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기대주, 황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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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기대주, 황우석
  • 글_노혜란 기자
  • 승인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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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지옥 한국, 노벨 과학상에 목마르다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기술력, 필요 지적
전 세계 과학계를 흔들며 러브콜을 쏟아내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 배양' 연구 성과에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은 '황우석 노벨상 추진후원회'를 만들었고, 국가에서는 정부지원 하에 국내 최고의 안전성을 겸비한 개인 연구소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에는 과학기술부문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막대한 지원을 퍼부으며 우리나라가 황우석 교수에게 정성을 쏟는 이유는 황교수를 통해 노벨과학상 수상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노벨 과학상 수상대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질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여느 때보다 두드려진 요즘, 노벨과학상 부재의 한국은 어떤 노력을 보이고 있고, 또 진행하고 있는가? 한국 과학계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 될지,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를 통해 우리나라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해부해 보았다.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노벨상은 과학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봄직한 보물이다.
특히 매번 연구 기초를 다져놓은 상태에서 일본, 네덜란드 등에 노벨상을 빼앗겨야 했던 과학 분야에서는 그 간절함에 더해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 과학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면서 노벨상 부재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대형 사건이 터졌으니 바로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배양 성공'소식이다. 전 세계 의학계에 영향을 미칠 이번 연구 결과로 황박사는 노벨상 수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노벨상 갈증을 해소시켜 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간차원에서의 '황우석 후원회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 지원되는 개인 연구소는 이번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깝게 놓친 노벨상, 물리학-화학 분야
사실 그간 우리나라는 물리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많이 점쳤었다. 이유는 단연핵 물리학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았던 고 이휘소 박사의 영향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974년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1999년 네덜란드 토프트 교수가 이휘소 박사의 연구에서 소스를 얻어 쓴 박사논문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은 물리학자들의 안타까움을 더했을 것이다. 이휘소 박사는 당시 한국인으로서 최초의 노벨상 유력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 후 서울대 물리학과 김진의 교수, 인지순 교수 등이 노벨상 후보로 언급된 이유는 국내 과학계에서 그나마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분야가 물리학이었기 때문이다.
화학분야에서는 일본의 시라카와 교수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겨준 전도성 고분자 화합물의 최초 합성자가 바로 원자력 연구소의 변형직 박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노벨상이 빼앗긴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학 분야에서의 발견은 실험실의 공동 자산이자 지속적인 연구로 업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양보할 순 없다, 생리-의학
연초 황 교수가 복제기법을 이용해 인간배아 줄기세포 생산에 성공한 뉴스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특히 황 교수는 이 연구과정에서 선진국의 연구팀도 실패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영장류의 배아복제를 실현하고 이를 줄기세포로까지 유도하는 쾌거를 거둬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황 교수 이전까지 복제된 영장류의 난자는 4세포기 이상으로 분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황 교수가 이룬 성과는 자기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됨에 따라 줄기세포 치료를 현실화한 최초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확립되면, 인류 복지에 기여하는 과학자에게 영광을 돌리는 노벨상의 성격상 황 교수의 기여도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황박사가 발표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긍정적·부정적인 사회적 반향을 불러 모았다. 먼저 긍정적인 결과는 의학계에 미친 영향이다. 현재 동물실험까지 마친 이번 실험이 사람에게도 적용 된다면 불치병까지 치료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황박사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선 두 달 째 관련 연구를 실질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시민단체들이 클론(복제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 사회적 거부반응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황박사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연구를 중단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내년에 시행 예정인 생명윤리법에 따라 황 교수의 연구가 정식으로 생명윤리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그때 연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입장만 표명하고 있을 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으로 봐선 빨라야 내년 2월쯤에야 연구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물꼬를 터놓고도 우리는 1년을 낭비해야 하는 범국가적 손실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방한한 세계 조혈모세포연구 권위자인 데이비드 스캐던 하버드 의과대 줄기세포센터 소장은 "병 치료 위한 연구라면 윤리논쟁 있어도 찬성하며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 치료에 있어서 하나의 돌파구다"라고 강조했다.
황박사의 발표 이후, 외국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공동 연구를 제의해온 곳이 미국 하버드의대,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기금을 갖다 쓰는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진 등을 포함해 10곳이 넘는다.
논문이 게재된 '사이언스'지에서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치료가 난치병 정복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과 향후 치료 시장 규모가 연간 3,000억달러(약 360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전 세계가 공감한 것이다.
황박사는 "두 번째로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하는 나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연구가 중단된 현재를 아쉬워하고 있다. 또 "질병 치료를 위한 복제 연구가 조속히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의 경우보다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구"라고 피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생명 공학계의 연구 발전 속도는 10년 후엔 10년의 차이를 낳을 만큼 빠르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표면적으로는 인간배아 복제연구를 반대하고 있지만 은연중에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황박사의 노벨상 수상 시기는 인류복지 기여도를 인정받는 시점인 10~20년 후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수상시기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0년 이내 수상 불가, 무엇이 문제인가?
황박사의 노벨상 수상 후원회가 결성되고, 과학기술부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이 유력한 과학자를 선정, 후원회를 조직하고 기부금을 조성, 노벨상 수상을 위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노벨상 후보는 7월경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안에 한국인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10년 내에는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상대적 홀대에 두고 있다.
노벨상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창조적인 성과를 일궈낸 사람에게 주는데 한국의 기초과학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권인 경제 규모에 비해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하지 못하고 있어, 기초과학 후진국이라는 오명이 뒤따라 다닌다.
