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의 고통을 술에 의지해 풀려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특히 최근에는 실직자뿐 아니라 회사원, 교사, 공무원 등 안정된 직업을 가진 직장인과 여성들까지도 쪼들리는 가계와 업무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입에 대다ꡐ알코올 의존증ꡑ(Alcohol Dependence)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않다.ꡐ중독ꡑ이라 이름지을 수 있는 정신질환 중에서 가장 오래 되고 널리 퍼져 있는 병이 알코올 중독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무관심하기 쉽고 치료받으려 하지 않는 병이기도 하다. 최근 청소년, 여성 등으로 음주인구가 점점 확대되면서 이런 알코올 중독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알콜중독에 대해 집중취재했다.
실직자에서부터 회사원, 교사, 공무원까지...청소년, 여성 알코올 중독자도 증가 추세
술은 수천년 전부터 인류의 오랜 동반자였다. 나라마다 여러 가지과일과 곡식을 이용하여 고유의 술을 만들어 즐겨왔으며, 곡식이 부족한 몽고지방에서는 말의 젖을 이용하여 술을 만들기도 했다. 술은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긴장을 완화시켜 주며 통증을 경감시켜주기도 한다.
또한 적절한 음주는 허혈성 심장질환을 예방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술은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일으켜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교통사고, 폭력사건 등이 술로 인해 생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잘못 형성된 음주문화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 많은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의 술 소비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 때 국민 1인당 술 소비량 세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1인당 소주 59병(360㎖),맥주 86병(500㎖),위스키 1.3병(500㎖)을 마셨다고 한다. 이같은 엄청난 술 소비는 많은 알코올 중독자를 양산하기 마련. 2001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5.9%(남자 25.2%,여자 6.3%)가 일생 동안 한 번은 알코올 중독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알코올 중독 유병률은 지난 1994년 2.2%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 향후 여성 음주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스스로 파는 무덤
ꡐ알코올 중독ꡑ(Alcohol Intoxication)은 사실 공식적인 의학용어는 아니다. 친숙성과 인지도 때문에 의사들도 그 병명을 쓰고 있을 뿐이다. 실제 정신과에서 통용되고 있는 알코올 관련 정신장애 중ꡐ중독ꡑ에 해당되는 질환은ꡐ알코올 의존ꡑ과ꡐ알코올 남용ꡑ이다.
알코올 의존은 ①취하기 위해 점점 많은 술을 마셔야 하는 내성 ②술을 끊거나 평소보다 줄일 경우 불면증, 초조, 손떨림 등과 같은 금단현상 ③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 또는 더 오랫동안 술 마시는 증상 ④술을 끊거나 줄이려고 노력하나 계속 실패 ⑤술을 깨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 ⑥술 때문에 사회적, 직업적 활동 또는 여가를 줄이는 증상 ⑦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음에도 술을 마시는 등 7가지 증상 가운데 1년간 3개 이상 있으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또 알코올 남용은 ①술로 인해 직업 혹은 학교, 가정에서 중요한 업무 수행 불능 ②술을 마시면 위험한 신체질환이 있음에도 술을 계속 마심 ③술과 관련된 법적 문제 발생 ④술 때문에 사회 또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음에도 술을 마시는 증상 등 4가지 가운데 1개 이상일 때 해당된다.
을지의대 정신과 김선욱 교수는ꡒ이를 현실에 적용하면 자주 음주운전을 하거나 적발된 경우, 의사가 금주할 것을 권했는데도 술을 못 끊는 경우, 술 때문에 자주 직장에서 경고를 받거나 해고당하는 경우, 술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고 가정불화가 있는 경우 등을 경험했다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봐야 한다ꡓ고 지적했다.
◇금단 증상 상상 초월
매일 소주 2병의 주량을 자랑하던 유모씨(41)는 지난 2001년 7월 한 할인매장 주차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다행히 곧바로 병원에 실려갔고 이내 멀쩡해졌다. 유씨가 두번째 실신한 것은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던 도중. 어지럼증을 느낀 후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몸이 좋지 않아 술을 끊은지 닷새만이었다. 병원에서는 술로 인한 금단증상이라고 했다. 유씨는 현재 항 갈망제 등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의 금단증상은 매우 심각하다. 대개 몸에 어느 정도의 알코올이 남아있지 않으면 손을 떨거나 진땀을 흘리고, 헛것을 보는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매번 음주량이 늘고, 자제력도 없어진다. 술을 끊으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거나 안절부절 못한다. ꡐ진전섬망ꡑ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는 술을 끊은지 2~5일 후 의식이 혼탁해지고, 잠을 못이루며 땀이 나는 현상이다. 심하면 작은 곤충이나 동물, 그림자 등이 발밑이나 피부에 기어다니는 듯한 환각에 빠지기도 한다.
