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12년 만에 그토록 고대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날 KIA와 SK의 프로야구 경기는 그야말로 한국시리즈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남을 만큼 한편의 드라마보다도 더욱 극적이었다.
경기 초반은 ‘승리의 여신’이 SK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SK는 4회초 공격 선두타자 정근우의 중전 안타 뒤 박정권의 평범한 플라이볼 같았던 공이 볼대를 맞으며 예상치 못한 홈런으로 연결돼 2-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SK는 그 기세를 몰아 5회 공격에서 1사만루 상황을 연출, 박정권의 내야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3-0으로 달아났다. 이어 6회 공격에서도 2점을 뽑아내며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에 한 발짝 다가가는 듯 했다.
그러나 정규 1위팀 KIA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KIA는 5회말 최희섭의 중전안타와 김상현의 진루타로 1사 2루 기회를 잡았고, 이후 고졸 신인 안치홍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나지완이 무사 1루 상황에서 SK의 두 번째 투수 철벽 마운드 이승호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리의 불씨를 되살렸다. 뿐만 아니라 KIA 불펜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1,5차전 승리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와 특급 마무리 유동훈을 투입하는 등 SK 강타선을 봉쇄했다.
결국 이날의 승부는 9회말이 되서야 알 수 있었다. 정규이닝이 끝나는 9회말 KIA의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김원섭이 내야 땅볼로 아웃되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번타자 나지완이 등장했고, 나지완은 SK의 수호신 채병용 투수를 상대로 드라마 같은 끝내기 1점 홈런을 터트리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로써 나지완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KIA의 우승이 확정되자 잠실벌은 KIA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고, KIA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KIA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V10’을 달성한 명장 조범현 감독의 얼굴에는 연실 웃음꽃이 피어났다. 조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를 통해 “스태프 분들의 애정과 열정이 있기에 오늘의 KIA가 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고생한 코치들에게 고맙다. 또 이종범과 김상훈 등 잘 따라 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면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 감독은 끝내기 홈런을 친 나지완에 대해서는 “나지완은 어린 선수지만 긴장을 별로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경기를 즐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면서 “타격 페이스나 성격 등을 봤을 때 나지완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19연승이라는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하며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에 나섰던 SK는 김광현, 박경환, 전병두 등 주축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보여 많은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1인자는 바로 나’ 김연아 세계최고 자리 등극
‘금빛요정’ 김연아(19, 고려대)가 두 대회 연속 역대 최고점 경신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2009-2010 시즌 첫 대회부터 금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가 됐다. 지난 10월18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 -베르시’ 빙상장에서 치러진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는 총점 210.03점을 받으며 역대 최고점을 기록,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07.7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으며 여자 싱글 선수로는 사상 처음 마의 점수라 불리는 200점대를 돌파했던 적이 있다. 이로써 김연아는 자신이 세운 최고 기록을 스스로가 갈아치운 셈이 됐다.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을 맞은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기쁘다”면서 “최근 두 시즌 연속 좋은 결과를 얻어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 10월19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가 발표한 랭킹에 따르면 김연아가 랭킹포인트 3,960점으로 141일 만에 피겨 여자싱글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3,861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반면 김연아의 라이벌로 알려진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3,779점에 그쳐 아쉽게 3위에 만족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 “청소년 선수들 K리그에 무관심 충격”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이집트월드컵에서 18년 만에 8강 진출을 이끈 수장 홍명보 청소년대표팀 감독이 청소년대표 선수들이 국내 K리그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지난 10월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홍명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해외리그에 나가서도 관심 받지 못하며 2군에 머물러 있다면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한국 축구의 발전은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놀라운 사실은 어린 선수들이 K리그 진출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선수들이 J리그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청소년대표 선수들의 무차별적인 J리그 진출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J리그 진출을 원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 국내 K리그의 무관심과 드래프트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감독은 “K리그가 대안책을 제시해 어린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실패라는 쓴맛을 보지 않게 최대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린 선수들이 일본에 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운동하는 상황은 최소한 만들어주지 않길 바란다. 한참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이에 K리그에서는 어린 선수를 육성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홍 감독은 “J리그에 진출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일본은 20세 이하 청소년 선수들에게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K리그에서는 한국 20세 대표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라며 “우리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뛸 수 있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