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가입은 시대의 흐름인가, 역행인가
상태바
민주노총 가입은 시대의 흐름인가, 역행인가
  • 김미란 기자
  • 승인 2009.11.06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명, 논평, 여론조사 등 각종 방법으로 여야 공방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 전국민주공무원노조(이하 민공노), 법원공무원노조(이하 법원노조)는 지난 9월22일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하 통합공무원노조)’을 출범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통합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는 “3개 노조 조합원 10만 9,433명 중 전체의 75% 인원인 8만 2,911명이 투표에 참여해 통합 사안에 89.6% 찬성, 민주노총 가입에 68.3%의 찬성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민공노와 법원노조 6만 7,381명을 얻은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으로 올라서게 됐다.
전공노 손영태 위원장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가결은 MB정부의 반노동정책, 노동계 탄압이 가져온 결과”라면서 “반드시 통합공무원노조가 이번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반노동정책 등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 통합을 결정한 통합공무원노조는 9월26일 안양시청 대강당에서 창립대의원회의를 열고, 민주노총 가입을 최종 의결했다.

입장 표명에 즉각 반응하며 긴장감 고조
공무원노조의 투표에 앞서 정부는 전공노, 민공노, 법원노조 등 3개 노조가 9월21∼22일 양일간 노조 통합 및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가입하는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하는 것과 관련하여 불법적인 투표행위를 예방하고 대국민 행정서비스 제공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9월16일 ‘공무원복무관리지침’을 긴급 마련, 시행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근무시간 중 투표독려나 투표 행위, 대리 투표 및 투표함 순회 투표 등 불법 투표행위를 엄정단속하고 무단이석, 조퇴, 연가사용 등 근태관리를 철저히 하여 대국민 행정서비스 제공 등 일상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또한 행정안정부는 “공무원노조는 총투표를 앞두고 근무시간 중 투표가 단체협약사항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노조원의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면서 “실정법을 위반한 단체협약은 무효이며 근무시간 중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여 그 지침에 따라 연대활동을 할 경우 실정법 위반에 따른 대량 징계사태도 우려 된다”고 밝힌 행정안전부 관계자. 그는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으로 ‘강성노조 활동’을 꼽았다고 강조하며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추진은 시대의 흐름과 반대되어 국민들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투표 결과에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투표 결과 발표 이튿날인 9월23일, 정부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통합공무원노조가 정부의 대화상대로 적절한지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투표과정의 위법·불공정 투표사례와 불법행위 등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해 엄중조치하고 공무원노조가 향후 민주노총과 연대해 실정법을 위반하는 불법 활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같은 날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가입관련 대국민 담화문’도 발 빠르게 발표했다. 관계부처 장관회의 개최 후 정부가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 법무부 김경한 장관, 노동부 이영희 장관의 공동명의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상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으나 민주노총 강령에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규정되어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전체로 하는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특히 정치세력화 실현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해 정치투쟁에 참여, 실정법을 위반하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법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담화문 발표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들먹이며 민주노총 가입을 문제시 하는 것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면서 정부의 주장이 ‘시대착오적이며 천박하다’고 맞섰다.
“정부가 지금 자신의 역할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고 주장한 민주노총은 공무원들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면서도 좀 더 자부심 있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런 열망은 지금과 같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하여 투명한 공직사회구현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나라를 생각한다면 이런 공무원노조의 움직임에 격려를 보내고 지원을 해야 마땅하다”고 말한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노동자의 권익과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면서 공무원노동자들이 이런 역사적 진정성을 가진 조직에 합류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노총은 통합공무원노조가 정치투쟁을 하고자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상식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가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향후 노사관계 정책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9월26일~27일 양일간 전국의 성인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5%가 3개 공무원노조 통합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또한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도 61.5%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민간노조와 연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41.5%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64.2%는 공무원노조가 민간노조와 연대한 각종 활동을 펼치는 것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당에서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9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노조가 국민과 근로자들의 지지를 잃고 있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권리를 주장하면서 집단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택했다면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안 원내대표는 “공무원은 노사관계로 규정할 수 없는 특수직이며 공무원의 사용자는 오로지 국민”이라고 말하며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 슬로건으로 내민 ‘연금개악 저지’, ‘임금동결 반대’, ‘구조조정 반대’ 등에 대해 이는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 회의에서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김성조 의장도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를 반드시 적발하고 공무원노조의 상급 정치단체 가압의 위법성을 확실히 밝혀야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노동부 이영희 장관(당시)은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야4당,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 촉구
