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중학교 때 학업을 중단했던 두 아들이 다시 공부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제대로 다녔다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큰 아들은 고입검정고시 합격에 이어 대입검정고시 준비에 들어갔고, 그보다 한 살 아래 작은 아들은 탈학교청소년을 지원하는 ‘디딤돌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취업 후 일상생활이 규칙적으로 변해가고, 자녀문제 또한 하나하나 해결이 돼가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2 부천에 사는 최명권(42·가명)씨는 요즘 일이 늦게 끝나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방과후 돌보미가 집으로 찾아와 홀로 지내는 초등학생 딸아이의 저녁식사며 숙제 등을 꼼꼼히 챙겨주기 때문이다.
최씨는 한때 금형프레스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몇 해전 크게 사기를 당하고 사업체를 닫은 후 지금은 기초생활수급에 의지하는 처지가 됐다.
생활이 어려워진 후 아내와도 헤어졌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딸아이의 보육과 병행할 수 있는 직장은 찾기 어려웠다. 더욱이 사업 실패로 부채가 쌓인 뒤로는 새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월급은 고스란히 채무자에게 넘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최근 이 두가지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방법을 찾았다. 월급은 더 이상 차압당하지 않게 됐으며, 딸 아이는 정부의 방과후아동돌봄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오후 8시반까지 딸아이를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와 최씨의 이같은 기분좋은 변화는 모두 보건복지가족부의 ‘희망리본프로젝트’를 알게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희망리본프로젝트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알선 및 교육, 그리고 지속적인 취업 유지를 위한 각종 돌봄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단순히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1:1 개별 상담을 통해 해당자가 안정된 일자리를 얻는데 장애물이 되는, 예컨대 자녀보육이라든지 신용상태 등의 문제까지 파악해 기존의 복지 울타리를 이용해 이들 문제까지 해결토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김씨와 최씨 모두 희망리본프로젝트의 담당 매니저에게 자신의 사정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취업에 장애물이 되는 자녀 보육과 교육, 신용불량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 일자리원스탑중앙센터의 황미영 기획팀장은 “희망리본프로젝트는 기존의 취업알선 서비스와 달리 고용과 복지를 통합·연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프로그램 참여자별로 배정되는 담당일자리 매니저는 해당자의 취업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상담하고 함께 해결하고자 애쓴다”고 말했다.
실제로 희망리본프로젝트는 각 신청자마다 담당일자리매니저를 두고 취업의 준비부터 유지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만약 근로능력은 있으되 근로의욕이 없다면 상담과 교육을 통해 근로의욕을 북돋우며, 근로의욕은 있으되 기술이 모자란다면 기술 교육을 병행한다.
혹, 용모 등이 단정치 않아 구직에 문제가 있다면 겉모습을 깔끔하게 꾸며주는 작업까지도 진행한다. 상담을 통해 본인이 희망하는 직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과 훈련 등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욱이, 일단 취업에 성공한 이라 할지라도 꾸준한 사례관리를 통해 고용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희망리본프로젝트의 핵심사업.
우선, 당장의 소득이 생겨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제공하던 각종 지원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의료, 장제, 해산 등에 대한 지원은 최대 3년간 유지시켜줌으로써 자립의 완충시기를 두고 있다.
또 취업 후 부적응 등으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담당일자리매니저가 취업자와 고용주간의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혹 고용 후에 생기는 문제점 등에 대해 꾸준히 상담하고 해결책을 찾아간다.
황 팀장은 “취업자에 대한 고용주나 동료들의 편견을 해소하고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취업자 이름으로 직장에 간식을 보낸다거나 추석선물을 제공하는 등의 ‘물 밑 지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희망리본프로젝트는 사업 시행 6개월이 지난 9월 현재 프로그램 참여자의 26.4%가 취업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고용유지율도 전체 취업자 대비 74.1%로 높은 편이다. 취업자의 평균 연봉 역시 1378만원으로 향후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밝게 해준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희망리본프로젝트가 보여준 성과는 기존의 자활사업의 성과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향후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희망리본프로젝트는 보건복지가족부 주관사업으로 경기도와 부산광역시에서 시범 운영된다. 지원대상은 각 지역마다 1000명씩. 지원기간은 일 년이다. 내년에는 전북과 인천으로 사업지역이 확대될 예정이다. 참여 희망자는 각 지역 동사무소에서 문의 및 신청할 수 있다.
황 팀장은 “희망리본프로젝트의 리본은 ‘다시 태어나다(re-born)’란 의미의 영어적 표현”이라며 “희망리본프로젝트가 일하고 싶어하고 또 일할 수 있는 이들이 다시 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