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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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살리자
  • 글/최승호 기자
  • 승인 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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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곤충 잘못 건들면 다친다"
어릴적 그리도 흔하게 보이던 곤충 중에서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비이다. 그 존재가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그렇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바로 나비였다. 최근 나비 한마리를 잡았다가 보호야생동물 불법포획 혐의로 중형을 받게 된 사건이 화제를 모았다. 사건 발생의 주인공 손모씨가 잡은 나비는 바로 보호대상종 희귀나비 '붉은점 모시나비'였던 것. 이 나비는 특히 일본인 수집가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높은 희귀종으로 마리당 100만원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본지는 국내 보호야생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무심코 잡다 걸리면 최고 5년이하 징역형
과연 일반 사람들이 보고 분간할 수 있는 나비는 얼마나 될까? 제비나비, 호랑나비, 배추흰나비.... 아마도 평생동안 보고, 이름을 알 수 있는 나비의 수는 20여가지 정도를 넘지 않을 듯 싶다. 우리 지구상에는 나비와 나방을 합한 종류는 대략 90,00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나비는 대략 20,000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나비는 8과 253종(학자마다 차이가 있다). 이들 나비들은 대부분이 구북구계에 속하는 것이고 동양구계에 속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비율은 대략 5:1이다. 북한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50여종을 빼면 남한에서는 미접(迷蝶)을 포함하여 200여종을 볼 수 있다.
나비는 곤충강 중 두번째로 큰 목인 나비목에 속한다. 나비목은 나비아목과 나방아목으로 나뉘는데, 이것은 편의상의 분류로 과학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분류학적으로는 앞, 뒷날개의 맥상이 같은 동맥아목과, 다른 이맥아목으로 나누거나, 또는 암컷의 생식구가 하나로 된 단문아목과 둘로 갈라진 이문아목으로 나뉜다. 이문아목에는 15상과가 있는데 나비는 그 중 팔랑나비상과와 호랑나비상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나비는 이 두 상과에 걸쳐 8과가 있는데, 이 분류는 자연의 계통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나 편의적인 것으로 연구자에 따라 이론이 있다. 과를 비롯한 그 이하의 분류단위는 시맥을 비롯한 여러 특징들을 고려하여 유연관계를 따져 가까운 종끼리 묶어서 만든 것이다.

<>잡으면 걸린다

손모씨의 경우처럼, 나비 한마리의 거래가격도 가격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처벌규정이다. '붉은점모시나비'를 잡으면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대체적으로 포유동물이나 조류 파충류 등은 보호 필요성 등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편이지만 곤충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턱없이 낮은 것이 사실.
환경부가 멸종위기 및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19종의 곤충류 중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장수하늘소' 정도가 고작이다. 꼬마잠자리 물장군 쇠똥구리 등 의외의 곤충들도 보호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환경부에서는 현재 장수하늘소 두점박이사슴벌레 수염풍뎅이 등 5종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꼬마잠자리 물장군 쇠똥구리 비단벌레 깊은산부전나비 등 14종은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중 장수하늘소를 잡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등 최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므로 산행 등에서 몰라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절대 주의가 필요하다.

멸종위기 곤충들
현재 멸종위기곤충들을 살펴보면 장수하늘소 산림이 울창한 활엽수림에서 서식하며 경기도 광릉지역에만 분포한다. 두점박이사슴벌레 7월에서 8월까지 출현하는 남방성 곤충으로 제주도에서만 아주 드물게 발견된다. 수염풍뎅이 활엽수림 지대에서 제한적으로 서식하며 1970년대 이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상제나비 5월에서 6월에 걸쳐 출현하며 날개에 검은 줄무늬가 선명하다. 산굴뚝나비 5월에서 9월 사이 제주도의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 발견된다. 또 보호야생곤충으로는 꼬마잠자리 6월에서 8월에 출현하며 늪, 호수,연못 등지에 서식한다. 물장군 5월에서 9월까지 출현하고 늪, 호수, 연못 등지에 서식한다. 쇠똥구리 6월에서 9월까지 출현하고 산란기에는 소, 말 등의 똥을 뭉쳐 굴려가며 이동한다. 비단벌레 7월부터 출현하고 가끔 야간에 불빛에 유인되기도 한다. 붉은점모시나비 날개에 붉은 반점이 있고 개체에 따라 변이가 심하다. 왕은점표범나비 표범나비 중 가장 큰 종으로 양지바른 풀밭에서 볼 수 있다. 쌍꼬리부전나비 뒷날개에 두개의 꼬리돌기가 나 있어 쌍꼬리부전나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밖에 고려집게벌레 주홍길앞잡이 닻무늬길앞잡이 울도하늘소 큰자색호랑꽃무지 멋조롱박딱정벌레 깊은산부전나비 등이 보호를 받는 곤충들이다.

<>벌레 보기를 황금같이 여겨라!
'돈 되는 사업' 곤충산업 성공모델 속속

곤충은 이제 돈이다. 특히 농업분야에서는 곤충산업이 빠르게 일반화하고 있다. 토마토 딸기 등 국내 하우스 농가 중 20% 정도는 수정벌을 쓴다. 과거에는 겨울농사철에 벌이나 나비가 없어 사람이 붓으로 꽃가루를 수정시켰다. 인건비가 오르고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수정벌이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동안 토마토 농가만 수정벌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오이 딸기농가도 수정벌을 쓴다. 50여 마리가 들어있는 수정벌 1박스에 수입품은 11만~12만원, 국산은 8만5천원 수준. 국산 수정벌은 지난해 처음 출시됐다. 올해 수정벌 시장 규모는 대략 60억원 정도다.

