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회 상임위, 치열한 물밑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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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국회 상임위, 치열한 물밑경쟁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6.06.0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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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더민주, 법사위 새누리당 점쳐져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오랜만의 여소야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여기에 3당 구도까지 겹쳐 개원 초반부터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협치’와 ‘일하는 국회’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를 동력 삼아 움직여갈 20대 국회는 무엇보다 상임위원회 활동이 중요하다. 정국을 주도할 중요 상임위는 벌써부터 특정 정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설까지 나돌면서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국정을 좌지우지할 주요 현안을 결정하고 법안을 만드는 곳이 상임위원회다. 발의된 각종 법안의 1차 관문인 상임위는 국정감사와 예산심의에 대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때때로 국정감사는 스타 국회의원을 배출하기도 하는데, 고(故) 노무현 전(煎)대통령의 ‘5공 청문회’는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유명하다. 실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8할은 상임위에서 이뤄진다. 상임위 활동이 좋으면 당내에서도 능력있는 의원으로 인정받는다. 또한 지역 주민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도 예산 확보와 함께 상임위 활동이 큰 영향력을 미친다. 때문에 힘 있고, 지역구 사업에 도움이 되는 상임위에 의원들의 지원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며, 이들을 적재적소에 균등하게 배분하려는 원내지도부의 고민은 그만큼 깊어진다.
 
野-국회의장 vs 與-법사위원장 가닥 잡혀
주요 상임위원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물밑경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달 25일 정치권으로부터 20대 국회 원 구성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이 흘러나왔다. 통상적으로 원내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가는 관행상, 이번 20대 국회의 의장직은 야당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견제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장은 자연스레 여당에게 넘어갈 것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의 율사 출신 3선인 권성동 의원이나 여상규, 홍일표 의원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상관없이 법사위원장을 야권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애초 국민의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독식 반대론’을 폈으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협치무드가 무산되면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원칙적으로는 제1당이 국회의장을 갖는 게 원칙이고, 관례로 봐서나 국회의 성격상 다른 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와야 하지만, 여당이 예결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면 국회의장과 관계없이 법사위원장도 야당이 갖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부의 입법 제·개정권을 견제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고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을 더민주가 갖는 게 더 낫다. 만약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을 주시겠다면 국회의장을 양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 예산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위원장에는 새누리당 이혜훈, 이종구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고, 더민주에서는 부산지역에서 당선된 김영춘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다뤄 인기가 높은 국토위원장은 더민주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국민의당에서 강력하게 희망하는 분위기다. 또한 분리와 현행 유지로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김세연, 김학용 의원과 더민주의 안민석 의원이 도전의사를 밝히고 있다. 
 
 
막강 권한 부여받는 상임위장, ‘갑 중의 갑’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은 국회법 제 49조에 의거한다. ▶위원회 질서를 유지하고 ▶의사일정을 여야 간사들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것이 이 조항의 규정이다. 하지만 실제 상임위원장의 권한은 규정보다 막강하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 부처의 핵심사업은 사실상 상임위원장 손에 달려있다. 만약 상임위원장이 법 개정을 위한 회의 일정을 잡지 않으면 각종 사업은 그대로 무산될 수 있다. 때문에 각 부처 장관들은 상임위원장 사무실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정치 일각에서 상임위원장의 임기를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중되는 권한도 문제지만 월 700~800만 원에 이르는 수당의 용도변경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법 로비’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신계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직책비 일부를 아들의 유학자금 등개인용도로 썼다고 진술해 문제가 되었고, 홍준표 경남지사도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2008년 국회운영위원장 시절 매달 국회 대책비 4000~5000만 원을 전부 현금화해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말한 적 있다. 이런 관행은 다른 상임위원장들도 마찬가지여서 공금횡령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밖에 상임위원장에게 부여되는 특권 중에는 우선예산배정도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상임위원장의 지역구 사업을 먼저 특별 배려한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분리와 현행 유지로 여야가 맞서고 있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2개의 부처를 맡고 있다 보니 산하에 있는 기관들이나 추진 중인 사업들이 많아 의원들이 장관이나 관련 기관에 지역 관련 민원을 넣는 경우도 다른 상임위들보다 월등히 많다. 일례로 교육부는 장관의 재량권이 많은 ‘교육재정교부금’이 있는데,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이 교부금을 가지고 지역구에 있는 학교 시설 개선에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경기가 좋을 때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보해 지역구의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국토교통위원회가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에 들기도 했다. 
 
 
지역구·경력 맞춰 ‘찰떡 궁합’ 선정 필요
상임위 의정 활동의 기본은 법을 만드는 ‘입법’이다. 굵직굵직한 주요 현안이나 법안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국민의 대표자 국회의원이 가지는 법률제정권, 예산심의권, 국정통제권은 사실상 상임위에서 행사된다. 그러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2개를 포함한 18개 상임위가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민간 기업 관계자들은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입법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상임위 문턱이 닳도록 쫓아다닌다. 때문에 정년이 없는 국회의원의 특성상 표밭인 지역구를 살필 수 있는 상임위 선택도 중요하다. 농어촌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농림해양수산위원회를 선호하는가 하면, 기업체와 공단이 많은 지역구 의원들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선호한다.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이 두 상임위원장에 적극 거론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더불어 20대 국회에는 전문성을 갖춘 초선 의원들이 비례대표로 다수 입성해 이들에게 맞는 상임위 배분에도 원내지도부가 고심 중이라는 후문이다. 원래 한 상임위에서 활약하는 의원이 많은 정당일수록 쟁점법안 통과부터 국정감사까지 상임위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 정당은 비례대표 영입에서부터 상임위 활동을 고려한 면면이 눈에 띈다. 먼저 케이블 방송 ‘썰전’에서 시청자들에게 눈동장을 찍은 이철희 더민주 의원은 정치관계법 개정을 의정활동의 첫걸음으로 지목했다. 당연히 찰떡궁합 상임위는 법사위다. 더민주의 또 다른 초선인 표창원 의원은 범죄심리전문가로, 경찰청 등을 소관하는 안전행정위원회 배치가 점쳐지고 있다. 
이외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종대 의원은 군사전문가 경력을 살려 국방위원회 배치가 유력하며 KBS뉴스 앵커를 지낸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찰떡궁합으로 여겨진다.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를 지낸 새누리당 최연소 의원으로 꼽힌 신보라 의원은 비례대표 선정 당시부터 환경노동위원회 배치가 고려된 인선이었고, 프로바둑기사인 조훈현 새누리당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배치될 전망이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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