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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통해 제약산업에서 절대적 우위 선점
미국 이론경제학자 슘페터는 제약산업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혁신과 발견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천연물에서 API(유효성분 :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를 분리·정제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수율은 극히 낮은 딜레마를 화학적 합성기술을 이용해 획기적으로 발전한 제약산업과 가장 부합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의 이론을 제약산업에 적용한다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혁신은 신제품, 즉 신약개발일 것이다. 이런 제약산업의 혁신성에 대한 옹호자와 비판자간의 논쟁의 근거가 특허 출원의 수와 연구개발비용, 연구개발의 자원배분, 생산성 측정지표, 신약발매의 수, 고학력 연구인력의 비율 등 대부분의 연구개발과 생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도 결국 제약산업 혁신의 핵심이 연구개발을 통한 신약 또는 신기술 개발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신약의 발매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경쟁국면을 발생시킨다는 측면에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전형적인 모델이라 하겠다. 또한 획기적으로 출시된 제품이나 기술, 조직력으로 절대적인 경제적 이익을 획득한 기업은 이러한 시기에 기존 경쟁우위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던 기반을 뒤바꾸는 충격이나 불연속성이 기존에 강점이 되는 요소를 파괴하고 새로운 것으로 바꿈으로써 중단되고, 이를 개척하는 기업은 다음 경쟁이 평정될 시기를 만들어 적어도 일정기간동안 절대적인 부를 창출하게 된다. 이것은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Pfizer)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인류가 발현한 이후 인간은 끊임없이 병원균으로 알려진 각종 세균들과 싸워왔다. 하지만 페스트와 발진티푸스, 인풀루엔자 등 수 많은 전염병이 휩쓴 뒤에는 죽음과 고통만이 남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의 개발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도전이었다. 1928년 세균학자였던 알렉산더 플레밍은 페니실리움(penicillium)에서 분비되는 곰팡이액(mold juice)에 병원균을 죽이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의 의료처치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페니실린을 생산할 수 없었고, 그의 발견은 단순한 실험적 호기심으로 마무리되었다.
1941년 화이자의 존 데이븐포트(John Davenport)와 고든 크레그월(Gorden Cragwall)은 콜롬비아대학 연구원들이 영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거하여 페니실린이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자료를 발표하는 심포지움에 참가하게 된다. 이곳에서 이들은 이 신비한 약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그동안 인류가 싸워온 병원균으로 인한 전염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후 3년간 회사의 모든 자원을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에 쏟아 붓는 모험을 시작했고, 창내탱크 발효기법을 이용해 대량생산에 성공하였다.
당시 2차 세계대전을 치루고 있던 미국은 전쟁구호를 위해 대량의 페니실린이 절실했다. 이때에 페니실린 대량생산할 수 있었던 화이자의 우수한 제조공정을 인정한 미국은 19개 업체에게 화이자의 창내탱크 발효기법을 이용한 항생제 생산을 허가하였지만, 이들이 제조한 페니실린은 화이자의 기술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수준이나 품질에는 못 미쳤다. 이로 인해 1944년 연합군과 함께 노르망디에 상륙한 페니실린의 90%는 화이자의 제품이었고, 남은 전쟁기간 동안 연합군에 의해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된 페니실린도 절반 이상이 화이자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결국 페니실린 대량 생산 경쟁에서 이긴 화이자는 인류사의 일대 전환점을 만들며 세균성 감염에 의한 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
50년 전 페니실린 생산의 돌파구를 마련한 이래, 화이자는 항감염성 약품의 발견과 개발, 판매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테라마이신(Terramycin) 및 지오펜(Geopen), 세포비드(Cefobid), 설페라존(Sulperazon), 유나신(Unasyn), 바이브라마이신(Vibramycin), 디푸루칸(Diflucan), 지스로맥스(Zithromax) 같은 혁신적인 화이자의 제품들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전염성 질환이 다시 세계적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여타 제약 회사들이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모두 단념했던 시기에 이와는 반대로 집중적으로 새로운 항생제의 발견과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했던 화이자의 결정은 글로벌 제약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연구 개발을 통한 항생제 시대를 선도

회사를 설립한 후 화이자는 자사 제품의 원료를 다른 회사에 대량으로 판매하고, 이 회사들은 화이자의 제품들을 자신의 상품명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1940년대 후반 페니실린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화이자는 자체브랜드를 개발하고,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질병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유기체들을 발견하기 위한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사활을 건 연구를 시작한 화이자는 전세계의 토양을 수집·검사하는 프로그램에 착수하고, 13만 5,000개의 토양 샘플을 수집하여 2,000만 번 이상의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광범위적이고, 치명적인 세균에 대해 효과가 입증된 성분을 찾게 되면서 화이자는 약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흙을 발견했다. 이것은 화이자의 과학자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발견되고 개발된 최초의 의약품이었으며, 라틴어로 땅을 의미하는 테라(terra)를 접목해 테라마이신(Terramycin)이라 명명 되었다.
