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적정 증액 규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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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 적정 증액 규모 논란
  • 글/노혜란 기자
  • 승인 200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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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자주국방, 물량보다는 내실 키워야
지난 6월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21조 4,752억원을 요구했다. 이는 금년보다 13.4% 늘어난 액수이며, 국민총생산(GDP) 대비 부담률도 2.9%로 0.1%포인트 늘어난 액수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미명 아래 국민에게 돌아온 ‘첫 청구서’로서는 현재의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증액에 반대하고 있으며, 예산당국도 경기활성화를 위한 투자 분야에 대한 예산 우선배정 등을 이유로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노무현 대통령의 ‘협력적 자주국방’ 선언에 따라 내년도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방부 21조4,752억 신청…금년보다 13.4% 늘어
전력 투자비 거품 걷고, 군 신뢰성 회복 우선 돼야

턱없이 부족한 국방비로 인해 연료와 탄약이 부족해 군이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국방부 보고가 있었다. ‘자주 국방’이란 말이 무색할 노릇이다.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많이 할수록 전투력이 향상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군대가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강군이 될 수 있겠는가.
국방부가 내놓은 ‘미래를 대비하는 한국의 국방비 2004’에 따르면 IMF 위기 이후 시작된 유류 부족으로 지난해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연간 훈련비행 시간이 기준에 15시간 못 미치는 145시간에 그쳤고 함정,전차의 기동훈련 시간도 적정 수준의 70%선에 불과했다. 또 개인 화기, 야포 등에 대한 교육용 탄약의 실제 보급량은 지급 기준의 88%였다. 게다가 공대공 미사일 등 고가 무기는 아예 실제 사격훈련을 하지 않았다. 전투준비 태세가 약화되지 않으면 이상하다.
사실 기본 물자 부족에 따른 훈련 미흡은 심각한 문제지만 새삼스럽지는 않다. 1998년 이후 국방비는 GDP 대비 평균 2.8%로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 몇 년 새 지자체 및 지역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군이 훈련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유류나 탄약 부족 못지않은 문제로 이미 지적돼왔다. 주한 미군의 조기 감축으로 당장 국군이 떠맡을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군의 훈련 여건 저하는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
결국 국방예산 증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거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즉 군으로서는 국방비 증액의 근거를 좀더 구체적으로,믿을 수 있게끔 제시해야 하고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한 예로 국방비 증액을 강조한 국방부의 ‘미래…’ 책자가 유류 부족과 관련해 비교 기준으로 삼은 97년 유류 보급량을 2003년판에서 456만드럼이라고 해놓고 2004년판에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568만드럼이라고 한 것은 군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십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국방예산 18조9,412억원보다 무려 13.4%(2조5,340억원)가 증액된 규모다. 올해 국방비도 2003년에 비해 8.1%나 증액된 것이 어서 최근 몇 년간 국방비가 너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비판도 많다. 기획 예산처는 내년도 국방예산 증액규모로 7,000억원 정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방부 요구액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에 따른 부지이전비용 등은 내년도 예산에 아직 계상도 안돼 있다”며 “이와 관련한 계획안이 나오는 대로 추가 소요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해 내년 국방비 요구액은 대대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국방부는 97년 금융위기 이후 다른 부문은 이전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회복됐으나 국방비의 하향배분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최근 펴낸 ‘미래를 대비하는 한국의 국방비’라는 홍보책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2위이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방비는 2.8%로 세계 59위이며, 국민1 인당 국방비부담액은 266달러로 세계 29위에 불과하다며 ‘증액불가피’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주변국들의 국방비 지출액(중국 510억 달러, 러시아 508억 달러, 일본 395억 달러)은 우리나라 국방비 131억 달러에 비해 3~4배 규모’라는 주장도 편다.
