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국회의 당연한 책무

정의화 국회의장이 5월 25일 오전 의장직 퇴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재임한 그는 야당에게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당에서는 결국 자기 정치로 귀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낡은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열어나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퇴임 소감을 밝힌 정 의장은 한국 정치에 새 희망을 펼칠 수 있는 ‘빅 텐트’를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정치권은 지역과 이념의 기득권 질서에 안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과 나태 속에 빠져있다. 날이 갈수록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바라보는 정치, 국익과 민생이 아니라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정치가 되어가는 것 같아 참으로 답답하다”며 “협치와 연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무능한 정치를 유능한 정치로 바꿔야 한다. 아직도 권위주의 시절에 살고 있는 정치권 일부와 구시대적 행정편의주의에 젖어있는 일부 공직사회의 인식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시대는 오래 전 끝났다”라고 질책했다.
이어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감사하고 특정한 국정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정되어 있는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는 정 의장은 “국감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의 청문회는 작은 청문회라 이야기할 수 있다. 상임위원회 차원의 현안 중심 청문회라는 것이다. 소위원회를 구성해서도 할 수 있는 그런 청문회로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시행되면 20대 국회에서는 바로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통과시켜서 올해부터는 국감을 안 해도 되게끔 했으면 한다”며 “보도를 통해 보고 있지만,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국회운영에 관계 되는 일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거부권은 가능한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우리 사회가 참으로 다양해졌다는 정 의장은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다 듣고,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소회하며 어느 특출한 한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더불어 잘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태지 한 명 가지고 서태지가 성공할 수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어야 하고 음악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팀원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이제는 나라 경영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개인에게 맡겨서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대통령은 마지막 판단하는 분이어야 한다. 소박하고 소통 잘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통은 남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옳으면 자기를 고칠 수 있는 그런 자세가 되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소통도 잘하고, 소신을 갖고, 민족의 소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주변에서 함께 일할 장·차관이나 청와대 구성하는 그룹이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퇴임 후 정 의장의 행보가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첫째 새누리당으로의 복귀 문제와 둘째 새로운 정당 창당의 가능성을 비쳤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보도를 보니 정진석 원내대표와 최경환 의원, 김무성 전 대표가 합의를 하고, 당을 다시 한번 추슬러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제 거취는 새누리당이 정말 대오각성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당으로 (가지 않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권위주의적 보수, 어렵게 사는 국민들을 위한 따뜻한 보수를 하지 못하는 그런 보수로 계속해서 인식된다면 자동입당 된다 해도 탈당할 수 있을 것이다. 탈당의 시기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정 의장은 “정치결사체는 외곽에서 우리 정치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조언을 하는 정치원로 집단과 같은 것이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결사체라 할 수 있다. 지난번에 10월까지 고민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중도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국회선진화법의 결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지하지 못한 것과 개성공단의 이른 철수, 그리고 퇴임 후 하기로 한 북한의료지원이 북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불발된 것 등이 아쉽다는 정 의장은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남북 국회의장회담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권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오히려 좋음을 역설했다.
“대권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이야기가 있다. 공자께서 도를 깨치고 하는 여러 말씀 중 하나에 ‘지불가만(志不可滿)’이란 게 있다. ‘자기 뜻을 다 가득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러려고 하지 말아라’는 뜻인데, 사람은 부족하니 그것을 뛰어넘어 다 채우려면 패가망신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저는 의장으로서 주어진 의장직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고 있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하기 때문에 (대권에 대해서는) ‘지불가만’이라는 말로써 대체하겠다.”
국회의장은 퇴임식이 따로 없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퇴임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퇴임사 후 전 국회의원이 박수 쳐주는 것을 보았을 때 흐뭇했다는 정 의장은 인생에서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이냐고 반문하며 자신은 복 받은 사람이라며 ‘운칠복삼’이라고 웃는다. 그리고 당분간은 더 그 복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려 한단다. 차마 이런 정치 모습을 보고는 그냥 떠날 수가 없다며 말이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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