여당의 이 같은 반응에 야당들은 “정부와 여당의 마녀사냥이 도를 넘어섰다”며 반격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박지원 의장은 같은 날 “한국노총이 특정정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지지운동을 했을 때는 정부가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는데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과 관련해서는 성명까지 내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노동당도 9월25일 논평을 통해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융단폭격 수준의 협박과 비방은 법에 보장된 공무원노조에 대한 마녀사냥식 매도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정부로부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공무원 노동자가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노조를 만들었으며, 근로조건 개선과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사용자인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엄단 방침을 내세우는 정부의 개입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주장한 민주노동당은 상급단체 중 민주노총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자기 발등 찍는 소모적인 일은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과 관련한 여야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급기야 9월29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대표들은 공무원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야4당은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투표는 공무원노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라고 밝히며 이를 방해하고 탄압하는 정부의 행위가 오히려 노동조합법(제5조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침해한 부당노동행위(제81조 4호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운동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질 수는 있으나 사용자인 정부가 나서서 상급단체 가입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 정부가 할일은 공무원노조 탄압이 아닌,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공무원노조와 함께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범적인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야4당은 “야4당 국회의원들은 통합공무원노조와 긴밀히 연대해 향후 정부의 조직문제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공론화하고 정부가 부당한 개입의 근거로 삼고 있는 공무원법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활동 원천봉쇄 국가공무원법 개정 계획 발표
하지만 법 개정에는 정부가 먼저 손을 댔다. 정부는 지난 10월9일 노동부, 법무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행정안전부 회의에서 국가공무원법을 개정,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활동을 원천봉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 국가공무원법은 ‘정치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하는 행위, 특정 정당·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법에는 ‘특정 정치이념에 따라 정부정책을 방해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집단으로 정부정책 반대행사를 기획·주도·개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정부의 우려는 공청회로도 연결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15일 공청회를 열고 공직사회의 갈등을 융화시키고 건전한 공직문화 조성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논의했다. 이 날 공청회에서는 연세대 한견우 교수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공무원 노조의 바람직한 활동 방향’이란 주제로 발표했고 대구대 행정학과 김재기 교수, 행정안전부 김진수 복무담당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부소장,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이충재 사무처장들이 토론을 벌였다.
국정감사에서도 전국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논란은 뜨거운 감자였다. 10월23일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한나라당은 전공노의 민주노총 가입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린 처사”라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이 같은 처사가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의 침해”라며 또 다시 불이 붙었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의 “단체협약 과정에서 현행법을 거스른 공무원노조의 무리하고 황당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정운찬 국무총리 등 공직사회의 비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힘없는 노조만 때려잡는 게 정상적 행위냐”라고 맞섰다. 이에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무원의 상급단체 가입 자체가 위법이라는 게 아니라 국가질서를 무시하는 일부 단체에 가입한 데 대해 불법적 정치활동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공무원복무규정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가입 앞둔 선관위노조 내부 갈등
한편, 선거관리위원회 노동조합(선관위노조)도 민주노총 가입을 앞두고 있어 공무원노조의 중립성에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 10월5일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11월 민주노총 가입을 예정하고 있는 선관위노조와 관련, 선관위 6급 이하 일반직 99%(1,808명 중 1,786명)가 노조에 가입해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선관위 노조는 불법 정치활동으로 논란을 빚었던 민공노의 지부이며 선관위 직원 중 67%가 민공노에 소속되어 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선거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노조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도 선관위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앞으로 공명정대하고 중립적인 선거관리는 물 건너 간 것이라며 가입 철회를 촉구했다. 10월5일 조 대변인은 “정부 구성원인 공무원이 특정 정당과 동지적 관계인 민주노총과 반정부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이라면서 선거관리 기관이 민주노총을 상급기관으로 하는 것은 헌정질서의 토대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는 선거가 요체고 선거관리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며 선관위노조는 자신들의 신분과 책무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정치적 중립 훼손이 선관위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10월6일 안상수 원내대표는 선관위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을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논평을 발표하며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결국 단결권이라는 기본권을 빼앗고 싶은 악의적 의도를 배경으로 한 억측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민주노총은 선관위의 정치중립을 훼손한 장본인은 오히려 한나라당이라고 비난했다.
여당과 민주노총이 서로에 대한 맹공격이 계속 되다보니 선관위노조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선관위노조 경기지부와 전남지부는 각각 지난 10월9일, 11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 실시를 본부노조에 요구했으며, 부산지부장은 10일 “특정정당과 가까운 민주노총이 중립적 위치에 있다고 보니 어렵기 때문에 민주노총 가입은 부당하다”면서 지부장직을 사퇴했다. 충북지부도 조합원 총회를 열고 선관위 본부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선관위 노조에서 탈퇴하겠다고 결의했다.
지부의 반발이 이어지자 선관위 본부노조는 10월14일 각 시도별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23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총회 개최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태풍의 눈이 되어 정쟁(政爭)의 도구로까지 번진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상대의 의견에 즉각 반응하며 강도 높은 반박에 나서고 있는 정부와 민주노총, 여당과 야당의 팽팽한 긴장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