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든, 소규모 점포든 매출대박을 꿈꾸는 이들에게 제품(브랜드)과 간판 네이밍은 신생아 이름 짓기 만큼이나 신중을 기하는 작업이다. 이름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자 그 자체가 최초의 광고가 되기 때문이다. 벤츠, 에트로, 몽블랑 등 세계적인 톱 브랜드 창출의 시작은 브랜드 네이밍에서 시작된다. 국제적 브랜드가 되기 위한 브랜드 네이밍과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브랜드네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들이 지킨 기본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브랜드 네임을 파워풀 브랜드로 구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이색 네이밍, 그 속에도 질서는 있다
최근 부동산, 식품, 가전제품, 의류 등의 신상품들을 보면 그 이름부터가 색다르다.
'푸르지오', '섹시 감자', 'yepp', '마루', '졸라 쫄라' 등...
이들은 제품명 자체를 독특하게 지은 것도 있고, 제품을 포함하는 모브랜드를 내세워 하위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잘 지은 이름 하나가 많게는 수십, 수 백 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수 있기에 기업은 되도록 쉽게 기억되면서 개성이 드러나는 브랜드, 혹은 제품·간판 이름을 갖기 원한다.
최근 지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첫 번째 요건은 바로 쉽게 기억되는 간판 네임이다.
튀는 브랜드, 매출 증대 효과
우리 주위에는 눈만 한번 돌리면 눈에 띄는 브랜드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는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끄는 '엽기 브랜드'에서 불황 타개 가능성을 읽고자 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엽기브랜드'는 동네 치킨집부터 술집, 미용실, 의류까지 전국에 걸쳐 폭넓게 퍼져 있다.
전문가들은 튀는 브랜드 열풍은 그만큼 불황의 골이 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의미 없는 단순하고, 고상한 상호로는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업주들의 기대는 수익으로 이어져 엽기적인 상호를 사용하는 점포의 매출액이 주변 동종업종 가게보다 10~20% 정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엽기적이고 튀는 브랜드라고해서 모두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위풍닭닭', '쏙닥쏙닥', '선영아, 머리해', '아파트를 파는 남자' 등은 최근 전국적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치킨관련 업종, 미용실, 부동산중개소의 독특한 간판이름이다. 이들이 간판이름 하나로 매출 증대에 성공한 데에는 절대 잊어서는 안될 요소를 지켰기 때문이다. 바로 쉬운, 사회를 반영하는, 튀는, 특별한 단어의 조합이다.
아무리 영업력이 뛰어나다한들 상품 혹은 점포가 고객들에게 기억되지 않는다면 수요는 일어날 수 없다. 상품의 특성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고객들에게 쉽게 기억 돼 매출이 급신장한 브랜드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그 브랜드 네이밍에 관한 몇 가지 요령들을 살펴보자.
발음하기 쉬워야 기억하기도 쉽다
발음하기 쉬워야 기억하기도 쉽다
발음하기 어려운 상품명은 고객들의 기억에 쉽게 남지 않는다. 따라서 중요한 홍보 수단인 구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고객을 내 가게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쉽고 편안한 이름을 지어야 한다. 문구점인 `종이와 연필', 빵가게인 `빵굼터', 화장품 가게인 `화장하는 날' 등은 고객들에게 친숙하게 발음되는 좋은 점포 네이밍의 예이다.
업종 특성을 반영
음식점에는 신선하고 깔끔한 이름이 어울린다. 옷가게나 액세서리 전문점이라면 개성이 톡톡 튀는 상호가 필요하다. 볶는 모양을 재미있게 표현한 볶음밥집 `뽀꼬뽀꼬', 미용실 '헤어지자' 등은 메뉴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도 한정식 식당인 `어머니가 차려주신 식탁', 시외곽에 자리잡은 기차카페인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등도 업종 특성을 재치 있게 반영한 사례로 한 두 번 만 들어도 점포의 업종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의 언어성향 고려
고객 분석은 네이밍의 중요한 요소다. 연령, 성별, 성향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그들의 언어 성향에 맞는 네이밍을 해야 한다. 젊은 층은 순대전문점 '순데렐라', 다양한 소품전문점 '날아라 금풍선' 같은 감각적이고 톡톡 튀는 상호를 선호한다. 이에 반해 30대 중반 이후의 직장인들은 의류가게 "Xian", "Soho&Noho"처럼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호를 더 선호한다.
동종 경쟁업체와 차별화되야 한다.
동종경쟁업체와 비슷한 상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너무 비슷하면 차별화되기 어렵다. 제과점의 경우 `빵굽는 동네', '빵굽는 마을', `빵굽는 집' 등이나, 중소형 서점의 경우 `글벗', `글빛', `글사랑' 등은 업종의 특성은 잘 나타냈지만 차별화에는 실패했다. 이런 상호들은 선발업체의 후광을 받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경쟁업체가 문을 닫거나 서비스가 부실해지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이후 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삼풍건설'이 몇 년간 부도 루머에 시달렸다는 것은 이와 비근한 예가 될 것이다.
