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에 대한 선택적인 인종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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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에 대한 선택적인 인종차별 논란
  • 김실 기자
  • 승인 2009.10.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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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동양인, 흑인을 대하는 태도 사뭇 달라

▲ 지난 2008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일주일간 60여 명이 살해당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인종학살이 일어났다.
인종차별적 폭언을 한 박 모 씨 약식 기소
지난 8월28일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폭언을 한 사람이 약식 기소되는 사례가 있었다. 기소를 당한 박 모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함께 탑승해 있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세 남, 성공회대 연구교수) 씨와 그의 한국인 친구 한 모 씨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시끄럽다”는 말과 함께 시비를 걸며 후세인 씨에게 “야 더러워 냄새나 이 개XX야”라고 하였고, 이를 보고 있던 한국인 친구인 한 씨가 “대체 왜 그러느냐”고 묻자 박 모 씨는 한 모 씨에게 “조선년이 맞느냐?”라는 모욕적인 말을 하였다. 이후 후세인 씨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박 모 씨를 고소했다. 박 모 씨는 자신도 모욕당했다며 맞고소를 했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기에 사과한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검찰은 “인종차별적 모욕으로 인해 외국인이 수치심을 느낀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일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규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 박모씨에게는 일반 형법이 적용됐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 사례를 통해 국내에서 첫 번째로 형법이 적용된 사건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티즌은 “한국에 있는 외국인이 한국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것도 큰 사회적 문제일 수 있지만,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인간 이하의 모독을 주고 위협하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똑같이 사람에게 가하는 위험한 행동인데, 어떤 것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 모든 사람들이 외국인들에 대해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돕고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다. 사진은 목원대학교 ‘다문화사회이해’ 라는 전공 수업시간 사진이다.
외국인을 보는 인식의 전환 필요
누구 말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 전에 이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알 수가 있다. 보통 백인에게는 우호적이거나 무관심하지만 흑인과 황인, 그리고 동남아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인종차별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흑인인 경우 미국의 문화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노예로 밖에 보이지 않는 흑인’이라는 사상까지 함께 들어와 흑인들을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커지게 된 것이고, 황인들은 같은 인종임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이 아닌 이상 잘못된 우월감이 은연중에 나타나기 때문에 우습게 본다. 여기에는 조선족도 포함되어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한국이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다문화사회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인종차별의 흔적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목원대학교 다문화사회통합연구교육센터 이희학 센터장은 “외국인들을 보는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선 첫 번째로 선진국의 법과 비교하여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보고 외국인차별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교육입니다. 초·중·고·대학 및 각 사회단체에서 외국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피부색깔이 다르다 해도 그들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인권, 자아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며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사람일지라도 자신보다 우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언론입니다. 그동안 자극적인 기사를 게재하여 외국인들의 범죄행위 등 좋지 않는 단면만 보여주었던 언론매체가 공평성을 유지하여 한국을 사랑하고 다양한 봉사활동 등을 펼치는 외국인들에 대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전하며 “이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기관에서는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종교는 이념과 국가와 언어를 초월하는 것입니다. 설사 나와 종교가 다르다 할지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함께 화합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 목원대학교 다문화사회통합연구교육센터 이희학 센터장은 외국인들을 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에게 베풀어라’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은 “자기를 괴롭힌 한국인들을 죽이고 싶었다”고 서슴없이 말을 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몰지각한 인종차별에 치를 떤다. 심지어는 몇 해 전 한국에서 일을 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한국 선교사를 찔러 죽인 일이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왜 죽였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학대와 멸시를 받았습니다. 시도 때도 없는 폭행과 폭언,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이에 한국이란 나라자체가 너무 싫어 선교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한국에 복수하고자 죽였습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이 땅에서 외국인들에게 행했던 모든 일들은 결국엔 우리 가족, 후손, 이웃들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또한 국제화시대를 통해 전 세계 어떤 나라에든 한국 사람이 없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결국 타국과의 외교와도 결부 지을 수 있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독일에서 5년, 현재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김진 씨(남, 33세)는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 한국에서의 생활 및 언어습관으로 외국인들을 대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에게는 저에 말과 생활습관이 인종차별적인 성격의 내용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를 이해해주었지요. 그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다문화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받기 때문에 상대방과 자신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이해심이 많이 부족하고 다문화사회에 대한 교육도 부족합니다. 외국인들이 저를 이해해줬던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인들의 생활, 문화, 습관 등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외국과 같이 어린 시절부터 다문화 사회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면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인종차별도 줄어들어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인 국가브랜드 조사기관 ‘안홀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가브랜드는 인도, 중국보다 낮은 33위를 기록하며 34위를 기록한 태국과 비슷하다는 조사결과를 밝혔다. 이는 불안한 남북정세, 정치 등의 문제를 들 수 있겠지만,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해외에 나가서 행하는 한국인들의 모습 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에게 베풀어라’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이다. 국민들이 지금처럼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을 그치지 않는다면 한국 역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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