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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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타다
  • 김미란 기자
  • 승인 2009.11.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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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움직이는 연구소’…대한민국 과학자 한 풀어

지난 2003년 12월 3일 남극에서 순직한 고(故) 전재규 대원을 기억하세요?

남극기지에서 연구중이던 전재규 대원은 파도로 보트가 뒤집혀 15시간 째 동료 5명의 생명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들을 구하러 나섰다고 합니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동료를 구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이 그를 바다로 나가게 한 것인데요. 결국 다른 동료들과 달리 고 전재규 대원은 소중한 목숨을 지키지 못했죠. 그 당시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한 쇄빙선이 없어 남극의 다른나라 기지들에 협조를 구했는데 기상악화로 협조가 미온적이어서 다른 동료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 고 전재규 대원이 바다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쇄빙선이 없어서 고 전재규 대원과 같은 불의의 사고를 겪었던 것 뿐 아니라, 남극기지 보급이나 자원탐사 및 연구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죠. 특히 쇄빙선을 보유한 국가에서는 자국 연구 등에 우선 투입을 해서 임차 가능한 쇄빙선이 거의 없고, 유휴 선박이 있더라도 막대한 임차료를 요구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남극에 상설 기지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현재 자국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남극에 기지가 있는 20개 국가 중 우리나라와 폴란드만 쇄빙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 전재규대원의 사고 이후 전국민적 관심하에서 본격적으로 쇄빙연구선건조가 추진되었고,한진중공업에서건조한 아라온호라는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이 탄생되었습니다.

인천항에 정박중인 아라온호의 모습

아라온은 순 우리말인 ‘아라’와 ‘온’의 합성어로, 아라는 바다를 의미하며 온은 전부를 뜻하는 말입니다. 문자 그대로 전 바다를 누리라는 의미죠. 그리고 순 우리말의 이름을 가진 것처럼 설계부터 건조까지 순수 우리기술로 이루어졌다는데에 큰 의미가 있는데요. 이로써 우리의 조선산업의 뛰어난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고, 동시에 고부가가치 특수선박 산업의 진입 교두보를 마련한 것입니다.

■ 국내 최초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의 의미

그럼 국내 최초 쇄빙 연구선인 아라온호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남·북극은 수상생물은 물론, 광물, 에너지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곳이죠. 항암 치료제에 사용될 수 있는 각종 해양생물 자원 등도 존재하고 있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탐사를 추진하는 곳인데요, 그동안 독자적인 쇄빙 연구선이 없어 연구대상 지역이 세종기지 주변에만 한정되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신 연구장비를 갖춘 아라온호로 인해 탐사 뿐 아니라 선박 자체에서 연구가 이루어지는 ‘움직이는 하나의 연구소’가 탄생된 것이죠.


영하 40도 기온에도 견디는 유리창과 360도 회전 가능한 운전대

특히나 남극이나 북극같은 추운 지역을 운행하는 쇄빙선이라서, 자칫 유리창이 얼면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짝에 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열선이 들어간 유리창으로 특수 제작되어 영하 40도의 기온에도 견딜 수 있답니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해서 결빙지역에 갇히는 경우에도 독자적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죠.

아라온호는 연구선박답게, 연구장비에 대한 보관창고와 연료, 식품 보관창고가다양하게 마련되어있어서, 연료, 식품 보급없이70일간 약 2만 해리(3.7만km)를 운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상용 헬기가 있어서 혹시 모를 사고에서도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도 하며, 비상용 연료주입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연구용 보트와 심층수 연구용 탱크

그리고 약 60여가지 최첨단 연구장비를 갇추고 있는데요, 연구 지역에 도착해서 작은 보트를 이용해 이동하며 연구를 할 수도 있으며, 깊은 바다의 심층수를 연구하고 싶을 때 연구용 탱크를 바다로 내려보내, 깊은 바다속 물을 담아 올릴 수도 있는 장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 연구원들에겐 크루즈 같은 연구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연구선이라고 해도, 흔들리는 바다에서 오랫동안 항해를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자칫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라온호에서는 연구원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각종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2인실과 4인실

아라온호에는 승조원 25명과 연구원 60명인 85명이 탑승할 수 있는데요, 1인실부터 4인실까지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 방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 연구원들이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죠.

그리고 온돌방이 있어서, 간혹 따뜻한 방에 누워있고 싶은 대원이 있으면 이용할 수 있고, 휴게실에서는 대원들이 모여서 수다도 떨고 의견도 나누는 장소로 꾸며져 있습니다.

헬스장과 해수탕

그리고 오랫동안 배를 타다보면, 건강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 헬스장과 해수탕이 있어서, 언제든 운동을 즐기고, 한국식 목욕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해수탕 이외에도 사우나 시설도 마련되어 있기도 하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배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식당인 것 같은데요, 조리사가 3명이 승선하기 때문에, 맛있는 요리를 언제나 즐길 수 있습니다. 아라온호를 모두 둘러보고, 미리 주문했던 선원들이 먹는 식사를 먹을 수 있었는데요, 뛰어난 음식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배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후엔, 이 배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 극지운영실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극지운영실장 남상현씨
“이 배의 주 목적은 쇄빙연구선이에요. 연구지역이 워낙 극지다보니까 쇄빙선이 필요한데요, 남극대륙기지나 북극기지 등 오지로 향하는 교통편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기지에 가져다 주는 물류를 운송하는 화물선을 겸할 수 있는 배죠.”

남상현 실장님은, 특히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쇄빙선이 탄생한 것에 기쁘다고 하셨는데요,

“과거의 쇄빙선은 얼음을 깨는 역할만 했죠. 사실 항로개척이 가장 큰 목적인데, 저희 배는 쇄빙선이 아닌 쇄빙연구선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아라온호는 얼음을 깨는 것 말고, 배 안에서 연구까지 할 수 있는 배입니다”

라며, 자부심을 보여주셨는데, 독일의 Polarstern호를 제외하고는 연구장비를 갖춘 배로는 최고라고 합니다. 특히나 자기 스스로 위치를 제어하는 기능을 가진 쇄빙선으로는 따라올 배가 없다고 하는데, 바람이 불거나 해류가 있어도 Dp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정확한 위치 제어가 가능하다고 해요.

“연구원들이 편안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마도 아라온호가 본격적으로 운행을 하며, 다양한 연구를 위해 이용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연구원들이 배에서 편안할 수 있도록, 연구원들을 위한 시설을 설비하고, 안전을 최대한 생각해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단단한 배라고 합니다. 특히 조만간 인터넷도 종량제가 아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연구원들을 위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쇄빙연구선으로 탄생시키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아라온호는 동해에서 최종 종합항해 시험운항을 한 이후, 12월경에는 남극으로 이동하여 실제로 쇄빙능력을 시험하고, 국토부에서 현재 추진중인 남극 제2기지 건설 후보지에 대한 정밀 조사 등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앞으로 북극항로 개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데요, 북극항로를 개척해 이용할 경우 기존의 해운항로 거리에 비해 약 40% 단축 가능하여 물류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우리 배가 없어서 일어났던 고 전재규 대원의 불미스러운 사고가 예방되었다는 것도 중요하고, 우리기술로, 우리 연구원들이 더 많은 연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앞으로 아라온호가 이름처럼 온 바다를 누리고 다닐 날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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