국방부는 아울러 ‘97년 금융위기 이후 유류보급이 급감해 전투기 조종사가 적정 비행훈련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교육용 탄약이 부족해 사격훈련도 규정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수한지 40~50년 된 구형 M계열 전차가 1200여대, UH-1H헬기가 140여대, F-4/F-5 전투기가 360여대나 되고 선체가 부식된 상륙함(LST)이 4척이나 된다는 등 스스로의 치부도 드러낼 정도로 다급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군비증강은 남북관계 불안 불러" 비난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협력적 자주국방 구축이라는 미명아래 추진되는 대대적인 국방비 증액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네트워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43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연대모임을 갖고 “정부는 막대한 예산낭비와 남북관계 불안을 가져오는 군비 증강계획 대신에 군사주권의 핵심인 작전지휘권 환수부터 추진해야 한다”며 “국방비 규모는 세계 평균인 GDP 대비 2.5% 수준 이하 로 축소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기(평화와통일을위한시민연대 공동대표)동국대 교수는 10일 “북한보다 몇 배나 많은 군사비를 쓰면서 북한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정부가 군축과 군구조 개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자주방위와 자주국방

최근에 창설 50주년을 맞은 일본 자위대는 전력(戰力) 면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적 ‘강군(强軍)’이다. 세계 2위의 해군력, 세계 2~5위를 오가는 군비(軍費), 유사시 200만 대군 편제가 가능한 조직, 최신예 이지스함, 군사첩보위성, 미국도 놀라는 전투기 생산 능력 등 일본은 국방에 관한 한 이미 ‘자주(自主)’ 수준을 넘어서 “미국 다음” 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일본의 올 방위비는 대략 50조원, 우리 국방 예산 19조원의 3배쯤 된다.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은 빼고 최근 5년 국방비만 봐도 일본은 250조원이고 한국은 83조원이다.
좀 ‘무식하게’ 비교하자면 우리가 앞으로 도입하려는 F-15 전투기 가격 기준으로는 1,700대, 최신 구축함 KDX-3 가격으로는 170대쯤의 전력 차이가 지난 5년간 더 벌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일본의 군사력을 비행기나 탱크 보유 대수만으로 따지는 건 바보짓이다. 탱크는 10년 전 1,100대에서 100여대가 줄었다. 구축함도 57척에서 4척 줄었고, 전투기는 431대에서 50여대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 전력은 더 강해졌다. 숫자는 줄이면서도 장비는 ‘최신화’ ‘첨단화’ ‘정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갖춘 전력이 첩보위성과 이지스 구축함, 개량형 F-15 전투기, 최신 90식 전차, 1년에 한 대씩 교체하는 신형 잠수함, 대형 조기경보기(AWACS) 등이다. 일본의 이 같은 방위력은 총리나 집권당이 “자주국방 하자”고 외쳐서 된 것이 아니다.
일본이 패전 후 방위력 증강에 다시 손을 댄 것은 1957년 ‘국방 기본 방침’이라는 것을 만들면서부터다. 그 후 3~5개년 단위로 계획을 업그레이드시켜가며 조금씩 힘을 키웠다. 1~4차 방위력 증강계획, 중기(中期) 방위력증강계획 등을 거쳐 지금은 신(新)중기 방위력증강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년간 쓴 방위비만 1,000조원에 가깝다. 일본의 방위력 증강 50년 역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국방’과 비슷하게 ‘자주방위(自主防衛)’를 얘기했던 이가 한 명 있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다.
그는 외상이던 1970년에 “지금까지 안보는 미군에 의존하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가 우리에게 있었다. 이는 독립된 국가로서 피해야 할 자세이며, 우리 스스로 할 것은 확실히 하고 미군과 협조 분담해야 할 분야는 분담해야 한다”며 ‘자주방위’를 주창했다. 하지만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과 마찬가지로 당시 아시아에 대한 불개입을 선언했던 닉슨 독트린에 놀라서 나왔던 것일 뿐 나카소네는 그때는 물론, 나중에 총리가 되어서도 철저히 미국을 이용한 ‘자주방위’를 모색해 그의 꿈이었던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 일본을 만들었다. 우리 정부는 자주국방이라는 말로 국민들 마음만 부풀게 해놓고 아직껏 제대로 된 계획·예산표를 내놓은 것이 없다. 기획예산처가 현 상황에서 최대한 배정할 수 있는 돈이라고 막연히 제시한 예산이 연간 25조원이고 그중에 전력증강 비용은 10조원 정도다. 우리 형편에 그것도 어렵고 큰돈이겠지만 ‘자주’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의 ‘자주방위’는 세계 2위의 경제력, 미국의 활용, 장기적인 계획과 중단 없는 투자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우리의 ‘자주국방’도 말과 구호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올 국방비는 정부 재정의 16.1%, 국내총생산(GDP) 대비 2.8% 수준이다. 기획예산처가 짠 예산편성안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8.45% 늘어났다. 정부 재정 증가율이 2.1%인 것을 감안하면 국방비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사회적 논란 없이 원안 그대로 국회 통과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꺼낸 자주국방의 분위기 속에 ‘쓸 돈은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진 탓일까. 더 이례적인 것은 다른 예산이 늘어나면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국회에서 대폭 삭감되는데 국방예산은 사회적 논란도 삭감도 없이 거의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 현실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군 당국은 주변 위협 정도와 한국 경제력으로 볼 때, 국방비가 GDP 대비 5.4%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군 당국도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국가의 균형발전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은 국방비 부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정한다.