음주를 장기간 지속할 경우 우리의 뇌 세포는 알코올에 적응하는 쪽으로 변해 더 많은 자극(알코올)을 원하게 되고, 술을 안 마시면 불안․초조해지며 땀이 나고 피로감․무력감에 빠지고 구역질이 나는 등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술 끊어도'유사 금단현상'지속
술은 한두 차례 먹는다고 즉각적으로 알코올 중독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보통 10대 후반에 술을 처음 마시기 시작해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술자리 횟수가 많아지면서 일부 사람들은 30대 후반부터 간경화, 알코올 중독 등 알코올 유도성 장애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알코올은 음주 초기단계에서는 뇌 속의 가바(GABA)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엔엠디에이(NMDA) 수용체를 억제함으로써 불안 해소, 진정, 수면 등을 유도한다. 그러나 음주를 지속적으로 하면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알코올에 의해 강화됐던 가바 수용체의 활성은 감소하고 엔엠디에이 수용체의 활성은 증가함으로써 불안․초조 등 금단현상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ꡐ유사 금단현상ꡑ이 심해질수록 술에 대한 갈망이 커져 음주를 하게 되고, 술을 마시면 유사 금단현상이 더욱 강화되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진다. 특히 한번 알코올 중독에 빠졌던 사람들은 금주를 하는 중에도 유사 금단현상이 사라지지 않아 술의 유혹에 쉽게 굴복해 알코올 중독증이 재발하곤 한다.
◇마약처럼 뇌 쾌감중추 자극
술을 먹으면 기분 좋은 느낌이나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우리 몸속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마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엔도르핀(오피오이드)과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의 영향이다. 알코올이 뇌를 자극하면 엔도르핀을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엔도르핀은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활성화된 도파민이 음주로 인한 짜릿한 쾌감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쾌감중추를 자극함으로써 음주자는 다행감, 쾌감, 즐거운 기분 등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뇌 속 감정의 중추인 변연계에서 복측피개-측중격핵-전전두엽을 연결하는 뇌 보상회로를 통해 일어난다. 마약, 흡연, 도박, 섹스 등도 술과 마찬가지로 뇌 보상회로를 통해 중독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유전적 요인 또는 성장기 환경에 의해 몸속 엔도르핀이 결핍돼 있을 경우 쾌감중추를 자극하기 위해 알코올 섭취에 집착해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술 대신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을 통해 쾌감중추를 자극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면역력 떨어뜨리기도
알코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주로 알코올의 혈중 농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인지 기능 및 감정조절의 장애,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의 간질환에 집중돼 이뤄져 왔다.
가톨릭의대 김대진 교수팀은 최근 숙취(술을 마신 뒤 일정시간이 지나 알코올이 분해되어 알코올의 혈중 농도가 0에 가까워지는데도 나타나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불쾌한 현상) 때 인체 면역계에 나타나는 영향을 연구해 세계적 중독의학 저널인 〈알코올〉에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김 교수팀은 정상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소주 한병 반을 마신 뒤 숙취가 유도된 13시간 뒤에 혈액을 채취해 술 먹기 이전의 혈액과 비교해 인터루킨 등 면역물질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면역기능의 변화가 숙취의 생리학적 특성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코올로 인해 혈중 면역물질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숙취와 같은 불쾌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에 치명적, 도수 높은 술은 구강암 등 원인
또 과다한 술은 우리의 몸을ꡐ허약한 뚱뚱보ꡑ로 만들 수 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1g 당 약 7kcal의 열량을 내는 고열량 식품이다. 그러나 영양소는 거의 함유하고 있지 않아 빈열량원(empty calorie)이라고 부른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술만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아 단백질과 비타민 그리고 무기질의 섭취가 부족한데다 알코올 자체가 이들 영양소를 많이 소모해 버린다. 특히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가 부족하기 쉽다.결국 과음하는 사람은 높은 칼로리 섭취로 인해 배가 나오고 비만하지만 실제 몸은 영양결핍에 시달리게 된다.
