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사실상 참패, 수도권 고스란히 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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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사실상 참패, 수도권 고스란히 상납
  • 신현희 차장
  • 승인 2009.11.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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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성적표 받아든 잠룡들에 대한 반응 엊갈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누구나 3대2 전적을 예상했다. 문제는 어느 쪽이 3을 차지하느냐 하는 것, 마지막까지 수원 장안이 변수였다. 장안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결과가 바뀌는 것이었다. 결과는 장안을 차지한 민주당의 승리였다. 이로써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이번 선거의 최대 공로자이자 수혜자가 되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책임을 다한 선량하고 올곧은 정치인의 이미지로 정착한 손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들어온 셈이고, 그의 시나리오는 해피엔딩의 결론을 향해 순항하게 되었다.

정몽준 리더십 위기, 결국 이변은 없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정부 여당이 유리했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국적인 국정운영 지지도가 40% 50%를 넘나들 때 치러졌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10.28 재보선이 치러진 지역에서 모두 이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형성했으며 정당 지지도 또한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운 ‘지역일꾼론’은 민주당의 ‘정권심판론’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당 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수도권과 충청에서의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정당지지도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이는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구도’로 치러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선거를 이끌게 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내상이 가장 크다. 정 대표가 십 수차례 방문하며 공을 들였던 수도권 두 곳과 충북4군에서 전패하면서 “당의 간판으로 나서기엔 부족하다”는 당내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2007년 말 입당해 당내 입지가 약한 정 대표로선 선거 승리를 통해 당에 뿌리를 내릴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정 대표는 당장 지도부 교체론에 직면할 수 있다. 정기국회 일정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 전대가 열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논란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승계 대표’인 정 대표의 리더십에는 타격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 직전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강조하면서 선거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정권 견제’라고 본다면, 정부와 친이계 주류의 세종시 수정론에 맞선 박 전 대표의 행보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궐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며 “낙선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앞으로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 한나라당은 비상한 각오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무엇을 바라는지 잘 살펴서 국정에 반영하고 경제살리기, 서민살리기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되겠다”면서 “무엇보다도 연말 예산안의 법정 기일 내 처리와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승리, 손학규-정세균 시나리오 들어 맞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과를 올린 쪽은 민주당이다.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들이 견제론을 통해 정권을 심판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완승이며,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의 전승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승리 가능성을 현실화한 것은 최대의 정치적 전과이다. 선거 초반 전략공천 실패로 인한 선거환경의 열세를 자력으로 극복하고 승리하면서, 정세균 대표 체제가 안고 있던 리더십 위기의 난제까지 해소하는 성과도 함께 챙겼다.
이제 민주당은 재보선의 완승으로 정국주도권을 안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남은 하반기 정국에서 세종시 수정, 4대강 정비 예산,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의 정국 이슈를 공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여야의 정쟁과 별개의 길을 가던 이른바 MB식 국정 강경 기조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정치적 제어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후 주요 정국 이슈를 중심으로 한 반 MB 전선의 직접적인 구축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수원장안과 안산 상록을에서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이긴 선거’라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제 야당연합의 선거연대에 부정적 영향도 함께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의 의미가 과도하게 포장된다면 민주당 내부의 쇄신과 통합의 요구가 약화되면서 민주당 중심의 정치적 기득권을 강화하는 기제로 역작용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잔칫집이다.

박희태 박빙의 승부에 한나라당 가슴 졸여
경남 양산지역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박희태 당선자가 “초년병이 된 기분으로 의정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민주당 송인배 후보에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 텃밭이라고 하지만 전에도 똑같은,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도 더 작은 격차로 당선이 된 곳이 여기다”라며 “그만큼 어렵고 이번에는 우리 여권이 4분5열 됐는데 이것도 우리가 어려움을 겪은 하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제가 주도적인 노력을 해서 서로 화합하고 지역과 당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겠는지 서로 머리 맞대고 의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희태 당선자는 선거에 앞서 내세운 공약에 대해 “우리가 언제나 울산과 부산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중소도시로 머물 수는 없다”며 “우리의 외형도 키우고 내실도 다져서 부산, 울산에 어깨를 겨룰 수 있는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기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부산, 울산간 생활권에 맞는 광역 철도 건설 등의 국가적 프로젝트, 첨단산업 프로젝트를 세 지역이 힘을 모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차기 국회의장 추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이야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국회의원들과 당 동지들의 뜻에 따라 결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지금 되자마자 뭘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그는 “(이번 당선으로)제가 기쁘다기 보다도 공약한 양산발전에 착수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존경하는 양산 시민들의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희태 당선자는 제13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17대까지 경남 남해·하동에서 내리 5차례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 낙천했다가 이번 재선거에서 당선돼 18대 국회 최다선 의원(6선)이 됐다.

민본21, 당지도부에 책임 물을 것
“민심은 책임 있는 국정운영과 중단 없는 한나라당 쇄신을 요구한다.”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모임인 ‘민본 21’은 10.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것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민본 21은 10월29일 논평에서 “이번 10.28 재보궐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겐 더 많은 진정성과 겸손함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며 “동시에 지지부진한 당 쇄신과 화합의 과제를 책임 있게 완수해내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개헌, 행정구역개편, 세종시, 노조법, 4대강 등 수많은 대형이슈들을 한꺼번에 쏟아냈지만,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으로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며 “우리 한나라당도 민심을 수렴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수수방관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고 반성했다.
또 이들은 “지난 4.29 재보궐선거 패배이후 당내에서 제기된 당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어느 하나 실천적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국정운영의 변화와 당 쇄신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실천적 결과물 없이 이대로 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우리는 다시 한 번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민본 21’은 당지도부에게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부응하는 국회대책마련과 당내 민주적 논의에 나서줄 것과 당 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정치일정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민본 21은 권영진, 권택기,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박민식, 신성범,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황영철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재보선 후폭풍, 한나라당 꼬인 타래 풀 일 걱정
여당의 완패는 4월 재보선에 이어 또 다시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경고이자 심판이란 점에서 패배의 후폭풍은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여당의 완패가 미디어법 강행처리, 세종시 원안 훼손, 행정구역 재편 절차 돌입, 김제동, 손석희 등 방송인 하차 논란, 용산참사 유가족에 대한 중형 구형 등과 같은 정부여당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견제론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 패배의 후유증은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 결국 정몽준 대표의 대표직 유지와 상관없이 친이계 일부와 소장파 사이에서 전면적 당 쇄신론과 함께 조기 전당대회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친이계내에서 선거 패배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책임론까지 거론한다면 여당의 내홍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여당이 꼬인 타래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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