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기만 하면 민원이 처리된다. 서울 노원구청의 구술전자민원서비스 ‘일꾼시스템’을 소개한다.
얼마 전 둘째 아들을 낳고 출생신고를 하러 서울시 노원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은 노혜정(35) 씨는 깜짝 놀랐다. 첫째 아이 때처럼 출생신고서를 작성하려니까 담당 직원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 얘기하면 처리가 완료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전에는 20분 정도 걸렸던 출생신고가 이번엔 단 2분 만에 끝났다.
노원구는 9월 1일부터 구술전자민원서비스 일명 ‘일꾼시스템’을 관내 19개동 주민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꾼시스템’이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망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민원인이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술로 민원을 신청하면 해당 서식이 자동 형성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민원서비스는 ①민원인이 서식을 선택해 ②신청서를 작성하고 ③담당자에게 그것을 제출한 뒤 ④신분증을 제시해 신분을 확인해야 했다. 이에 비해 구술전자민원서비스는 앞의 세 가지를 생략하고 담당 직원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말하거나 신분증을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
민원인의 신분을 확인한 담당 직원은 민원 내용을 컴퓨터상의 민원 서식에 작성한다. 민원인이 담당 직원이 작성한 내용을 양면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 후 전자서명 패드에 서명하면 민원 처리가 완료된다.
고령자·장애인·다문화가족 등 만족도 특히 높아
담당 직원이 서식을 작성하고 있는 동안 혹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컴퓨터 모니터에 특수필름을 부착했기 때문이다. 시야 각도가 30도를 벗어나면 누구도 모니터 내용을 볼 수 없다. 컴퓨터가 설치된 양옆에 칸막이를 설치했으며 서식 내의 모든 주민번호 뒷자리 5개를 마스킹(Masking)으로 가려 안심하고 민원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민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민원 처리가 완료되기까지 10~20분이 소요됐다. 그런데 구술전자민원서비스는 고작 2, 3분 소요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술전자민원서비스는 종이 서류를 사용하지 않아 민원 신청 1건당 1백10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연간 약 1백16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연간 1백만 그루의 묘목을 심는 효과라고 한다.
노원구는 최근 구술전자민원서비스에 대한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쳤다. 오는 11월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시민참여포럼에서 이 서비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노원구청 자치행정과 김용우 팀장은 “직원들과 주민들 모두 구술전자민원서비스를 환영하고 있다. 특히 문서 작성에 어려움이 많은 고령자와 지체장애인, 다문화가족 등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기존 민원서비스
필기대에서 서식 선택→신청서 작성→담당자에게 신청서 제출→신분증 확인→기재사항 검토→처리 작업
◆ 구술전자민원서비스(일꾼시스템)
민원 구술 및 신분증 제시→민원 선택 및 인적사항 입력→자동화 서식 형성→전자 서명→처리 작업→구청 서버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