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차기주자로 우뚝선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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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차기주자로 우뚝선 박근혜
  • 글 / 이대원 기자
  • 승인 200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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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女주인공을 원한다 '박근혜 대망론' 솔솔
잔다르크를 환호하던 군중은 이제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같은 새 주인공을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박 대표는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5일 전당대회(7월19일) 대표 최고위원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자 중견 정치평론가 L씨가 던진 말이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위상 변화는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상징한다"면서 "7.ㆍ19 전대를 통해 '제2기 박근혜 체제'가 출범하면서 여야 간에 대권경쟁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한국의 여성 대통령' 이란 화두(話頭)가 정치권에서 솔솔 회자되고 있다. 정당의 사무총장을 지낸 여성조차 전무할 정도로 여성에게 척박한 정치환경에서 '한국의 대처' 탄생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권레이스 본격화 ‘줄서기’한창
박근혜 의원이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에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면서 차기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주류-비주류간의 갈등을 풀어야 할 과제가 박 대표에게 남아 있어 향후 박 대표가 어떤 식으로 당내갈등을 봉합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또다른 차기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도 지금부터 대선행보에 시동을 걸지 않으면 아예 설 땅을 잃어버릴 지도 모를 처지여서 당내 대권레이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와 이들에게 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김문수, 이재오 의원 등의 비주류로 이루어져 있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후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기보다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내 비주류는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 등 중진 3선의원이 주도하는‘국가발전연구회’와 김용갑-이방호-안택수 의원 등이 이끄는‘안보모임’소속의 영남 보수파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박근혜-김덕룡 체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공통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주류에 맞설 수 있는 단일화된 힘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맞서는 주류세력은‘새정치수요모임’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원희룡-남경필-정병국 의원 등의 소장파 그룹과 영남 보수파 의원들 중 대구-경북 출신 의원, 박세일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기획 전문가 그룹 등이 있다.
비주류측은 박근혜 대표가 차기대권주자로 여권에 인식되면서 열린우리당의 박 대표에 대한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대한 공세가 강화돼 차기대권의 구도가 독재 대 반독재로 흐를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오 의원은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어느날 갑자기 탤런트처럼 등장한 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망한다”면서“최병렬 전 대표가 5·6공의 상징이라고 해서 물러났는데 한국 정치역사에서 가장 부정적인 유신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무슨 대단한 업적이 있냐. 유일하게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 하나만 갖고 탤런트처럼 등장했다”면서“박 대표가 차기대선에 출마하면 100전 200패”라고 박 대표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고진화 의원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박 대표가 가장 비판받는 부분이 이미지 정치를 한다는 것인데, 이미지는 콘텐츠와 함께 가지 않으면 식상하게 된다”면서“이 때문에 박 대표가 향후 대통령 후보로서 대안적 모습이 있느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고 박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콘텐츠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반면에 박근혜 대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나는 박근혜 대표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박근혜 의원의 대표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 한나라당이 집권 대안세력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박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남겨 비주류측에 분화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주류-비주류간의 당내 세력갈등 양상과 더불어 당 밖에서도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의 물밑 견제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이 박근혜 대표를 견제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인 선호도에 있어서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유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번 대표경선에서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원희룡 의원은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비주류의 박근혜 때리기와 관련,“당을 깨려는 것 아니냐”면서“지평선 너머의 일이기 때문에 아직 아군인지 적군인지는 모르겠지만 먼지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당내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 당내 비주류-여권 시각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당내 입지를 선점했지만 그에 대한 당안팎의 비판은 여전하다. 이재오 의원을 필두로 당내 중진 비주류가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386 운동권 출신 의원들도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비주류 의원들의 비판을 비난하는 의원들조차 박 대표의 리더십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에 대한 비판은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과도기적 대표를 끝내고 정식 대표최고위원이 되면서 비판은 좀더 구체적이고 가혹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386 운동권 출신의 고진화 의원은 "그동안 총선에 기여한 공로가 박 대표의 과도기적 리더십을 형성했다면 이제는 각 부문의 정책적 대안이 리더십의 실질적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사회복지, 남북관계 등 각 부문의 구체적 콘텐츠로써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할 시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경력'과 '독재 정치'라는 부정적 유산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 대표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후자의 경우 상생과 화합만을 강조하는 박 대표의 정치 스타일이 야당의 리더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독재자의 딸이 대표가 되면 당이 망한다"는 이재오 의원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박 대표의 지도력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또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중진의원은 "야당 지도자가 소공녀같이 손만 팔랑팔랑 흔들고 다닌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박 대표는 당 안팎의 비판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비켜가거나 우회적으로 대응해왔고 이는 "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던 홍준표 의원이 20일 박 대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야당은 야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사람만이 야당의 주류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포용력이 부족하며 공주병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대표 리더십에 관한 평가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문제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장점이 된다는 얘기다. 정작 심각한 것은 부친의 부정적 유산에 관한 것이다. 이는 차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과거 청산이라는 명분과 맞물리면서 박 대표의 발목을 잡는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서 집중 거론할 것이 뻔하고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도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의 본질은 결국 박정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은 "부친의 공과는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유신 독재에 대해서는 딸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고진화 의원은 "과거사 문제는 이제 진상을 밝히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논란은 박 대표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여성의원은 "차제에 친일 행위 등 부친의 과오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선언한다면 정말 유력한 대권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藥될까 毒될까' 고민
한나라당은 박 전대통령에 대해 크게 계승론 과 절연론으로 나누어진다. 계승론은 박 정희 전대통령의 국민적 인기가 대선에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시키고, 여권의 공세에 맞서 적극 반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박 대표 친위그룹의 시각이다. 아직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진 않지만 내면에 깔려있다. 어차피 박 대표가 대선전까지 가려면 박 전대통령을 껴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정세인식의 산물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박대표가 부상한 것 은 박 전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이라며 "차기 대선은 무덤속 박 정희와 반대세력간에 대한민국 운명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게임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4 15총선당시 박 대표는 지방유세에서 "아버님 생각이 난다"는 말 등으로 '박정희 향수'를 적절히 활용, 일정한 소득을 봤다는 평가가 많았다.
