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의 ‘난타’ 전용관. 이곳은 코엑스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회의가 끝난 후 꼭 방문하는 필수 관광 코스 중 하나다. ‘난타'는 주방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사물놀이로 표현한 공연으로 ‘요리’라는 보편적인 소재와 번역이 필요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독특한 매력으로 외국인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강남 난타 전용관을 찾는 관람객의 70~80%가 외국인이다. 이 같은 성과는 관람 수요가 국내 관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일찌감치 외국인 관광객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강남 난타 전용관은 코엑스에서 회의를 마친 외국인들이 꼭 한번씩 들르는 필수 관광코스다. (사진=PMC프로덕션)
외국의 경우 국제회의나 박람회 등 참가자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 해당 국가를 관광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이 경우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높게 나타나는데, 공연 ‘난타’는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코엑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전용관을 마련하고 외국인 관람객 유치에 나선 것. MICE 산업이 문화산업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흐름에 맞춰 코엑스 역시 건물 내부에 대형 전통문화 공연장을 설치하고, ‘난타’와 같이 한국 전통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공연을 주로 유치한다는 계획. 이와 함께 코엑스는 2010년까지 연간 80여 차례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아시아 1위의 '허브 컨벤션센터'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기존의 전시·컨벤션 산업과 문화를 합친 또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중형차 1대 수출과 맞먹는 MICE 관광객 3명
MICE란 회의·인센티브 관광·컨벤션·전시 등 회의산업을 일컫는 용어로, 최근 고수익을 창출하는 관광산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MICE 관련 관광객의 경우 일반 관광객보다 소비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국가 이미지 제고 등 파급 효과가 커 중국·일본·싱가포르·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중이다.
MICE 관광객의 씀씀이는 일반 여행객의 두 배가 넘는다. 숙소와 회의 참가비는 단체에서 지원하고, 추가로 주어지는 관광 시간에 여유 있게 자신의 돈을 쓸 수 있기 때문. 한국관광공사가 밝힌 2007년 기준 국제회의 참가자들의 1인당 직접 지출은 평균 2,488달러로 일반 관광객의 2.8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MICE 관광객 3명을 불러들이면 1500㏄ 자동차 1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MICE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해지는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회의 참가자의 경우 각국 해당 분야의 여론 주도층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회의 참가 뒤 고국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홍보맨이 된다는 것. 이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 제고 효과로 이어진다.
관광객 유치의 패러다임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가느냐’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MICE 산업이 미래 관광산업의 꽃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MICE 산업의 미래 밝은 편…인프라 부족 아쉬워
우리나라는 지난해 6백여 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MICE 산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45%에 불과해 미국 2%, 싱가포르 1.9% 등에 비해 그 비중이 낮은 편이다.
특히 MICE 산업의 경쟁력인 컨벤션센터의 수용 능력 면에서 한국의 사정은 열악하다. 대규모 회의가 주로 열리는 서울의 컨벤션 시설은 코엑스와 SETEC 단 2곳, 총면적 4만3천 제곱미터다. 시설수나 규모 면에서 중국 베이징(22만제곱), 상하이(36만4천제곱)에 비해 모두 크게 뒤진다. 국내 최대 전시장인 서울 코엑스의 경우 전시장 가동률이 사실상 100%에 달해 이미 ‘오버부킹’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이 경제적으로 도약하면서 매년 대규모 컨벤션 개최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시설이 안돼 놓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가 1만 명 규모의 중국유한 공사 회의 및 관광을 유치하려다 코엑스 시설 예약이 모두 끝나는 바람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MICE 산업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경쟁 도시와 비교해 서울은 문화와 기술은 물론 접근성 측면에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MICE 개최지 선정기준이 휴양지형에서 컬처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겐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관광마케팅의 추성엽 마케팅본부장은 “지금까지 인센티브 여행이나 기업회의 등은 휴양지 위주로 진행됐는데 최근 들어 ‘휴양지는 식상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목적지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역사와 전통에 최신 정보기술(IT)의 흐름도 느낄 수 있는 한국이 유치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 관광(기업 보상관광)객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올 8월 말까지 관광공사가 유치한 인센티브 방한객은 49,651명으로 신종인플루엔자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대비 18%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연말까지 20%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내년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이번 정상급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경우 경제적 파급 효과 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돼 국내 MICE·컨벤션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유치가 우리나라 MICE 산업의 혁명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다.

정부, MICE 예산 두 배로 확대
MICE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발검음도 빨라졌다. 정부는 MICE 산업을 17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선정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시컨벤션육성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인프라 확충을 위해 잠실운동장~코엑스~SETEC을 연결하는 ‘컨벤션 벨트’를 구상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특히 내년 ‘한국 방문의 해’에 맞춰 MICE 관광을 핵심 과제로 선정, 예산 12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이와 함께 MICE 유치·개최 지원 상한금액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MICE 단체관광객에 대한 원스톱 비자발급 서비스를 확대키로 했다. 마이스 복합단지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관광기금 지원 확대 등도 검토 중이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서울과 지방에 흩어져 있는 전시장으로 인한 교통·숙박 등의 불편을 감안해 MICE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이스 동맹(MICE Alliance)’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 코리아컨벤션뷰로의 김건수 본부장은 이를 통해 “국제회의와 컨벤션만이 아닌 다양한 마이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자체의 국제회의·박람회 유치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