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데일리 포커스, AM7, 굿모닝 서울 무료지 한판승부
갈 길 먼 유료신문---인터넷으로 한방, 이번엔 무료지로 한방 더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역 앞에는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진풍이 벌어진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듯 타블로이드판형의 신문을 배부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 바로 그 것. 이들이 경쟁적으로 배부하고 있는 건 이름하여 무료신문. 지난 2002년 5월 창간한 메트로를 시작으로 데일리 포커스, AM7, 굿모닝 서울 등 4개 무료신문이 대표격이다. 이들 무료신문은 출근길 승객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가 하면, 정보를 무료로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지하철 이용객들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들 무료신문은 기존 신문 시장을 잠식하는 부담스런 존재이기도 하다. 최근 언론개혁 시점과 맞물려 신문시장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무료신문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무료지가 지하철 이용객을 사로잡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신문 판매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때보다 정보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제공 매체인 신문판매율이 급격히 줄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무료신문 때문. 무료신문이라는 강점을 톡톡히 살려 시민들에게 부담 없는 신문으로 자리잡은 무료지 덕분에 유가로 판매되는 신문에 적잖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배포되고 있는 무료지는 메트로, 데일리 포커스, AM7, 굿모닝 서울 등 4가지. 메트로는 1995년 스웨덴에서 탄생된 이후 유럽과 북미 그리고 아시아 등 16개 나라 24개 도시에서 발행되고 있는 신문이고, 에이엠세븐은 문화일보에서, 굿모닝 서울은 스포츠 서울에서 발간한다.
지하철 이용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이들 무료지는 무가지와는 다른 의미의 매체다. 무가지는 원칙적으로 유가임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배포되어지는 신문을 말하지만, 무료신문은 처음부터 공짜배포를 목적으로 문화 관광부에 무료지로 등록되어 있는 신문을 말한다. 때문에 무료지의 무료배포는 무가지와는 달리 신문고시 및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불공정거래에 속하지 않는다. 이 틈새를 발판으로 2002년 5월 창간한 메트로가 가장 먼저 국내 무료지 시장의 문을 열었고, 그 뒤를 이어 데일리 포커스, AM7, 굿모닝 서울 등이 차례로 창간되면서 가히 무료신문 전성시대를 예고하게 됐다.
▶무료지가 신문 판매율 줄였다
조사에 따르면 독자들이 무료지를 받는 곳은 아침 출근 시간의 지하철이 가장 많았으며 읽는 장소도 대부분이 지하철이었다. 게다가 신문 크기도 일반신문의 50% 축소된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제격이다. 내용면에서도 딱딱한 내용의 기사보다는 지하철의 평균이용 시간인 30분 내외의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사실적인 정보제공 수준의 가벼운 기사들로 채워진다. 그날의 이슈가 되었던 연예, 스포츠, 생활 기사 등이 주를 이루어 가쉽에 민감한 독자들의 입맛을 잡아 당긴다.
이미 가판에서는 판매율이 30%가량 현저히 줄고 있는 현상을 볼 때 무료신문이 주택가를 점령할 날도 머지 않은 듯 보인다. 신문 구독율이 현저히 줄은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을 중심으로 배포되던 무료신문이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를 중심으로 배포 영역이 점점 확대 되고 있으며,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무료신문이 배포되고 있는 몇몇의 아파트단지 내의 신문 구독율이 줄었다는 전언도 있다. 유가지를 대신, 독자들이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역할을 무료신문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신문들이 경쟁체제에 들어가는 것은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양질의 정보와 기사를 제공받고 결과를 판가름 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니 독자들은 더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적극적이고 정당한 경쟁으로 인해 독자들은 한결 선택의 폭이 넓어 질 수 있을 듯하다
▶무료지의 힘은 광고?
현재 무료지의 광고시장은 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매일 200만부 정도가 서울시내 곳곳에 깔리고 있고, 신문을 살펴보면 지면의 50% 가량이 광고로 할애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넘치는 액수도 아니다. 무료신문은 스포츠 신문과 같은 이미지 중심의 기사와 광고, 그리고 약간의 생활정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료로 배포되는 대신 독자들에게 마음 놓고 광고를 하겠다는 의미다.
또 과거에는 1면을 광고로 쓰는 일은 것의 없던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 고정관념도 깨졌다. 1면에도 전면광고가 들어올 정도. 일반 신문은 미처 손이 닿지 않는 틈새시장을 확실이 노린다는 의도이다. 즉 돈이 되는 광고는 1면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 이제 인쇄매체는 더 이상 신문을 팔아서 되는 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그러다 보니 홍보용 기사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신문이 한부에 500원에서 천원 정도, 그리고 주단위로 발간되는 주간지나 격주로 발행되는 잡지의 경우 2천원~3천원 정도의 가격에 독자들은 구매를 하게 된다. 이미 일반 언론사들에서 광고의 수익율이 판매 수익을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무료지는 현행 정간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이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 면당 천만원 안팍의 중저가 광고를 중심으로 하여 비슷비슷한 광고와 홍보성 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무료신문으로 인해 이제 인쇄매체의 가격이라는 것은 상징으로만 남을 지도 모르는 사태가 왔다. 즉 신문의 주 고객은 그것을 소비하는 독자가 아니라 독자가 판단하고 인정해야 할 신문의 가치가 광고주에게로 옮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읽을 거리의 가치는 어디에서
이 시점에서 독자의 주머니 돈이 언론사에서 무시되어 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독자 한 사람의 가치는 신문 한부의 값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매한 인쇄매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신문의 정보라면 이 신문의 기사라면 독자가 사서 봐야 할 만큼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신문 시장의 거대화로 독자들은 더 이상 정보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기관에서 조사한 무료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무료지를 읽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출근길 지하철에서 짧은 시간에 가볍게 볼 수 있다'(67%)거나 무료이기 때문'(50%)이라고 대답했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라는 대답은 19.9%에 그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무료지 배포의 반대에 7%, 찬성에 70%를 지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시간 때우기에 적당한 신문이 무료로 배포되는 것에 대해 불만인 독자는 없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비슷한 기사와 광고로 일색된 무료지에 대한 독자들의 아쉬움, 그리고 남발되어지는 신문으로 인한 자원낭비의 문제 등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제 미래 신문의 모습은 무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은 독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독자들에게 이익을 주고 여러가지 면에서 편리하지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남발되어지는 정보로 인해 저널리즘과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 질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 이다.
