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학교 자율화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
상태바
막무가내 학교 자율화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
  • 취재_남윤실 차장/김은예 기자
  • 승인 2008.05.13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 교육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우열반이 교실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는 많은 학교들이 동의를 했지만 학생들을 성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반교육적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에 대해 반대여론이 들끓자 시도부교육감회의에서는 이중 몇 가지는 반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 정책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요동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육계는 이러한 교육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잘못된 교육정책을 스스로 바로 세워야겠다는 신념으로 길거리로 나오고 있다.

학교 현실과 학생들을 고려한 정책이 우선
전교조 경기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등은 지난 4월 2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자율화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와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같은 날 오후 전교조 대구지부 역시 대구시교육청 분수대 앞에서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 규탄대회’를 열고 교육정책의 전면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모두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자율화에 대한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 위해 모였다. 이렇듯 교육과학기술부의 ‘4.15 학교 학원화 추진계획’이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은 이미 지난 16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과부의 4월 15일 발표는 학교자율화가 아닌 ‘4.15학교 학원화 정책’이며 ‘공교육포기 선언’으로 간주하여 전면 백지화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습니다’, ‘학교의 다양성을 살리고 학생의 창의력을 살려서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겠습니다’라는 구호로 교육 공약을 내세운 바 있지만 이러한 상황 가운데 실제로 이명박 교육의 교육 정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전 ㄷ초등학교의 장모(여, 39세) 교사는 “정책을 만드신 분들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셨겠지만 일단은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서 빨리 빨리 그것을 정리하고 정리된 부분에 대해서는 적용시킬 수 있는 심의가 필요합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결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적으로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입장은 수준별 수업을 넘어 단순히 석차만으로 우열반을 편성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전 ㅅ초등학교의 변모(여, 50세) 교사는 “교과 전체의 석차 기준으로 수준별 반 편성을 하는 것은 현재의 특성화 교육에 위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것은 아이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교육 전체적인 기본 방향이 틀렸음을 지적했다.

뿐만이 아니다. 방과 후 학교 운영계획과 학사 지도지침을 폐지하면, ‘학교의 24시간 학원화’를 정부가 앞장서서 부추기는 꼴이 된다. 사실상 학생들을 무한·과열경쟁으로 몰아넣고 성적으로 서열화한다는 지적을 받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원자율화계획’이 경기도 내 고교 곳곳에서 시행중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 등 3개 단체 경기도 지부는 4월 2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의 실태를 조사해 공개한 것이다. 이들은 “금지 지침이 분명히 있는데도 상당수 학교가 이를 어기고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면서 차별·서열화 교육을 강행하고 있다”며 “도 교육청은 이를 묵인·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적·획일적 보충수업과 새벽별 보고 아침밥도 굶은 채 등교하는 0교시 수업의 확산은 교과부가 겉으로만 자율성을 얘기하고 실질적으로는 간접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반대하기 위해 전교조 등은 0교시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자율화 계획이 폐지될 때까지 1인 시위와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하니 이것에 대한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학원 강사의 방과 후 학교 참여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원 강사가 와서 수업을 하게 되면 일반 교사들과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학원을 선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전락해서 결국은 사교육에 대한 강사들의 악용이 우려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학원에 대한 간접적인 광고가 될 것이므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으며 모 중등교사는 “무엇보다도 기본 검증을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원 강사는 그 기준에 대해 모호한 상태이며 학력에 대해서도 허위가 많습니다. 그것에 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부모에게 가기 때문에 교사를 믿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합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정부의 학교교육 자율화 방안을 놓고 각각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교 현장, 바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의 목소리야말로 가장 귀 기울여야 할 몫이 아닐까 한다.

 
공교육의 의미 퇴색, 사교육 시장 번성

   
▲ 4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학교자율화 반대 청소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학교자율화 추진이 사교육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방과 후 학교는 민간 영리단체의 위탁경영이 허용되고 그 범위도 영어는 물론 수학, 논술 등 정규 교과목을 포괄하는 수준이어서 사교육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16일 사교육 관련 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학원 체인을 운영하는 디지털대성, 방과 후 학교의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는 에듀박스, 영어교재 출판 전문회사인 능률교육은 이날 코스닥시장의 약보합세 속에서도 장중 한때 상한가(15% 상승)를 기록했다. 디지털대성은 8.67%, 에듀박스 5.33%, 능률교육은 4.56%가 올랐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오히려 교육정책의 방향은 사교육을 증진시키고 있고 사교육 시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제일학원 김민호 원장은 “교육에 대해 혼동이 오는 시기에 학부모들이 매우 불안해합니다. 불안한 심리적 요인 때문인지 학부모들은 학원에 더욱 의지하려는 성향이 짙으며 이럴 때 학원은 호재입니다”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지자체나 학교를 대상으로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듀피알 남세현(남, 45세) 대표는 “지금 사교육계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사교육이 증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고 특히 방과 후 학교 교재를 만드는 출판업계는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학교의 기능은 단순히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로부터 예절, 인성 등을 배우고 친구들 간에 관계에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번 정책은 학교의 기능을 성적 올리는 데만 급급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극심한 입시경쟁으로 몰아넣는 비교육적 처사