국방부는 앞으로 국방예산을 세계 평균인 GDP 3.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단계적 국방비 증액은 노무현 정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기획예산처는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2005년에는 2.9%로 높이고, 2006년부터는 3%대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차기전투기(F-X) 기종으로 선정된 F-15
국방비 증액을 하려면 국방예산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자신들의 세금인 국방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기 어렵다.
지난해 가을 참여연대는 감사원에 차기전투기(F-X) 사업 감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F-15로 기종 선정도 끝나서 진행 중인 국책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도 없고 이미 감사결과도 나왔지만,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감사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감사 내용이 어려우면 감사결과 보고서 목차라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됐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올 국방비 증액의 명분으로 △장병들의 최소한의 기본생활 보장과 △자위적 방위역량 조기 확충을 주장했다. 과연 올해 국방비는 이런 목적에 맞게 짜여 집행될 수 있을지, 지난해 12월 국회 국방위 국방예산 검토보고서를 통해 살펴보자.
지난해 국방부는 내부반에서 칼잠 자는 병사들의 열악한 현실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국방비 증액을 노린 속보이는 논리였지만, 우리 군의 병영 기본시설이 형편없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군 막사 등 병사들이 생활하는 병영기본시설의 38%가 1980년 이전에 지은 건물이다. 국방부는 낡고 비좁은 병영시설 개선을 위해 병영 기본시설 예산을 지난해보다 47.5%가량 늘어난 7782억원을 책정했다.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전투태세 강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2004년 시설건설 예산안’를 보면 가장 근무 여건이 나쁜 비무장지대 인근 최전방 초소(GOP) 지역의 내무반 개선 비용이 한푼도 들어 있지 않다. GOP 근무 군인들은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낡은 막사에서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마시고 화장실도 재래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700억원이 투입됐던 GOP 지역 내무반 개선 비용이 2004년에는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군 당국이 매긴 병영시설 개선 우선순위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전력투자비 거품의 역설
올 국방예산 전력투자비는 지난해보다 9.8% 늘어난 6조3,000억원이다. 전력투자비는 전체 국방예산의 33.3%를 차지한다. 국방부는 전력투자비 예산이 증가한 것은 자주국방을 위해 핵심전력의 우선 확보, 전투 긴요전력의 현대화 추진,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전력투자비 내역을 보면 전력투자비의 성격에 맞지 않는 모호한 경비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원전력의 군수지원 중 장비유지 예산(1조1,508억원)은 획득된 장비의 정비나 수리부속 경비로서 운영비 성격이 강하고, 방위비 분담금 중 군사건설 예산(1,801억원)은 주한미군의 비전투 군사시설에 대한 건설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한국군 부대이전 사업은 경상운영비로 분류하면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부대 용지를 확보하는 사업인 주한미군이전사업(1,000억원)은 전력투자비로 분류하고 있다. 대외군사판매(FMS) 차관 상환 예산(115억원)은 20여년 전 미국에서 차관으로 도입한 장비의 원리금을 갚은 것으로 실제 군 전력증강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전력투자비의 성격에 맞지 않는 사업예산 1조4,424억원을 빼면 실제 무기·장비 도입이나 연구개발 등 전력증강에 투자되는 돈은 4조8,576억원이다. 국방예산에서 전력투자비 비율은 33.3%에서 25.6%로 떨어진다. 이같은 한국군의 실제 전력투자비는 선진 외국군대의 전력투자비 비율이 국방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국방부는 ‘일단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속셈으로 모호한 성격의 경비를 전력투자 예산에 구겨넣고 있지만, 이런 전력투자비의 거품은 결과적으로 적정한 전력투자비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국회는 전력투자비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예산 과목의 재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늘어난 전력투자비의 대부분이 기존에 진행하던 계속사업비에 쓰이고 새 사업 착수분은 2.5%에 불과하다. 자주국방을 위해 핵심전력의 확보나 전투 긴요전력의 현대화 추진에 노력했다는 국방부 설명이 무색하다.
