 성장률은 2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도 전 세계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올해만 못하다는 것이다. 무사 박사는 “석유값 상승과 미국·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으로 내년도 전 세계 성장률이 4%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최근 세계경제 동향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의 하나가 일본이 성장세로 돌아선 점이라고 강조하고,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3대 변수로 유가, 수급 불균형, 테러를 꼽았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가 오르면 세계 전체의 GDP 성장률은 1∼2년에 0.5∼1%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일리 박사는 “유가 불안이 미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임금 인상 역시 둔화된 상태를 보여 개인 소득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라크전과 테러로 인해 신뢰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초고속 질주로 급(急)호황
러시아 경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국가 경제가 좌우되는 구조다. 러시아 최대 수입원은 석유와 가스. 2003년 상반기 석유수출이 전체 수출의 28.9%, 가스가 16.4%로 석유와 가스가 수출의 절반에 이르는 45.3%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국제유가 강세가 예상되고 석유 수출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고성장 기조는 확연하게 예측되고 있다.
2003년 상반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2%였다. 특히 고유가와 가스가격 인상으로 인한 프리미엄을 그대로 누렸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 ‘Baa3’로 상향 조정한 뒤 순항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 전환 10년 만에 받은 호황이라는 상징성 외에 러시아가 국제경제 속에 명함을 내민 계기가 됐다.

박스기사
표제 : 유럽 독일·프랑스 경제 살리기 총력
최근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등 3개국을 제외한 12개 나라(유로랜드)에서 유로화가 실물화폐로 통용된 것이 2002년 1월 1일. 미 달러화의 패권에 도전한다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유로화가 초기의 약세에서 벗어나 달러에 대해 강세를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 두 핵심국가의 경제회복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올해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미국(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9%로 예상된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회원국의 경제전망을 중심으로 EU 15개 회원국의 경제기상도를 보자.
흔히 ‘영국병’이라고 하면 지나친 복지비용과 부진한 경제성장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더 이상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독일병’이 적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영국의 GDP 성장률은 1.9%. 독일의 0%, 프랑스의 0.1%와 비교할 때 놀랄 만한 성과이다. 영국이 단일화폐 가입을 미루고 있는 이유도 유로랜드의 경제성장이 영국과 비교해 볼 때 보잘것없는 게 큰 이유이다.
올해 영국은 2.7%, 독일은 1.4%, 프랑스는 1.7%의 GDP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과 프랑스의 증가율은 아주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에 그렇다.
EU 15개 회원국 교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제1의 경제대국 독일은 너무 발달된 복지제도 개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속한 흡수통일에 따른 통일비용이 급증한 데다 슈뢰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개혁안(아젠다 2010)도 상원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OECD는 이 법이 희석되지 않고 통과되어야 독일 경제도 침체에서 벗어나 1.4%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의료보험개혁이 제대로 되어야 1.7%의 GDP 성장이 달성될 수 있다고 OECD는 예상하고 있다. 또 공공부문의 지출을 억제, 긴축정책을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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