절연론은 박정희 효과가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계산에서 나온다. 박 전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이나 이미지가 여권에 의해 지속적으로 선전될 경우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란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은 박대표가 빨리 '박정희의 딸'이미지를 걷어내고 새로운 내용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한다. 현재는 다수 시각이다. 이재오, 홍준표의원 등은 아예 원천적으로 박대표를 부정하는 극단적 절연론자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박정희 효과가 존재하고, 대선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물론 박 전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누구에게 유리할지에 대해선 속단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 열린우리당이 박 전대통령을 적극 비판하는 행위나 한나라당의 박 전대통계승론 등은 모두 박 전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자는 의도이다.
연세대 김호기교수는 "박 전대통령이 역사적 인물이 아니고 현재적 인물이며 정치경제 사회문화가 박정희 체제에 비롯된 것" 이라며 "2007년 대선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산업화를 이룬 박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위력을 인정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대표는 "박 전대통령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보수층과 진보층에 서로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정치적으로 활용될 경우 양측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이트랜드 오세제 대표도 "열린우리당의 박 전대통령 공세가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고, 박 대표도 시급히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여든 야든 박 전대통령을 역사적 객관적 평가가 아닌 정치적인 잣대로만 평가하려 한다면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女龍들의 대망 여성대통령 나올까
그렇다면 현재 정치권에서 박 대표에 준하는 여성 후보군은 누구일까. 17대 총선 전체 지역구 243석 가운데 여성은 10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여성 의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고, 세계 181개국 평균(15%)에도 크게 미달한다. 정치분야의 여성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우리보다 소득·교육수준이 낮은 아시아의 빈국(貧國)들이 배출한 여성 최고지도자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웅변하는 셈이다.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정치학)는"여성이 전체 국회의원의 30%쯤 돼야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비례대표 의원의 대폭 증원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현재 한나라당 박근혜와 강금실 법무장관은 여성 대통령 탄생의 가능성을 실재화시킬 수 있는'쌍두마차'로 꼽힌다. 박 대표와 강금실 장관은 보기 드문 성장배경은 다르지만,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고 우수한 의정활동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들의 시선은 다선의원을 넘어 보다 먼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이 넘어야 할 장벽은 만만치 않다. 박 대표에게 그것은 '대통령의 딸'이라는 아우라(aura·光輝)다. '오늘의 박근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아버지 박정희'는 이제 창조적 극복의 대상이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강금실 장관은 박 대표와는 구별되는 지점에 서 있다. 그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이춘성 법무부 공보관은 "(강장관은) 정치와 연관돼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화인터뷰 주선을 거절했다.
하지만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강금실'이란 이름 석자는 이미 정치적 함의를 갖게 됐다. 가는 곳마다 사인공세가 잇따르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가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이란 '레테르'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인 검찰개혁을 완수해낸다면 대중적 인기는 정치적 영향력으로 한차원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검찰 조직과의 전투에서 참담하게 패배할 경우 '거품 인기'에 그치고 말 수도 있다.