그 후 1950년 3월 테라마이신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었고, 특별히 훈련된 8명의 세일즈맨이 전국 각지의 도매상들과 의사들을 찾아가 화이자 최고의 제약품을 설명하였다. 이는 업계를 선도하는 화이자 마케팅 조직의 선봉이 되었으며,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과감한 R&D투자를 통해 제약산업의 혁신 이뤄
페니실린의 대량생산과 테라마이신의 발견은 화이자를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몫을 했다. 또 20세기 의학적 발견에 있어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진보의 시대를 이끈 화이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첨단 약품을 개발함으로써 업계의 기대에 부흥해 왔다. 이미 1970년대부터 연구개발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화이자는 60년대와 70년대에 새로운 항생제에 이어 관절염과 당뇨병, 우울증, 심장병, 세균성 전염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치료제를 연이어 개발하였고, 마케팅과 영업부분은 창의력과 혁신에 있어 그 명성을 확고히 다져갔다. 특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마침네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자 1970년 화이자는 영국 샌드위치에서 플로코나졸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1990년 미국에서 디프루칸이란 상품명으로 소개된 이 물질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진균제가 되었으며, 또한 1970년대 말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 1992년 미국에서 출시된 노바스크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고혈압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1971년 각지에 분리되어 있던 개별 연구조직을 연합해 중앙연구부서(Central Research Division)를 설립하고, 1972년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로 선출된 에드먼드 T. 플래트 주니어(Edmund T. Pratt, Jr.)의 신약개발에 대한 강한의지로 매출의 15~20%를 연구개발에 투자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바탕에는 창조적인 연구 전략에 바탕을 둔 전략이 있었다.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메머드급 M&A
1990년 화이자는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적인 약품과 함께 애완동물 및 가축에 대한 치료제품의 발견과 개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중 가장 핵심이 되었던 것은 R&D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핵심사업 전략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화이자는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새롭게 다가올 21세기를 준비했다.
이때 새롭게 등장한 제프 킨들러 회장은 성공의 관건을 화이자의 특징이자 추진력이 되어온 혁신에 맞추는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특히 인간뿐만이 아닌 동물과 가축을 위한 혁신적인 약품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의 공급자 가운데 하나가 된다는 경영목표를 수립한 그는 화이자의 핵심사업을 제약분야로 정하고 ,관련이 없는 사업분야는 하나 둘 정리해 나갔다. 동시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인 스미스클라인 비첨(SmithKline Beecham)사의 동물 건강관리 사업 인수 등 회사의 전반적인 계획과 합치되는 부문에는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2000년 6월, 화이자는 워너-램버트와의 합병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이어온 두 제약업체의 통합으로 세계 제1위의 제약회사로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한 화이자는 심혈관 질환, 감염성 질환, 중추신경계 질환, 신진대사 장애, 감염 질환, 여성건강, 안과 질환 등에서 업계 최대의 제품라인을 보유하고 매년 매출액의 17% 정도를 신약 및 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적인 생명공학 회사인 애규론, 감기약 분야의 홀스, 면도기 브랜드 쉬크 등 다양한 소비제품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우수한 제품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제약산업의 역사를 새로 쓴 화이자제약

또한 기존의 기술이나 약으로 치료하지 못하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로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신약개발 능력이 없는 저개발 국가에 진출하여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현재 대부분의 성공적인 다국적 제약기업의 대표적인 성장방법으로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성과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관리기법에서부터 제품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 글로벌 확장을 위한 국가별 진출방법, 의사집단을 목표로 하는 전문적인 제약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이 요구된다.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화이자. 이곳은 지금도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만이 제약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발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산업의 역사와 함께해온 화이자의 저력은 혁신이라는 기치아래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