술에 의해 손상받는 대표적인 장기는 바로 간. 그러나 술을 마신다고 무조건 간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술에 의해 간이 손상받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하루에 마시는 알코올의 양과 알코올을 마신 기간. 아무리 많은 양의 술을 마셨더라도 기간이 짧은 경우 술을 끊으면 원상회복이 가능하다. 맥주처럼 알코올의 양이 4~5% 정도 밖에 안되는 약한 술은 아무리 마셔도 괜찮고 위스키 같이 독한 술은 조금만 마셔도 간에 해롭다는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간이 손상을 받는 알코올의 양은 하루 약 80g 정도.
소주 한 병, 포도주 한 병, 맥주 2 리터, 위스키 200 미리리터 정도가 여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정도의 양을 매일 마셔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이상의 양을 장기적으로 마셔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술은 또 암의 발생이 촉진한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구강을 통해 인두와 식도를 거쳐 위에 도달한다.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구강, 인두, 식도의 점막에 손상을 많이 주게 되며 이로 인해 구강암, 인두암, 식도암의 위험이 증가한다. 이 부위의 암은 술 뿐만 아니라 흡연, 아주 뜨거운 음식이나 차, 매연, 소금에 절인 음식 등에 의해서도 증가할 수 있다. 알콜의 도수 이외에도 알코올의 양이 많을수록 암의 발생이 증가한다.
◇여성 음주는 살인행위
여성의 알코올 중독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동반한다. 여성은 신체 구조상 남성에 비해 술에 약하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약 30%나 더 많은 알코올이 체내로 흡수된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체내 수분량이 적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알코올 농도가 남성보다 높아진다. 여러 연구보고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이 같은 양의 술을 마실 경우 여성이 더 빨리 간경화증에 이르며 그 비율도 남성보다 높았다. 즉 알코올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여성의 과도한 음주는 2세에까지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낳은 아기는 사망율이 높고, 병에 잘 걸린다. 정신적 결함을 갖고 있기도 한다.
임신한 여성의 경우 어느 정도의 음주가 안전한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신부의 혈중 알코올 농도의 85%가 태아의 알코올 농도로 나타난다. 임신 중 단 한번의 폭음만으로도 태아는 커다란 장애를 입을 수 있다. 태아의 주요장기가 형성되는 첫 3개월이 특히 중요하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낳은 아기는 사망율이 높고 안면기형, 뇌발달 장애, 소두증, 심장기형 등 전형적인ꡐ태아알코올 증후군ꡑ을 갖고 태어날 수 있다.ꡐ태아알코올 증후군ꡑ은 임신부가 임신초기에 매일 30g 이상의 알코올을 마신 경우 약 1%에서 생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용원 교수는ꡒ만성 알코올 중독자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안면 기형, 뇌발달 장애, 소두증, 심장기형 등 전형적인ꡐ태아알코올 증후군ꡑ을 갖고 태어날 수 있다ꡓ고 경고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엔 3~4명의 태아알코올 증후군 환자가 보고돼 있다.
부정심리 극복이 치료 출발점
서울 맑은세상 정신과 여운태 원장은ꡒ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알코올 중독 환자들도 술로 인해 상황이 아무리 나빠지더라도 그 원인을 알려 하지 않고 치료도 받지 않으려 하는 게 특징ꡓ이라며ꡒ이런ꡐ부정 심리ꡑ때문에 자신이 중독에 빠진 사실을 모르고, 상태는 더욱 나빠진다ꡓ고 말했다.
이런 부정심리는 가족들에게도 해당된다. 즉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이라는 것을 부끄러운 낙인처럼 생각해 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치료 및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따라서 알코올 중독 치료는 환자와 가족 모두 중독의 부정심리를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 가족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알코올 대사를 억제, 소량의 술을 마셔도 과음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약물을 쓴다. 아캄프로세이트나 날트렉손 등 항갈망제가 대표적. 치료기간은 3개월 이상에서 1년 정도면 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음주로 인한 부정적이고 습관화돼 있는 대처방식을 개선하고,음주가 아닌 좀 더 건강한 방법을 습득하도록 하는 치료법. 단주동맹(AA)에 가입해 치료받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가족내 갈등 또는 부부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가족 치료도 중요하다.
♠박스1
제목:ꡒ그래 결심했어, 술을 끊자ꡓ
부제:단계별 금주법
건강에 신경쓰기로 했다면 금주(禁酒) 결심 또한 빠질 수 없다. 술을 마시지 않기로 한 새해 첫 결심이 다소 흐트러졌다면 이제 다시 마음을 추슬러보자. 술을 끊을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만들거나, 전문 상담센터 또는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여러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금주법을 찾아 따라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단계별 금주법을 알아본다.