조교수는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여성들에 대해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과 이미지를 잘 관리하되, 정글같은 정치판에서의 생존과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성 대통령이 현실화되려면 핀란드나 노르웨이처럼 여성이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풍토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의원 두 번째 자택 공개하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지난 2002년 1월 이후 2년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기자들에게 삼성동 자택을 공개했다. 평소 입던 녹색 정장 차림으로 기자들을 맞은 박 대표는 만찬에 앞서 집안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박 대표의 자택에는 정계입문 전 자신이 직접 수놓은 자수 작품이 박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사진, 가족사진과 함께 거실과 방에 걸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면서 민요 아리랑을 피아노 연주로 들려주기도 했다. 박 대표는 만찬 도중 기자들과 함께 폭탄주 러브샷을 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2002년 첫 집 공개 이후 (정치적으로) 시련을 하도 많이 겪어 이제야 다시 공개하게 됐다”면서“평소 사람들이 집안에 많이 모이지 않아 그릇은 오늘 빌려왔다”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3월 대표 취임이후 취미인 테니스와 국선도, 기타 연주도 거의 하지 못했다. 요즘 흰머리도 많이 늘었다”며“집에 돌아오면 자고 싶지만 반드시 e-메일 을 점검하고 미니 홈페이지도 들어가 글을 올린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3월 이후 한번도 쉬지 못해 조만간 아는 사람들과 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라며 숲이 좋고 계곡 물이 많은 곳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 박 전대통령 시절 경남 저도에 가족들과 함께 놀러갔던 생각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육영수여사)가 돌아가시던 해 저도에서 아버지와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닐며 (내가 아버지에게)‘영혼이란 게 있나요’라고 물었다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계획했을 당시를 떠올리며“아버지는 우리집에 불이 났는데 우리가 끄려고 노력해야 남이 돕지, 그렇지 않으면 남이 돕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며“이것이 박 전대통령의 자주국방 개념이다. 지금 말 한마디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데 이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금남의 집 2차공개
사실 1차공개와 2차공개전의 박 대표 자택은 금남의 집이나 다름아니었다. 이는 1998년 정치권에 들어온 박 대표가 정치권 입문 전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이 원칙은 그대로 지켜져 아침저녁으로 박 대표와 얼굴을 맞대온 전여옥 대변인도 박 대표의 집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 정도다. 1990년대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일산에 있는 김대중 총재 자택으로 출근, 하루를 시작한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한선교 대변인도 대강의 위치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박 전 대표의 집이 어디인지 모른다. 일정을 책임지고 있는 진영 대표비서실장 역시 박 대표의 자택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다른 당직자들도 마찬가지. 당에서 박 대표 자택을 '금남의 집'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전대변인은 "박 전 대표나 나나 안방을 찾고 하는 3김식 정치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자택 개방에 소극적인 박 대표를 옹호했다. 타협의 정치, 밀실흥정의 정치를 멀리하고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정치적 행보만큼이나 인간적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정치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스토커가 따라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한편 박 대표는 대단히 폐쇄적이다. 공과 사가 분명하다. 이런 처신은 때로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고, 박 대표가 몇 차례 뜬소문에 휘말린 배경이 됐다.
집으로 들어가 바깥과 연락을 끊는 그를 놓고 바깥 세계에서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지사. 집안을 보지 못하니 궁금증은 커지고 커진 궁금증은 자연스레 의혹과 의문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이 일로 밤잠을 설쳤다고 할 정도였다. 2002년 1월, 박 전 대표가 자택을 개방한 것은 지지층들과의 '스킨십'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런 뜬소문을 가라앉히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베일 속 의혹은 지금도 박 대표를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사안에 따라 수시로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다닌다.

◇박근혜 의원 두 번째 자택 공개 이유는
박 대표 측은 이런 궁금증에 대해 "홈피를 보라"고 말한다. 그의 미니 홈페이지(cyworld.com/ ghism)는 사생활 일부와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과감히 공개한다. 20대 시절 사진,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동영상, 맨발로 물구나무를 서서 단전호흡 하는 모습을 비롯해 거실 구조를 만화로 소개하고 있다. 당은 박 대표의 베일에 가려진 퇴근 후 동선이 당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한다.
전대변인은 "저녁 시간 상황이 생기면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며 "이런 방법 덕분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퇴근 후 동선이 끊기던 때와는 다르다는 것. 전대변인은 "김선일씨 피살 소식이 전해진 6월23일 오전 1시55분에 통화해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진영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2시쯤 박 전 대표한테서 전화를 받고 아침 비상회의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에서 나오는 쓴소리는 많다. 박 대표의 당 장악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석 달간의 대표 생활에도 그의 곁에는 아직도 소장파밖에 없는 것이 비판의 출발점이다. 중진과 비주류는 "참모진이 부실하고 폐쇄적이다"거나 "의원들과 직접 접촉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도 터뜨린다. 결론은 스킨십의 한계로 귀결된다.
대지 120평, 건평 60평 정도의 서울 삼성동 2층집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 부부의 체취가 묻어나는 몇몇 유작 외에는 별다른 장식품도 없다. 박 대표가 굳이 자택을 공개하는 이유는 대중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춰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표에게 7월19일의 대표 경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지도자로서, 특히 제1야당의 '차기'로 확실한 위상을 보장받기 위한 출정식의 성격이 짙다.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 새로운 출발을 전후한 시점에서 자택을 개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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