▶치열해지는 무료지 시장
4종류나 되는 무료지가 전철 역마다 깔리고 있다 보니 복잡한 출근길의 지하철입구는 시장이나 된 듯 소란스럽다. 신문을 들고 가는 사람 나누어 주는 사람 할 것 없이 바쁜 발걸음과 손놀림이다. 이렇게 되니 무료지 간의 독자 확보 경쟁이 치열 할 수 밖에 없다. 메트로나 데일리 포커스는 공신력이 떨어지는 자체 설문조사로 신문 열독율을 과장하여 자신의 신문이 더 우수하다는 기사를 실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무료지는 얼만큼의 매수를 찍어 독자들에게 배포 되느냐가 광고주에 대한 가장 중요한 홍보이다 보니 실제 중요한 광고를 제외한 기사들의 내용도 비슷비슷하다. 심지어는 제목만 바뀐 같은 내용의 헤드라인 기사가 실려 지기도 한다.
무료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규제가 전무한 입장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따른 정부의 무료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므로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시작 단계인 무료시장의 구체적인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료신문의 갈 길은 멀다
무료지의 성장은 유료지에게는 위기를 의미한다. 각종 일간 스포츠신문들은 기획면을 폭 줄이는 등 몸집 줄이기에 힘쓰고 있고, 1면당 천만원 정도의 저렴한 광고비의 무료지에 광고를 빼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료지의 존폐 여부가 우려의 목소리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신문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무가지와 경품을 남발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와 비판이 계속 되고 있으며 지식인들과 젊은 층에서는 언론개혁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가판 판매가 줄어들거나 구독율이 떨어지는 것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언론사 내부에서도 점점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는 현상황을 교두보 삼아 도약해야 할 때이다. 대형 언론사들은 무료신문과의 경쟁을 통해 차별성을 만들어 좀더 내실 있고 가치 있는 신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언론개혁이라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자정의 목소리가 높은 것을 본다면 유료신문의 변모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정점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짜신문의 배포로 인해 유료신문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기존 신문들은 제대로 된 심층보도를 통해 자기 신문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언론공공성 확보를 위한 각종 제도개혁과 과도한 판매경쟁 개선 모색 등과 같은 자기변화를 통해 정론보도로 무료신문과의 차별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판매가격 천원, <필름2.0>의 시장 뒤집기
영화주간지 필름2.0의 자체조사결과 가판 판매에서 씨네21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영화 잡지계 판도변화가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가판·총판을 상대로 한 자체 조사결과 최근 몇 주 사이 근소한 차이로 씨네21보다 앞섰다는 것이다.
씨네21의 한 관계자는 가판판매 순위가 바뀌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최근 필름2.0이 3000원이던 판매가격을 1000원으로 인하해 나타난 단기적인 효과일 뿐 장기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잡지업계와 광고업계 전문가들은 필름2.0이 생산 원가가 1부를 찍을 때마다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인하를 한 것이 약진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지만 3월 16일자 발행 분에 DVD타이틀을 모든 독자에게 제공한 것도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필름2.0이 제작비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광고에서 보충할 수 있다는 무료지 전략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같은 시장변화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단순히 판매수치만으로 필름2.0 씨네 21을 역전했다거나 앞으로 시장 점유율이 더욱 우세해 질 것 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한다. 단기간인 수치인데다 가격인하와 DVD타이틀 끼워주기 등 소위 덤핑으로 얻은 효과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씨네21은 자신들의 경우 정기독자로 얻어지는 수익과 광고비율이 비슷하지만 필름2.0의 경우 광고에 대부분 의존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가격인하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네21에서는 가격인하보다는 컨텐츠와 기사의 질로 승부하는 방법 밖엔 없다고 판단하고 가격경쟁에 끼어 들면 시장이 함께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잡지의 질을 더욱 높여 다른 영화지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이벤트와의 연계를 통해 독자들을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만화신문, 무료지 시장에 합세
국내 처음으로 만화를 중심으로 한 무료 일간지가 창간됐다. 무료신문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침체된 만화시장을 되살리는데 한 몫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만화계의 거목인 고우영, 이현세, 강철수 등 국내 만화계의 내노라 하는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하철 역에서 무료 배포될 이 일간지는 전체 지면의 60% 이상을 만화로 채우게 되며 일단 지하철 출근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하루 50만부씩을 찍기로 했다. 만화 무료지를 발간하는 데일리줌의 이병철 대표는 "관객 천 만 시대를 연 것이 멀티 플렉스인 것처럼 만화를 중심으로 한 우리 일간지가 만화시장을 살리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고 밝혔다.
경기침체와 인터넷의 부상으로 몇 년째 어려움을 겪어온 출판 만화계로서는 창작공간이 넓어질 수 있고 만화업계에 뒷심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창간을 반가워 했다. 하지만 점점 치열해 지고 있는 무료지 시장에서 얼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