새 정부는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우리 아이들을 21세기에 걸 맞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성장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자율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을 내걸고 새 정부는 이제까지의 우리 교육의 최대 병폐로 자타가 인정하는 ‘획일적 타율적인 입시경쟁교육’을 더 한층 강화하려는 경거망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숙자 회장은 “교과부는 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자유롭게 사고하며, 자유롭게 공부하여 자신들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 자신의 인생 진로를 선택하여 살아가도록 도와주지 않고 모든 아이들의 삶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려 나서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겉으로는 학교 자율화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공교육의 최소한의 의무마저 방기한 무책임한 학교 자율화 정책이며, 실로 학교의 학원화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교육시장화의 선전포고입니다. 따라서 이는 학교 자율화가 아니라 학교의 학원화 정책입니다”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측은 학교 운영의 자율성 확대로 일어날 수 있는 과도한 권한 집중과 교과위주 교육의 문제점을 우려하여 시·도교육청과 학교내부의 자율통제 기능 강화를 제시하고 있으나, ‘4.15 학교 학원화 정책’은 입시교육 강화 권한의 길로써 학교의 민주적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오히려 학교 자율성을 훼손하여 교육의 생명력을 심각하게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용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이모 씨(여, 45세)는 “학교자율화의 미명 아래 전국의 학교는 새벽부터 밤까지 획일적 입시교육에 총 매진할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결국 각 학교간의 경쟁의 치열해 질것이며 그 속에서 힘들어하고 분노와 항의를 불어 일으킬 사람은 결국 학생들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자녀가 좋지만 그렇다고 내 자녀가 학업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학업 이외에 청소년기에 배워야할 많은 것들을 저버린 채 입시에만 매달린다면 부모로서 마음이 아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 전교조 경기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등은 지난 4월 2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자율화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와 도교육청에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성적보다 사람을 보는 정책 원해
주간<교육희망>이 교육부 계획 발표 직후인 지난 4월 17일 서울지역 19개 고교 2학년생 1,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한 긴급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생의 대부분인 83.4%가 ‘교과부 계획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16.6%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0교시·우열반·야간 보충수업 부활을 뼈대로 한 ‘4.15 학교학원화 추진계획’(4.15계획)에 대해 고교생 대부분이 ‘입시경쟁교육이 심해질 것’(84.9%)이며 ‘건강도 더 나빠질 것’(73.2%)으로 판단하는 등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들은 우열반 허용에 대하여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열반이 교실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는 많은 학교들이 동의를 했지만 학생들을 성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반교육적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목소리가 거셌다.

용전중학교 1학년 이예린 학생은 “잘하는 애들은 계속 더 잘하게 되고, 못하는 애들은 못하게 될 것 같아요. 못하는 애들 모아 놓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따라가기가 힘들어요”라고 말했고, 대전예술고등학교 2학년 서은실 학생은 “공부를 못하는 애들은 자기가 못하는 것을 알아서 더 공부를 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성적이 더 떨어지게 될 거에요. 차라리 골고루 섞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우열반 허용에 대해 걱정스런 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우열반을 실시하는 미국의 경우, 학업성취도와 가정 배경의 상관관계가 높아서 학업성취도 기준으로 반을 편성해도 열반 학생이 우반으로 건너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화여대 김안나 교수는 “열반 학생은 자아개념도 낮아지고, 교사들이 열반 수준에 맞춰서 가르치기 때문에 대학진학 준비와 관련된 고난이도 학습의 기회까지 줄어드는 등 낮은 학업수준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섞이는 것이 교육에는 좋은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한 교실 내의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공교육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업성취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학급을 편성하여 동질적인 학습 집단을 구성해 주는 것은 교육의 기본적인 원리에 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열반을 통해 교육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보다는 학생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덜덜거리는 이명박표 불도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경제 제일주의, 실용외교 등에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성향 때문인지 당선 직후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함께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서 일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대학 교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 목소리들이 터져 나와 그 어느 때보다 교육계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한편 지난 4.15 교육 자율화 발표로 또 다시 이 대통령의 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장의 교사들과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은 그의 불도저식 교육 정책 추진이 다시 한 번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모 교사는 “우리나라는 정책이 하루 아침에 확확 바뀝니다. 현장의 목소리라든지 아이들의 감정들을 생각해서 멀리, 길게 잡고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불도저는 지면을 깎아 요철을 평평하게 하기도 하고 그 밖에 나무를 쓰러뜨리거나, 뿌리를 뽑거나 눈을 치우는 등의 작업에도 사용된다. 이러한 불도저의 특성처럼 혼란스럽고 갈등이 있는 문제는 의견을 절충하고 뿌리 뽑아야할 악습과 정책에 대해선 과감히 추진하여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을 위한 정책으로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 학교 교육의 수월성과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