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로 파문확산,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이 최우선

이번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아기를 팔아넘긴 철없는 부모를 손가락질하며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거세게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비단 아기의 부모 문제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부모의 윤리의식을 탓하기에 앞서 아기를 사고파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 조차를 부끄럽게 여기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전체 맥락 안에서 해결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력 없는 젊은 미혼모들의 최후의 선택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류씨와 이씨는 20대 후반으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동거생활을 이어오던 젊은 부부였다. 이들은 넉넉하지 못한 경제사정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만큼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계획에 없던 아기가 태어났고 이후 자신들이 맡아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렸다. 이를 신생아 브로커 안씨가 보며 ‘신생아 매매’라는 충격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 부부가 생후 3일된 아기를 팔고 브로커에게 받은 돈의 금액이 200만 원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자 사람들은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을 고작 200만 원에 팔다니 충격적이다’라며 분노했다. 하지만 척박한 살림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이들에게 있어서 200만 원이란 돈은 굉장히 큰 액수로 다가왔다. 아마 이들 부부에게 밀린 병원비만 있었더라도 생후 3일된 아기를 사고파는 행위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기매매 사건이 경찰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대전에서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기를 팔아넘긴 사건이 적발됐는데, 당시 아기를 팔아넘긴 엄마의 나이가 스물을 갓 넘긴 21살의 미혼모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남편에게 버림받고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도저히 힘들 것 같아서”라며 말끝을 흐렸고 끝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처럼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미혼모 또는 법적절차를 밟지 않은 동거 남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불법 아기매매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암암리에 성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무분별한 성관계를 통해 아기를 출산하고 아기매매에 대한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십대 부부들의 증가 역시 사회전반에 걸쳐 불법아동매매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제력이 없으면서 무책임하게 동거를 시작한 젊은 부부나, 절제하지 못하고 한순간의 실수로 아기를 낳는 젊은 미혼모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기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아기를 양육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상황에 부딪혀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가족들의 반대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육아포기를 선택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는 것은 바로 경제력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혼모나 사실혼에 대한 복지정책이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에 더욱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이들에게 있어 생계부양과 양육, 이 두 가지를 도맡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올해 들어 지난해에 비해 젊은 연령층의 부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저학력·미취업자이기 때문에 뚜렷한 직업을 갖기 어렵다. 때문에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생활안정을 보장할만한 제도·정책이 시급히 나와야 할 것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저소득 미혼모들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금액이 40여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기를 양육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 액수이다. 이는 아기를 키우고 싶어 하는 젊은 엄마들의 마음에 멍에를 두 번 남기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아기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공식입양기관에 맡기려 해도 혹시나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까하는 두려움과 구체적인 입양절차를 알지 못해 막막한 것이 이들의 답답한 현실이다.

사실 그동안 불법 아기매매는 음지의 그늘에 가려져 암암리에 성행돼왔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아기 매매’는 수년 전부터 이뤄졌으며 심지어 전문브로커까지 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줘 충격을 주었다. 경찰과 아동복지시설에 따르면 실제로 인터넷사이트에는 ‘비밀입양 원함’, ‘경제적인 보상을 할 테니 아기를 달라’, ‘아기를 잘 부탁한다’ 등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기매매를 전문적으로 중계하는 카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입양까페’란 곳에서 신생아 암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입양까페’는 표면적으로는 입양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곳으로 보이지만 깊게 살펴보면 아기 사진까지 게재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며 신생아 거래를 하는 곳이다. 홀트아동복지회 사랑뜰 황운용 원장은 “브로커로부터 ‘좋은 가정이 있다’라고 접근해오면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자신의 아기가 실제로 어디로 가는지, 또 나중에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신생아 매매는 아기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로커를 통해 입양된 영아들은 친부모도 모른 채 남의 집에 맡겨 성장하며 심지어 상당수가 앵벌이 조직에 팔려 범죄에 이용된다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밝혀졌다.
입양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내입양은 모두 1,306건으로 이는 전에 비해 굉장히 줄어든 수치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높은 입양률을 보이고 있어 입양기관을 통한 공식적인 입양 보다는 주로 개인 간의 신생아 암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입양을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공식절차를 통한 입양을 꺼려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식입양기관을 걸쳐 입양을 할 경우 정부에서 입양 수수료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입양비가 전혀 없고 산후조리부터 해산급여금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국내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아이의 양부모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정을 통해 안정성 있는 입양절차를 수행하고 있어 고충사항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양부모 희망자들은 입양기록이 남지 않거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신생아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양부모가 자신이 아기를 직접 낳은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양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복지부, 신생아 매매 특례법 통해 적극 대처 할 것

보건복지부(복지부 이하)는 신생아 매매가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시급히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불법 입양거래 사이트를 폐쇄조치하고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등과 협조하여 지속적인 공조수사를 해 나가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관련 처벌 수위를 상향 조정해 나갈 예정으로 반인륜적인 신생아 매매의 뿌리를 확실히 뽑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어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보완하기 위해 태스크 포스(T/F)를 발족하고 신생아 매매를 범죄로 규정하여 특례법에 넣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향후 이를 적용하기 위해 내년 2월에는 국회에 제안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보건복지부의 문제를 넘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입양관련법 전체를 전면 수정하여 입양을 원하는 자와 입양을 보내는 자가 지금보다 좀 더 수월하고 부담 없도록 개선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것은 미혼모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출산가정의 부모들이 아기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더 늘려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바로 섰을 때 이번사건과 같은 인면수심의 반인륜적인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사고파는 행동에 있어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십대를 상대로 가정과 학교는 윤리의식과 생명 존중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아기는 사고파는 상품의 매개체가 아닌 어른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말만 못할 뿐이지 우리처럼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생명을 존중하는 윤리의식을 깨달아 축복과 사랑받아야 할 아기들이 자신을 낳아준 친 부모에 의해 버려지는 비정한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버려진 아기들이 자라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받을 마음의 상처는 그 누구도 치료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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