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1월 25일 DAC 회원국이 됨으로써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원조국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1 우리나라가 11월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DAC는 개발도상국 가운데서도 사정이 어려운 나라에 일정액 이상의 개발협력원조를 하는 나라들의 모임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가운데에서도 진정한 선진국 모임으로 통한다.
#2 한국에서 46년 동안 활동해온 유엔개발계획(UNDP) 한국사무소가 12월 말로 문을 닫는다. 1963년 서울에 설치된 UNDP 한국사무소는 농업, 과학기술, 교육 등 한국에 대한 원조사업을 관장해왔으나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 대신 정부는 UNDP에 신탁기금을 출연키로 하고 방한한 헬렌 클라크 총재와 11월 23일 협정을 맺었다.
최근 일어난 이 두 사례는 한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수원국이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외 원조는 그 규모나 실태를 따져볼 때 여전히 선진국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원조의 절대 규모가 한국의 경제력에 여전히 못 미친다. 2008년 기준 한국이 제공한 공적개발원조(ODA)는 8억 달러 안팎으로 국가별 순위로는 19위에 해당한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비율은 0.09퍼센트다.
유엔의 권고치인 0.7퍼센트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DAC 평균치인 0.3퍼센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DAC 회원국 국민이 1인당 1백34달러를 개도국 발전을 위해 지원했다면 우리는 1인당 16달러를 기부한 셈이다. 정부는 해마다 예산을 대폭 늘려 2015년까지는 0.25퍼센트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 수원국에서 공여국 탈바꿈
절대 액수도 문제이거니와 한국이 제공하는 ODA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DAC가 권장하는 규범과는 동떨어져 있다. 우선 유상 원조의 비율이 40퍼센트를 넘어 무상 원조가 절대적 비율을 차지하는 DAC의 추세와 어긋난다. 또한 원조를 제공하고서도 사용 방법에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는 구속성(tied) 원조가 75퍼센트에 이르는 것도 2002년 채택된 DAC의 비구속화 협정에 어긋나는 사항이다.
이는 정부가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조성하고 본격적인 대외 원조를 처음 시작하면서 ODA를 수출 확대와 해외시장 개척 등 경제적 이익과 연계시켜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ODA는 외교통상부가 관장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집행하는 무상 원조와 기획재정부가 관장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하는 EDCF를 통한 유상 원조(양허성 차관)로 크게 나뉜다.
이 가운데 EDCF 원조는 주로 개도국의 인프라 건설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집행되며 공여국인 한국의 자재나 장비, 인력을 사용하도록 조건을 붙이고 있다. 이는 ODA 사업 또는 후속 사업과 경제적 이익을 연계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DAC는 원조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구속성 원조를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DAC 회원국이 집행하는 ODA는 거의 비구속성이며 유상 원조의 비율도 최근에는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이 DAC 회원국에 걸맞은 ODA 공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상원조와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을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게 대폭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