◇환경농법에서 의약분야까지 활용
전남 구례군은 잠자리 농법을 연구중이다. '잠자리 많은 해 풍년든다'는 속담대로 잠자리는 모기를 비롯한 해충을 잡아먹는 대표적인 익충. 3년전 1,000평 규모의 잠자리 생태원을 만들었다. 인공 부화를 통해 매년 10만 마리를 방사해 무농약 환경농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구례군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는 구례의 청정이미지가 농산물 판매뿐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억원을 투자, 잠자리 표본생태관도 지을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곤충농업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곤충 농업기술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네덜란드. 현지농가의 90~95%가 곤충농업을 도입했다. 국내는 1% 수준이다. 농약대신 천적 곤충 등으로 무공해 농산물을 만드는 까닭에 비싼 노동력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농업은 경쟁력이 강하다. 2002년도 농산물 수출이 무려 2백78억달러(한국은 15억8천만달러)나 됐다.
호주는 쇠똥구리를 이용, 축산분뇨를 처리한다. 좀벌을 이용해 솔잎혹파리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도 보고되고 있다.
곤충은 생화학과 의약분야에서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벤트 등 3차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은 누에를 이용, 동충하초 재배에 성공했고 '한국판 비아그라'인 누에그라를 개발했다. 누에그라는 현재 5개 제약회사에서 만들고 있다. 누에 성분을 이용해 화장품과 혈당강하제, 머리염색약 등도 만들어냈다.
제조업에도 곤충이 활용되고 있다. 멕시코는 선인장 깍지벌레를 써서 전기절연체를 생산하고 자연염료까지 만들어낸다. 또 일부국가에서는 빛이 닿으면 색깔이 변하는 남미의 나비를 연구해 자동차나 옷감의 도료로 쓰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곤충연구 분야 무궁무진
첨단산업이 아니더라도 곤충의 활용도는 높다. 곤충은 친환경 이미지와 결부돼 이벤트산업에서 상상외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남 함평군은 나비를 상품화한 나비축제로 입장료 수입만도 엄청나게 벌어들였다. 음식점, 여관, 농업생산품 등 간접수입은 무려 100억원에 달한다. 에버랜드도 해마다 곤충이벤트를 열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나비축제를 열었고, 여름에는 오폐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이용해 반딧불이를 키워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했다.
또 가을에는 풀벌레 음악회를 열었다. 나비축제는 50만명, 반딧불이와 가을 풀벌레 음악회는 각각 30만명 정도가 관람했다. 관람객 유치효과와 함께 환경기업 이미지 홍보효과 역시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다.
오래전부터 곤충기술은 무한한 자원이었다. 인류는 3,000년전 누에에서 실크를 뽑아낼 수 있게 되면서 엄청난 혜택을 누려왔다. 실크는 사막 한가운데 '실크로드'가 뚫리는 계기가 됐다. 곤충기술은 연구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현재 지구상에 보고된 곤충은 무려 1백50만종.
동물 중 가장 많은 종수와 개체수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종은 수천종에 불과하다. 벌레 보기를 황금같이 여기는 시대가 멀지 않다.

<>나비의 황홀한 날개짓 '함평 나비축제'
도시화로 사라진 나비와 곤충 표본을 한곳에 전시

삭막한 회색의 도시에서 배추흰나비 한 마리 우연히 만나게 되는 봄날이면, '그 많던 나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적지않다. 전남 함평뜰의 봄은 꽃 물결로 완성된다. 함평의 젖줄인 함평천 양쪽에 그림처럼 펼쳐진 수십 만평의 유채꽃과 자운영 꽃물결만 보아도 가슴은 황홀해 진다. 나비 축제가 열리는 수변공원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
어나 나비들을 유혹하고 있고, 냇가 주변의 널따란 논엔 자운영 꽃물결이 넘쳐 난다.
희귀나비표본 한자리에 수변공원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함평천 건너 수산봉에 조성해 놓은철쭉 나비동산. 마치 '함평 나비 축제'의 지킴이 같은 이 나비 철쭉동산의 규모는 가로 50m, 세로 35m에 이르는 거대함을 자랑한다. 12만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닐 '나비생태관'은230종에 이르는 온갖 야생화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앵초, 매발톱, 할미꽃, 금낭화, 동이나
물, 돌단풍, 깽깽이풀 같은 꽃들이 한창이고, 에델바이스라 불리는 솜다리의 고아한 자태도감상할 수 있다. 이런 야생화 사이를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 청띠신선나비, 꼬리명주나비, 왕오색나비 그리고 이름을 알 수없는 수많은 나비떼들…. 또 나비 일대기를 전시하는 한편 대동강물방개, 왕사슴벌레 등 지상 곤충 수천 마리도 함께 전시된다.
또 '나비표본전시관'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이제 볼 수 없는 나비와 곤충들의 표본을 한곳에 전시한 곳이다. 여기엔 국내에 서식하는 나비 및 곤충표본 2,000천여 종 3만 마리, 세계 각지에서 채집한 나비 및 곤충표본 2,100여종 550상자, 세계 희귀 잠자리 120종 90상자가 함께 전시된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허브 원예 치료관'은 허브식물과 꽃을 이용한 건
강 치료실도 운영된다. 축제에 대한 자세한 상항은 함평군청 축제상황실(061-320-3224)에 문의하거나, 나비축제 홈페이지(www.inabi.or.kr) 참조. 돌머리해안의 일몰, 용천사 등 볼거리도 많다. 한편, 함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한 갯벌을 품은 고을 중 하나로 꼽힌다. 백사장이 1km쯤 펼쳐져 있는 돌머리(石頭) 해안과 주변의 갯벌은 수천평의 솔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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