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뭐 될래?” 채플린이 되고 싶은 청년, 배우 ‘설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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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뭐 될래?” 채플린이 되고 싶은 청년, 배우 ‘설도희’
  • 김현기 실장
  • 승인 2016.09.0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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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단편영화제 동상 '목욕' 영상 캡처
[시사매거진]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의 저녁에 원남동 뒷골목에 있는 뮤지컬 ‘화순’ 연습실을 찾았다. 훤칠한 키와 반달눈 미소를 가진 눈에 들어오는 청년 하나를 만나게 됐다. 연극연출가 겸 배우 설도희다.

사실 그를 배우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지난 이력들을 쭉 훑어보니 이 청년 정말 예술가다. 얼마 전 인천 15분 연극제 ‘산타 없음’에서 산타가 있다고 믿는 아들 역할을 맡아 연기를 했고, 또 불과 한 달 전에는 CJ문화재단의 Cel스테이지 제1회 융·복합 페스티벌에서 ‘세 개의 달 하나의 강’ 작·연출·영상까지 직접 맡아 무대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은 ‘시옷’이라는 옷을 만드는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어릴 적부터 채플린이 되고 싶었어요. 방식은 다르고 저는 결국 채플린처럼 위대하게는 될 수 없겠지만 다른 방식이라도 그와 같은 길을 걷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참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이미 키는 다 큰 것 같은데 앞으로 더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해진다.

Q. 지난 7월 ‘제1회 융·복합공연 페스티벌’에서 ‘세 개의 달 하나의 강’이라는 공연을 통해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작·연출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본업은 배우인데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설 도희고, 배우 일을 하면서 연극 연출 겸 작가로 활동하며 WAVE라는 창작팀 소속이에요.

Q. ‘WAVE’는 정확히 어떤 집단인가요?

WAVE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만든 창작집단이에요. 영화 연출가, 시인, 배우 등 이 분야 저 분야에서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죠. 가끔 모여서 작업을 하곤 했는데 공식화 시켜서 집단을 만들었어요. 연극을 올리거나 영화, 영상을 찍기도 하고 또 시집을 낼 때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기도 하고요. 예술인 사생대회 같은 그냥 놀자판도 벌이려 생각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서로가 창작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집단이에요. 그래서 대표도 없고 프로젝트에 따라 수장이 바뀌죠. 이번에 한 친구가 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 당선돼서 지금은 그 친구를 수장으로 프로젝트 ‘시옷’을 작업 중에 있어요.

Q. ‘덕혜옹주’의 기자, ‘몽당분교올림픽’ 경찰, ‘더 프리즌’ 죄수, ‘탐정’ 교도관 등 개성 강한 캐릭터가 아닌 주로 평범한 역할을 연기했었는데 앞으로 욕심나는 역할이 있다면?

앞으로 욕심나는 역할은 세상을 표현하는데 진실함이 담겨 있는 인물이나 극 중에서 변화하는 역할이요. 짧게 나와도 상관없고 길게 나와도 상관은 없는데 구체화 돼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어요.

Q. 본인이 작가·연출가·배우를 맡은 ‘이어도’의 유령, 김남천 소설이 원작인 ‘나는 파리다’의 파리 등 영화에 비해 연극에서는 연기 폭이 넓으신 편이셔서 솔직히 다음에 어떤 연기를 할지 예상이 잘 안 되는데, 여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모든 배우들이 연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겠지만 돌아보니 연극에서는 정말 대중없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유령, 광부, 파리, 어린아이까지요. 제가 키가 좀 큰 게 단점이긴 한데 그것치곤 다양한 배역이 들어오긴 하는 것 같아요. 배역을 가리는 편은 아니고 작품 전체를 보고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역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시나리오마다 텍스쳐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 질감을 충분히 살리려고 노력하다보면 다르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다양한 얼굴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요. 그 이야기들에 진실로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 단편영화 '가려움' 영상 캡처


Q. 평소에 연기연습은 어떻게 해요? 연기할 때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연기연습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그걸 실제로 구현하는데 초점을 많이 둬요. 공기의 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색이라 해야 하나.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이 변화하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연기 할 때든 연습할 때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고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도 공기가 변하는 순간이 분명 있거든요. 그런 순간들이 순간 다가올 때 집중하고 그런 찰나를 즐기는 것이 저에게는 무척 중요하고 연기 연습인 것 같아요.

Q. 본인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은?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연극에 쓰이는 영상도 직접 제작해요. “하면 된다”라는 것을 신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보면 되는 게 많았어요. 그리고 진실과 현실은 생각하는 것 보다 한발 더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연출이나 배우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생각해요. 통상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말 그런가?”하며 이미지를 구체화 시켜서 그려보면 다른 그림이 보였어요. 그게 진실이랑 가까울 경우가 더 많았죠.

Q. 연기 이외에도 잘하는 것이 있을까요? 본인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 하는 거요.

맥주 빨리 마시기요. 정말 빨리 마셔요. 한국기록이랑 영점 몇 초 차이일거에요.

Q. 배우를 하면서 작·연출가까지 하게 된 궁극적인 계기가 있나요? 그리고 배우로 활동할 때와 작·연출가로서 활동할 때의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영화감독이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까지 매일 꾸준히 영화를 봤어요. 전공이 영화연출이었기 때문에 배우를 하게 될지는 몰랐는데 어쩌다보니 배우가 됐고 직업이 됐네요. 그러다 이야기가 하고 싶었고 배우로서의 이야기도 좋지만 제가 느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다른 매체로 영화도 생각 중에 있어요.

배우로 활동할 때나 작·연출로 활동할 때의 차이점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모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육체를 사용해서 하는 거고 작·연출은 글이나 다른 배우들의 입과 행동과 무대 음향 여러 가지 환경들로 이야기를 하는 데 제가 아직 이야기를 하는데 급급해서 그런지 그 차이점은 잘 모르겠네요.

Q. 연기를 위해 대학원에서 심리학까지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나요?

연기를 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이렇게 움직이고 움직일 것이라면 왜 인간이 이렇게 행동하는지 말은 왜 이렇게 하는 지 손 동작은 걸음걸이는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하고 싶어서 심리학과를 들어가게 됐어요. 근데 수업만으로 배우기에는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계속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아요.

Q. 늘 비교와 평가를 받는 직업이고, 선택을 하기보다 당하는 입장인 만큼 그걸 받아들이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쉽지 않아요. 사람이다 보니 칭찬받는 걸 좋아하고 받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근데 앞에서는 부정해도 안 좋은 평가는 새겨들어요. 관심이니까요. 고마운 마음이 항상 있어요. 봐주는 관객에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해요.

Q. 평소 자주 찾는 아지트 혹은 스트레스 해소법있으면 소개해주세요.

폭식이요! 엄청나게 먹어요.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요. 힐링장소는 주로 만화방을 가요. 만화책을 보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요. 영화나 연극도 마찬가지긴 한데 인간이 안 나오고 그림을 보면 더 깊이 세계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극과 영화는 같은 계통이라 평가하려 드는 것도 조금 있거든요.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앞으로 이야기를 잘 하고 싶어요. 쉽게 말하면 채플린처럼 되고 싶어요. 모든 언어를 동원해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이야기 하고 싶어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리고 생각한 대로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더 잘 하고 싶고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도 정말 감사하지만요. 살아가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 분들이 웃을 때가 좋아요. 아니면 사람들이 보고 자신의 삶에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그런 작업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어요. 행복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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