박성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은 한국 사회의 '결과우선주의'에 그 원인을 둔다. 박 원장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단기성과에 집착하여 큰 의미 없는 SCI논문을 양산하는 데서 벗어나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질로 과감히 승부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결과의 집착에서 벗어나 충실한 과정에 가치를 둘 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초과학의 저변확대와 함께 한국 과학기술계가 국제학계의 핵심 권력집단 안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 국회가 개원함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를 신청하고 상임위 준비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김명자 의원은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과학기술정책이 기초과학기술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다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 부처간 장벽이나 현안 위주의 근시안적인 접근방식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회가 돕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며 기초과학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의 경우 기초과학 분야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는 동시에 학계와의 공동연구 등을 통한 진입에 공을 기울이는 것을 비교하면, 결국 한국인 노벨상 과학자의 배출은 우리 기초과학의 성숙도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노벨상이란 무엇인가?
의 발명자이며 이것을 기업화하여 거부가 된 A. B. 노벨은 1895년 11월 27일 유언장을 남겨,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그의 유산 약 3,100만 를 의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하였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에서는 이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노벨재단을 설립하고,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를 해마다 상금에 충당하는 방식을 택하여 1901년부터 노벨상을 수여하였다.
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생리 의학, 문학 및 평화, 경제학의 6개 부문으로 나누어, 해마다 각 선출기관이 결정한 사람에게 상금을 수여한다. 노벨재단은 정부가 임명하는 이사장이 관장하는 이사회에서 관리하며, 수상자 심사는 물리학과 화학상은 왕립과학아카데미, 생리 의학상은 에 있는 카롤린의학연구소, 문학상은 프랑스 에스파냐의 세 아카데미, 평화상은 국회가 선출한 5인위원회가 분담한다. 1969년부터는 새로 경제학상이 추가되었는데, 이것은 노벨기금과는 별도로 1968년 국립은행의 창립 300주년기념사업의 일환으로서 제정된 것으로, 수상자는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선출한다. 각 선출단체는 소속 의원, 과거의 노벨상 수상자, 각국의 학자 작가에게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고, 추천서를 접수한 각 단체는 극비리에 몇 사람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지명 공시한다.
수상식은 매년 12월 10일(노벨 사망일) 에서 거행되는데, 소개사는 수상자의 모국어로, 추천사는 어로 하며, 보통 국왕이 임석하여 시상하도록 되어 있다. 단, 평화상은 같은 날 의 에서 시상된다.
과거의 유명한 수상자로는 물리학상과 화학상의 두 부문을 수상한 M. 퀴리(프랑스), 부부가 함께 화학상을 수상한 퀴리 부처(프랑스 : P. 퀴리와 M. S. 퀴리) 및 졸리오 부처(프랑스 : J. F. 졸리오와 I. 졸리오퀴리), 문학의 E. 헤밍웨이(미국), 평화상의 A. 슈바이처(프랑스) 등이 있는데, M. S. 퀴리와 I. 졸리오퀴리는 모녀간이어서 더욱 이채롭다.
2000년 노벨평화상은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그리고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였다.


◇역대 한국인 노벨상 후보
인류의 복리 증진과 과학에 공헌한 사람들
평화-문학분야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앞으로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하는데 물꼬를 터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문학상을 비롯, 의학, 화학, 물리학, 경제학 등 다른 부문에서도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한국인으로서 김대중 대통령 이외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추천 받았던 사람은 옥수수박사로 유명한 김순권 경북대 교수가 있다.
그는 20년간 100여 종의 옥수수 품종 개량을 통해 아프리카의 기아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 식량 농업기구(FAC) 등에 의해 1992년부터 4년 연속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공식 추천됐던 우리나라 작가는 김은국(미국 거주 69 년), 김지하(75년), 김동리(작고 81년), 서정주(90, 94, 95년), 최인훈 (92년), 한말숙(93년), 구상(99, 2000년) 등 6명이다. 이외에 황순원(작고), 박경리, 조정래, 황석영, 이문열, 고은 등도 개인 또는 단체 차원에서 후보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세 명이다. 인도(타고르), 일본(기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그리고 중국이 올해 첫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오 싱젠(高行健 60)을 배출하였다.
노벨 문학상은 지금까지 수상자 97명 중 구미 문학인들이 82명이어서 서구 중심적이었다.

과학분야
노벨상 제정 100년의 역사 동안 과학 분야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노벨상이 원래 서구인들에 치중되어 있지만 물리 화학 의학상 등 과학계통은 동양인들의 수상 비율이 높아 우리나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노벨상심사위원회가 후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과학자 중 후보에 올랐던 사람들을 정확히 집계하기는 힘들다.
다만 조선족 한의사 출신의 유해봉(42 삼화그룹) 회장이 1998년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회장은 가문의 비방으로 내려오던 골절치료약을 개량해 우수한 효능의 특효약을 만든 공로로 중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의해 추천 받았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활동 중인 데니스 최(미 워싱턴대), 승현준(벨연구소)씨와 국내 서울대 물리학과의 임지순 김진의 교수, 김정욱 고등과학원장 등도 노벨상 후보자로 가끔 거론된다.
70년대 말 작고한 이휘소 박사는 당시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업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생존했다면 노벨상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주 거론된다.
지난해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네덜란드 토프트 교수는 바로 이 박사와 비슷한 분야를 연구했던 학자다. 토프트 교수는 "이 박사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어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이후 이 박사가 이를 재해석해주었다"며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아주 우수한 물리학자였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2000년 노벨 화학상(히거, 맥디아미드, 히데키 공동 수상)의 연구 업적인 '전도성 있는 중합체'도 국내 학자인 변형직 박사가 처음 고안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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