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두고 진통
상태바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두고 진통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6.06.03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 “성과주의 도입 절대불가” 입장 고수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2월 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 9곳을 상대로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 불이익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초강수를 두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1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1~2급 간부에게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4급까지 확대해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주의 도입이 기존의 보신주의적 행태나 승진 대상자에게 높은 고과를 얹어주는 온정적 평가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가 이날 제시한 방안에는 보상과 교육, 승진, 전보와 연계된 개인평가와 동시에 장기성과를 반영하는 집단 평가를 동시에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금융공공기관 간부직의 성과보수 비중은 28%로 정부 권고안(20% 이상)을 충족한다. 하지만 3~5급 비간부직은 일부기관이 호봉제를 유지하고 연봉제를 실시하는 곳도 기존 연봉 자동인상 등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위는 전체 연봉에서 성과연봉 비중을 올해 20% 그리고 내년 말까지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체 연봉의 최고-최저 차등은 20~30% 이상으로 운영한다. 단 간부직(통상 5개 등급 중 2급 이상)은 30%. 비간부직은 20%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 
2014년 말 기준 금융공공기관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525만 원이다. 앞으로 성과연봉제가 전 직원에게 적용되면 같은 직급의 비간부직원이라 하더라도 업무평가 결과에 따라 A직원은 연봉 1억 원을 받고 B직원은 8000만 원밖에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1억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봉차가 최고 2000만 원까지 나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1억 원을 똑같이 받던 간부의 연봉이 최대 3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첫 해 3급 직원의 전체연봉 최대 격차도 약 2050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민간 금융사에도 성과주의 도입을 요구했다. 
지난 2월 4일 34개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대표자 회의를 열고 민간 금융사에도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영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은 “성과주의는 공공영역보다 시장에서 평가 받는 민간금융기업이 먼저 도입해야 할 과제”라며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생존이 위협받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우리가 지난 외환위기의 교훈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노사간 협의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서 성과주의를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는 이윤 창출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이미 내부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도 아닌 민간 금융사의 임금 체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자 금융권의 자율성을 확대시키겠다는 금융개혁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의 변화를 계기로 일반 은행 등 민간 금융권도 자율적인 노사협의를 통해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나서주길 기대한다”며 “변하지 않으면 고사된다는 각오로 금융회사들이 금융개혁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 중 예금보험공사가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에 합의한 데 이어 지난 5월 10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도입했지만 나머지 기관의 참여는 여전히 노사간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노조는 금융위의 개입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노사 교섭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관치금융’으로 규정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은 전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라 정하는 건데 정부가 여기에 개입해 성과주의 도입을 압박하는 것은 부당 노동행위이자 관치금융”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금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도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7일 상견례를 겸한 1차 산별 중앙교섭이 무산된 데 이어 1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제2차 산별 중앙교섭을 개최했지만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 측이 전원 불참했다. 이후 21일, 28일에도 산별 교섭을 시도했지만 사용자협의회 측은 모두 불참했다.
사용자협의회는 34개 금융기관의 사용자 측이 2010년 설립한 사용자 단체로, 출범 이후 매년 금융노조와 산별 교섭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르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성과연봉제를 골자로 한 성과주의 도입이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꼽히면서 사용자협의회는 성과주의를 주장, 이에 반대하는 금융노조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3월 4일 이례적으로 노조보다 먼저 ▲임금 동결 ▲신임 초임 조정 ▲저성과자 근로계약 해지 근거 마련 등의 내용 등을 주된 골자로 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성과연봉제 도입과 신입직원 임금 동결에는 반대,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의 안건을 내놓으면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산업·기업·수출입 은행 등 7개 금융공기업은 지난달 사측 협회인 사용자협의회를 탈퇴, 금융노조와의 산별 교섭이 아닌 단위노조와의 개별 협상으로 성과주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노조측도 이에 맞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고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 역시 노동조합 성과연봉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총 투표수 884표(무효 8표)에서 반대율 76.8 %(반대 711표·찬성 165표)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성과연봉제를 골자로 하는 성과주의 도입을 막기 위한 지부별 순회집회도 시작했다. 지난 4월 20일 금융노조는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성과연봉제 총력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사주로 사측이 교섭에 불응하고 있는 만큼, 금융노조는 향후 합법적인 쟁의행위 절차를 밟아가겠다”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사측에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성과주의가 쉬운 해고로 이어진다고 판단, 성과주의 도입을 전면 거부하고 기존의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대표 전원이 참석하는 산별 중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노조를 향해 “성과주의를 왜 못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와 관련해 내놓은 공식 성명이 올해만 10건이 넘는다”며 “논의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사측과 금융위”라며 항변한 바 있다.
단일 노조인 예보가 사측과 개별적으로 합의를 한 것과는 달리 예탁결제원은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산은·수은 등 7군데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각각 속해 있다. 이들이 사측과 합의를 하려면 사무금융노조와 금융노조 차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두 단체는 성과주의 도입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적절한 타협안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과주의 도입만을 외치고 있다”며 “특히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입지가 좁아진 국책은행을 지목해 성과주의에 앞장서라고 압박하는 것은 상당히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금융기관 성과주의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자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 불이익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임종룡 금융위워장은 지난 5월 10일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삭감하는 등 보수, 예산 정원 등에 대한 불이익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공공기관이 무사 안일한 신의 직장이라는 국민의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성과중심 문화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며 “두 기관은 그동안 경영적인 부문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확충이 시급하다해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은행은 민간 은행과 업무가 가장 유사한 만큼 민간금융회사가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돼야 한다”며 “321개 공공기관 중 직원 연봉순위 1위인 예탁결제원도 철저하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 등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사가 협력해 조기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기관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도 밝혔다. 
금융당국은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해 금융공공기관의 교육, 평가, 영업방식 등을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언급했듯이 성과중심 문화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 11일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와 관련, “기관장 간부들의 성과주의 때문에 불법적 일이 벌어지는지 진상조사단을 파견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현재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제도 자체의 성격, ‘이런 식으로 도입해야 하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밀어붙이기식 행태”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나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도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국회가 따져볼 문제인데, 당장 소관 상임위를 열어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금융위가) 이 상황을 알고 밀어붙이는 것 같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추진할 수 없으니, 과도기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식 정무위 간사는 “공공부문의 성과급제 도입문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들을 평가하고 보완책을 검증하면서 차분히 논의돼야 한다”며 “정권 차원에서 실적을 위해 밀어붙이는 데 대해서 국회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공공개혁과 관련해 “각 부처는 공공기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정한 보상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서 120개 공공기관 모두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성과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불필요한 기능이나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부문은 과감하게 정리를 해야만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 개혁의 성과가 노동개혁을 비롯한 다른 구조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양대노총 공공부문 5개 산별연맹은 정부가 성과연봉제 및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 오는 9월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양대노총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공공부문 5개 산별 연맹은 공대위를 복원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강력한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며 대정부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공대위는 지난 5월 11일 오전 9시30분부터 공기업 성과연봉제 시한으로 정해져 있는 6월 말까지 지도부 1차 천막 농성에 들어간데 이어 6월18일에는 서울에서 5만 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성과연봉제·강제퇴출제 분쇄 공공부문 올바른 개혁을 위한 노동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수정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9월에 총파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원내대표 초청 토론회를 개최해 성과연봉제를 비롯한 공공개혁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사진_뉴시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