전력투자비 세부 내역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코소보전과 이라크전에서 입증된 것처럼 현대전에서는 정보능력과 전자전 능력이 승패를 결정한다. 국방예산에서 전력투자비 세부 예산 내역을 들여다보면 지휘·통신·통신·컴퓨터·정보(C4I)/전자전 예산이 지난해보다 32.1%나 감소했다. 자주국방을 하려면 미군에 90% 이상을 의지하는 정보·감시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군 내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방예산에서는 3년 연속 C4I/전자전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국방부는 말로는 작지만 강한 첨단정보기술군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지상군 위주의 재래식 대병력 군 구조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74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한국군 전력투자 사업에 투자된 비용은 모두 68조4,448억원이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전체 국방비 규모는 78년 무렵 한국이 북한을 능가했고, 전력증강을 위한 투자비 누계액도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을 추월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책임연구원은 2000년 현재 한국군의 전력은 북한군의 78%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전력 격차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보다 12년 먼저 전력증강을 시작했고, 북한이 국민총생산(GNP)의 24% 수준을 군사비로 사용하고 군사비의 50% 가량을 전력증강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량주의로 자주국방이 이뤄질까
하지만 90년대 들어 매년 북한의 전체 국방비보다 많은 전력사업비를 사용하는 한국군이 대북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원인은 전력투자 사업의 비효율성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002년 11월 보고서에서 우리 군 전력투자 사업의 문제점으로 △전략 수준의 전력은 주로 미국에 의존하면서 전술적 전력증강 위주의 투자를 해온 점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단기적 필요 때문에 완성품 위주의 무기 국외 도입에 치중한 것을 지적했다. 이 결과 국내 연구개발과 방위산업 기반이 튼튼하지 못해 첨단 무기체계의 개발을 미흡하다. 무기체계 획득 때 기술확보 성과가 미약했다는 것이다.
함택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무기구입비를 늘리는 물량주의로 자주국방이 이뤄질지 근본적 물음을 내놓는다. 함 교수는 신예 무기를 사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끊임없이 교육·훈련을 통해 정예군으로 육성하는 게 더 길고 어려운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국방부의 국방비 증액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국방비는 가상 적국의 능력과 위협, 국방 소요제기 및 우리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결정해야지 남들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세계 평균 군비 부담이 GDP 3.5%인데 안보 위협이 높은 우리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이 주장은 2001년 기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자료만 인용하고 있다. 같은 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는 세계 평균 군비 부담이 GDP 2.6%이며, 미 국무부 보고서를 보면 1999년 세계 평균 국방비는 GDP의 2.4%이다” 국회도 2004년 국방예산검토 보고서에서 자주국방을 하려면 첨단군사력 건설에 필요한 추가재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전력투자 사업의 낭비적 요인을 없애고 사업 효율화를 위해 무기 획득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 2.8%는 이스라엘(9.5%)이나 대만(3.7%) 등 분쟁-대치국가는 물론이고 전세계 평균(3.5%)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액 252달러(2001년 기준)도 세계 30위 정도이다. 이러고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주한미군 덕분이었던 셈이다.
이제 국민에겐 선택다운 선택도 남아 있지 않다. 첫째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위해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내일이 걸려 있는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 그리고 빈곤층의 최소 생계비를 지원할 사회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다. 아니면 이 경제, 이 경기 속에서 다시 한번 국민의 주머니를 쥐어짜는 방안뿐이다. 어떤 길을 택하든 정치인의 허세와 빈말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만다는 사실을 절절히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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