브랜딩 전문업체 브랜드메이저(대표:황은석)에서는 다음의 네이밍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브랜드 네임을 짓는다.
이처럼 단계별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심사숙고 끝에 탄생시킨 브랜드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매출과 직결된다.
비근한 예로 1998년 로케트 전지가 자사의 '로케트'라는 브랜드를 남성용품 전문회사 '질레트'에 약 660억원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받고 7년간 국내 영업권을 임대한 사례가 있다.
당시 한국은 IMF라는 국난을 치르면서 기업들은 이미 기아사태로 한참을 휘청거리며 구조조정, 외자유치라는 단어들이 자연스러워질 때였다. 이때 질레트는 로케트 전지의 '로케트'라는 브랜드를 임대형식으로 국내 영업권을 획득하면서 지불한 돈이 약 6,000만 달러, 한화로 815억원 정도였는데, 이 중 660억원을 '로케트'라는 브랜드의 값으로 치른 것이다.
국내에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은 이때부터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말 한국을 다녀 간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거장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드 구축에 달려있으며, 브랜드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자 끝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잘 만든 브랜드 하나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성공한 해외 브랜드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성공과 부의 기준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z Benz)'
성공과 부의 기준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z Benz)'
선이 굵은 벤츠만의 자동차 미학과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 원수들이 즐겨 탈 정도로 안정성을 인정받은 메르세데스 벤츠는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자동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로 그리고 일반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갖고 싶어 하는 자동차로서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역사의 양대 산맥인 다임러(Gottied Daimler)와 벤츠(Karl Benz)의 합작회사인 다임러 벤츠, 이 둘이 하나가 됨으로써 스피드에 역점을 두던 다임러의 기술과 안전에 주력하던 벤츠의 기술이 결합 되어 다임러 벤츠라는 최고의 자동차 회사와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최고의 브랜드를 지닌 자동차가 탄생한 것이다. 월계수와 삼각별이 합쳐진 엠블럼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벤츠의 안전성과 고성능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특히 삼각형별의 엠블럼은 육지, 바다, 하늘에서 모든 것을 재패하겠다는 뜻을 내포한다.
유럽클래식을 대표하는 페이즐리 문양 'ETRO(에트로)'
에트로 브랜드는 1968년 원단사업으로 시작한 짐모 에트로(gimmo etro)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의 고유명사로 적용한뒤 자신만의 스타일(LIFE STYLE TOTAL LOOK) 'ETRO' 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옷감 전문 메이커였던 당시의 짐모 에트로는 ETRO s.p.a 라는 직물 업체를 차리고 캐시미어, 실크, 린넨, 면 등 고급스러운 천연섬유로부터 만들어진 독창적인 원단을 전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1981년에는 원단 생산라인을 창조했고, 첫 Collection은 페이즐리 문양의 성격을 띄었고, 그 문양은 그 회사의 Trade Mark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가방의 대명사 '루이비통(Louis Vuitton)'
이니셜 LV와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아르누보와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은 꽃과 별 무늬의 캔버스로 더욱 유명한 가방 하나로 백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가방의 명품 루이비통.
현재 루이비통을 세계 최고의 가방 브랜드로 성장시킨데는 루이비통의 아들인 조르쥬 비통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루이비통의 아들인 조르쥬 비통은 1896년 루이비통 가방을 모조품들과 구분하기 위해 꽃과 별 그리고 창시자인 아버지 루이비통의 이니셜 LV를 조합 모노그램 캔버스를 창안하게 되고 이 모노그램 캔버스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문양이 되어 세계인의 시각에 선명한 각인을 시키기에 충분했다. 조르쥬 비통의 모노그램 캔버스는 지금까지도 루이비통 제품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이어오며 루이비통이라는 명품브랜드를 더욱 가치 있게 해오고 있다.
현재 루이비통은 전 세계 번화가에 200여개의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무한의 무형 자산, 브랜드
최근 세계적 불황과 더불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격 인하에 유혹이 될 수밖에 없고 계속 그러한 전략을 펼치다 보면 장기적 기업 이미지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만 형성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상황일수록 단기적 가격 인하보다는 브랜드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의 여러 유명 학자들이나 연구 기관들이 브랜드를 언급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Infinite Asset(무한 자산)", "Intangible Asset(무형 자산)"이 그것이다. 무형 자산은 영업권, 특허권, 브랜드 자산(Brand Equity) 등과 같이 물리적 형태가 없는 자산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브랜드에 대한 자산적 의미나 가치가 점점 부각이 되고 있다.
경쟁의 심화에 따른 제품간 차별화의 퇴색, 기술 발전에 따른 모방의 용이성, 즉 미투(Me-too) 제품의 범람으로 '제품의 일상화(Commodities)'가 진전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자체만으로, 즉 제품 자체의 독특한 성능이나 기능 등으로 장기적 차별화 소구가 가능하였지만 제품이 일상화되면서 장기적 차별화 포인트는 결국 브랜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네켄', '코카콜라', '몽블랑' 등과 같이 한국 제품이 기술력을 동반하여 전 세계에 알려질 브랜드를 기대해 보는 건 넘치는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