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자산·핵심공법 등 해외유출 우려도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자베즈(Javez) 파트너즈와 TR아메리카가 선정되면서 대우건설은 한국의 대형 건설 회사로는 유일무이하게 외국계 자본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외국계 펀드사 두 곳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먹튀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예정자가 ‘재정형 펀드’라는 점에서 대우건설의 값만 올려놓은 뒤 쉽게 팔아치우고 튀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들과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먹튀 플레이’를 해온 몇몇 해외자본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티알 아메리카 컨소시엄(TR America Consortium)은 주요 투자자가 미국계 건설회사인 티시맨 컨스트럭션으로, 이 건설회사는 뉴욕지역의 2008년도 매출액 기준 1위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자베즈 파트너스(JABEZ Partners)는 1977년 설립, 주요 투자자가 중동의 대표적 국부펀드인 ADIC와 그 외 중동의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 및 잠재 시너지를 중점으로 봤다”면서 “인수자의 경영능력과 자금조달 능력, 입찰 가격 및 주요 거래 조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이들 컨소시엄이 전략적 투자자보다는 재무적 투자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기술과 자산만을 노리고 소위 ‘치고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우건설은 당분간 M&A시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이다. 시공능력 3위의 국내 대표건설사가 해외펀드로 매각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노조의 반발까지 겹치며 최종 승인까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자베즈 파트너즈’가 플랜트 분야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우건설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시너지도 예상해 볼 수 있으며, ‘TR아메리카 컨소시엄’ 역시 대우건설을 아시아 건설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같은 해외 사모펀드들이 그동안 국내 기업 인수과정에서의 보여 왔던 전례들을 비춰볼 때 ‘먹튀’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외환은행과 극동건설을 인수했던 론스타펀드는 기업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에만 관심을 둬 ‘먹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바 있다. ‘자베즈파트너즈’와 ‘티알아메리카 컨소시엄’이 만에 하나 차익실현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고배당, 유상감자 등을 실시할 경우 대우건설은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대우건설이 보유한 핵심공법 등 해외로의 기술유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 핵심기술과 SUV 차량 디젤엔진 기술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상하이차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단순 ‘자금력’에서 벗어나 ‘먹튀’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측은 “두 우선협상대상자 모두 중동과 북미 시장에서 대우건설과 잠재적인 시너지를 상당히 보유하고 있으며, 예비 실사 기간 동안 유수의 국내외 대형 로펌, 회계법인, 인수 후 경영계획을 위한 전략컨설팅사 등 대형 자문단을 구성하여 강한 인수의지를 보여왔다”며 “중동의 국부 펀드 및 미국계 전략적 투자자의 자금 조달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투자자로 판단됐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2000년 모그룹의 해체로 계열사에서 분리된 지 10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으로 들어간 대우건설. 이어 3년 만에 다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이곳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