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0대 국회가 벌써부터 교착상태에 빠졌다.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은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도읍, 더민주 박완주,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10일 첫 만남을 갖고 화합을 다짐했고, 다음날인 11일에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9인 회동을 갖고 '협치'를 강조했다. ▲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의견을 나누면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수석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하는 동시에 수시로 만남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했다. 세 수석 모두 비교적 합리적인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초반에는 별다른 잡음 없이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는 듯했다. 더욱이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가 만난 '청와대 회동'이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20대 국회의 순조로운 출발에 청신호도 켜졌다.
하지만 정부가 야권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제안에 거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청와대가 청문회 상시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까지 행사하자 3당의 대치는 격렬해졌다. 두 야당은 박 대통령이 '협치' 정신을 어겼다고 비난했고, 여당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옹호하면서 여야 협상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국회의장직을 둘러싼 여야 대립도 원 구성 합의를 지연시키고 있다. 더민주는 총선 민의를 반영,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여당 몫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협상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두고 여야의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협상 자체가 열리지 않는 등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의장 문제를 놓고도 의견을 모으지 못하다보니 18개 상임위원장의 배분 문제는 아직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오는 7일까지 국회의장단을, 9일까지 상임위원장 인선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우리 정치사에서 국회 개원이 법정 시한 내 제대로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13대부터 19대까지 28년 간 개원까지 평균 50여일이 걸렸다. 앞서 2004년 17대 국회 때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힘겨루기 때문에 7월5일에야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졌고, 18대 국회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둘러싼 극한 대치로 원 구성까지 88일이 걸렸다. 19대 역시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7월2일 개원식을 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