◆약해진 마음 다시 가다듬기
술을 안 마신 지 1주일 정도가 흘렀다면 몇 가지 금단현상이 지금쯤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불안하고 잠이 잘 오지 않고 자꾸 무엇인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며, 술을 많이 마셨던 사람이라면 손떨림 증세도 나타날 수 있다.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주변 정돈을 다시 해야 한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진용탁 정신과전문의는 ▲금주 결심을 술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에게 단호하게 알리고 ▲자신이 술 마시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고 감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술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스스로를 말릴 수 있는 비장의 카드도 마련해 두자. 전문의들은 ▲술을 자꾸 마시게 되는 상황과 장소를 적어 가지고 다니면서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 꺼내들고 금주 결심을 재확인하거나 ▲간기능 검사나 위 내시경 검사를 해,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오면 이 결과를 떠올리며 술충동을 누르라고 제안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ꡐ왜 술을 끊고자 하는지ꡑ에 대해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이태선 상담위원은 ▲건강문제나 배우자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목표보다 자신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표를 갖고 ▲중간에 실수했다고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되며 ▲금주에 강박관념을 갖기보다 왜 자신이 술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자기심리 분석을 해볼 것을 권했다.
◆상담센터나 자조모임의 도움 받기
혼자서 하는 금주 결심과 실행이 버겁다면 주변에 술문제를 상담하고 의지할 만한 곳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자조(自助)모임은ꡐ익명의 알콜중독자모임ꡑ(A.A.)이다. 술로 고통받았던 과거와 단주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했던 노력 등 서로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금주 결심을 굳히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구체적으로는ꡐA.A.12단계ꡑ라는 단주 과정이 있는데 ▲알코올에 무력한 자신을 시인하고 ▲술 먹고 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단계 등을 거쳐 술 안 마시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게 된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모임 가입과 활동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서 술을 끊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다짐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알코올 문제 전문상담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활용해 볼만하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국 17개의 알코올지역상담센터에서는 알코올 문제 관련 다양한 치료 방법이 제공된다. 문제음주자, 알코올의존자, 의존자 가족 등이 전문가한테 음주 문제에 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음주자 상태에 따라 알코올심리교육과 충동조절, 스트레스 관리요법 등의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상담센터를 통해 알코올중독 자조모임을 소개받는 등 지속적으로 재활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기관을 소개받는 것도 가능하다. 국가에서 관리․운영하고 있어 모든 상담과 치료가 무료이다.
◆병원에서 치료받기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술문제로 병원 찾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술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아예 안 마시지 않는 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술문제는 그만큼 스스로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알코올약물상담소 민호기 소장은 ꡒ▲스스로 술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가 ▲가족들이 술을 끊으라고 권유하는가 ▲낮술(해장술)을 마시는가 ▲필름이 끊긴 적이 있는가 중에서 한가지만이라도 해당되면 술문제가 있는 것ꡓ이라며 ꡒ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ꡓ고 말한다.
과거에 병원에서의 알코올중독 치료는 입원치료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외래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다. 알코올중독은 만성정신질환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신과에서 치료한다. 정신과가 있는 종합병원이나 국립정신병원에 따로 있는 알코올병동을 찾거나 알코올 전문 클리닉을 찾아가면 된다.
알코올클리닉에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된다. 약물치료는 알코올 대사를 억제해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과음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는 약물을 쓴다. 인지행동치료에는 술 마시고 싶은 충동에 대한 대처, 분노․우울․불안 감정 조절 등에 대한 대처법 훈련 등이 포함된다. 음주자의 상태에 따라 외래치료도 받을 수 있고 입원치료를 받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 자가진단법
자신은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술을 즐기는 애주가들이 많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 모임인ꡐAAꡑ가 제공하는 자가 진단 리스트로 알코올 중독 정도를 점검해 보자. 다음 질문에 5가지 이상ꡐ그렇다ꡑ고 답하면 알코올 중독전문 요양기관을 방문,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8가지 이상ꡐ그렇다ꡑ는 대답이 나오면 이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될 심각한 수준의 알코올 중독자다.
1.음주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충고나 간섭이 싫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2.취하지 않으려고 술의 종류를 바꾼 적이 있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3.최근 6개월 동안 해장술을 마셔본 적이 있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4.술 때문에 직장에 빠진 적이 있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5.술을 마신 뒤 술이 부족했다고 느낄 때가 많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6.음주후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7.사흘 이상 술을 마시지 않으면 고통스럽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8.술을 마시면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9.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적이 있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
10.술을 끊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①그렇다( ) ②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