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제품을 빌려주고 사용료만 받는ꡐ렌탈ꡑ제품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숟가락에서부터 건설용 타워 크레인까지 모두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미 일반화 되어있는 정수기에서 비데, DVD등은 물론 최근 알뜰 주부들을 공략한 천 기저귀, 액자나 화분 등 인테리어 소품까지 다양하다.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는 렌탈 제품, 실속 있게 이용하는 방법을 취재했다.
숟가락에서 건설용 크레인까지…빌려쓰는 시대
헬스기구와 정수기, 비데, 장난감, 유아용품, 의료용품, 거기에 바이올린까지…. 최근 목돈을 들이지 않고 매월 사용료를 내는ꡐ렌탈ꡑ제품이 일상 생활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잘 이용하면 필요한 제품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고, 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다. 제품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데다 비용도 저렴해 이용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렌탈업체들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렌탈마케팅이 뜬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제품을 빌려주고 사용료만 받는ꡐ렌탈 마케팅ꡑ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 달부터 전국 30개 점포에서 정수기, 비데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수기는 매달 3만5,000~4만9,500원, 비데는 2만9,000원의 사용료만 내면 빌려 쓸 수 있다. 또 5년간 사용하면 자동으로 본인소유가 된다.
신세계닷컴도 최근 유아용품 대여 코너ꡐ키즈 렌트 숍ꡑ을 마련했다. 수입 침대, 유모차, 카 시트, 보행기 등 각종 유아용품을 부담 없이 빌려 쓸 수 있는데 이탈리아산 나이스 베이비 버버 침대가 12개월에 22만~47만원정도. 인터파크도ꡐDVD 자유무한 대여 서비스ꡑ를 실시하고 있다. 연회비(37만1,100원)만 내면 24만원 상당의 DVD 플레이어를 무료로 주고 1년 동안 대여 횟수와 기간 제한 없이 DVD 타이틀을 무제한으로 빌려볼 수 있다.
국내에서 렌탈 마케팅의 원조격은 웅진코웨이개발. 불황에도 불구하고 웅진코웨이개발의 렌탈 회원은 꾸준히 늘어 지난달 초렌탈 및 멤버십 회원 300만 명을 확보했고 올 매출 1조원 돌파를 앞두고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3가구 중 1가구 정도가 웅진 제품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 렌탈 마케팅이 불황을 타지 않는 것은 고객들의 로열티가 강하기 때문. 웅진코웨이개발은 철저한 고객 관리를 위해 9,200여명에 이르는 고객서비스요원(코디)을 확보,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렌탈이 구입 비용보다 싼 경우 많아
웅진코웨이개발의 가정용 정수기ꡐ라이온(CP-01CL)ꡑ의 소비자 가격은 147만4,000원. 이 제품을 5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필터 교환 비용 74만6,000원을 합하면 총 비용은 222만원. 그러나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등록비 10만원을 내고, 이후 매월 2만7,000원(13개월 이후)~3만5,500원(12개월까지)의 렌탈비를 60개월간 내면, 총 비용은 182만2,000원. 이자비용 등을 뺀 단순 계산으로 39만8,000원이 싸다. 이 제품은 5년이 지나면 소비자에게 무료로 넘어간다.
헬스기구 렌탈 업체 스타파크의 러닝머신 1호기는 79만원. 소유권이 이전되는 16개월까지 렌탈하면 고객이 내는 돈은 75만원. 4만원이 더 싸다. 회원 가입 때 입회비 3만원과 매달 4만5,000원씩 렌탈비를 냈을 때 비용이다. 스타파크 박민우 사장은ꡒ운동기구의 경우, 두세 번 사용하고 처박아두는 경우도 숱하다ꡓ면서ꡒ일단 한두 달 정도 빌려서 사용해보고, 운동을 계속할지 또 같은 기구를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ꡓ고 말했다.
또 아기를 키우는 주부 입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렌탈 상품은 육아용품과 장난감. 흔들침대와 원목 침대를 비롯, 보행기와 유모차, 모빌, 카시트, 미끄럼틀, 장난감 등 상당히 많은 품목들이 있다.ꡐ키즈렌트ꡑ와ꡐ베이비앤차일드ꡑꡐ베이비루ꡑꡐ아장아장ꡑꡐ고아라베베ꡑꡐ꾸러기장난감대여점ꡑ등이 있다.
ꡐ아주렌탈ꡑ과ꡐ오에이뱅크ꡑ,ꡐ한국렌탈ꡑ,ꡐ렌탈플러스ꡑ,ꡐ미디어렌탈ꡑ,ꡐ헬로우렌탈ꡑ 등은 컴퓨터와 프린터, 컬러복사기 등 사무기기와 빔 프로젝터, 스크린 등 영상관련 장비들을 렌탈해 준다. 이외에 바이올린을 빌려주는ꡐ악기렌탈ꡑ과 휠체어와 산소발생기 등 의료용품을 전문으로 하는ꡐ대한메디컬렌탈ꡑ 등도 있다.
◇뭐든지 빌릴 수 있다
캠핑용 텐트를 전문으로 빌려주는 성화레저(www.sleisure.com)의 김영기 사장은 지난 4월부터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학교, 기업 등의 야외행사가 많아지면서 주문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직원 여섯명 이외에 아르바이트생 10명을 두고 있으나 일손이 달린다. 1,200개의 텐트로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최근에는 400개를 더 구입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30만원 짜리 5~6인용 텐트를 하루당 1만8,000원씩에 빌려준다. 金사장은ꡒ텐트를 배달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물량을 더 늘리지 못하는 처지ꡓ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벽걸이 TV 캠코더 카메라 헬스기구 골프채 장난감 그림 제기(祭器) 한복 등 렌털 품목도 다양하다. 배우자 이외에는 뭐든지 빌려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줄리앙모나띠는 지난해 10월 고급 머리핀을 빌려주는 이색 렌털을 시작했다.
연회비 10만원을 내면 한달에 한번씩 제품을 바꿔 주는데 회원이 100명을 넘었다. ㈜아기즈는 순면 아기 기저귀를 가정까지 배달해준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달에 모두 200장의 기저귀를 빌려주고 4만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지난 2001년 9월 시작해 지금은 가맹점이 30개나 된다.
◇경쟁 치열해져 판도 변화 불가피
업계는 비디오 도서대여점을 제외한 렌탈 업체가 총 1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건설 중장비 대여를 뺀 시장 규모만도 1조원에 이른다. 렌탈 전문 포털사이트인 이렌트(www. erent.co.kr)의 전성진 사장은ꡒ시장이 해마다 20~30%씩 커지면서 두가지 품목 이상을 취급하는 종합렌탈 회사가 서울에만 30개를 넘는다ꡓ며ꡒ그런데도 렌탈을 이용 해본 소비자는 10%가 채 안돼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ꡓ고 말했다.
그러나 렌탈 업계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제품의 대여 회전율을 높이는 게 숙제다. 대여료 수입이 제품 가격의 세배 이상이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으나 녹녹치 않다. 신제품과 고급품을 선호하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계속 투자도 해야 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률은 높아진다. 반면 대부분의 업체가 다섯명 안팎의 직원으로 접수, 배달을 도맡아 할 정도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영업방식이 단순하고 초기 자본도 많이 들지 않아 난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인수․합병 바람도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