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민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요즘 정몽준 대표가 재벌출신이라는 점은 적잖이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사실 출신은 부차적인 문제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서민과 약자를 위해서 평생을 바친 사람도 있다.
친 정몽준 인사들의 윤곽 나타났다
올곧은 정치 지도자로 안착하기 위한 시험대에 오른 정몽준 대표는 취임 하루만에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조찬회동에서 “당이 활기차 보여서 좋다. 당이 젊어 보인다”며 취임을 축하했고, 정 대표는 “당과 국가를 위해 사심없이 대표직을 수행해 나갈 생각”이라고 화답하는 등 당청 간에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이계의 ‘간접 지원’도 정 대표에게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혈혈단신으로 입성해 당내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아킬레스건이었고 취임에 따른 후속 인선이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취임 당일 정양석(서울 강북갑), 조해진(경남 밀양·창녕) 등 친이계 의원 2명을 각각 대표비서실장과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하는 등 친이계의 도움으로 초반 안착이 무리없이 진행됐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정양석 의원은 20여 년간 사무처에서 기획조정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당료 출신이며, 안국포럼 출신의 조해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공보특보, 이 대통령 당선인 부대변인 등을 지낸 친이 직계 핵심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지난 9월23일에는 장광근 사무총장을 유임시키는 등의 일부 당직을 개편했다. 장 사무총장과 함께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이성헌 1부총장과 심규철 2부총장도 모두 유임됐다. 정 대표는 전략기획본부장에 전여옥 의원,홍보본부장에 이계진 의원을 발탁했다. 전 의원이 맡았던 국제위원장 자리에는 홍정욱 의원이 임명됐다. 대외협력위원장은 신영수, 기획위원장 권택기, 정보위원장 이철우, 지방자치위원장 여상규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전 의원은 정 대표의 2002년 대선 출마 때 인연을 맺어왔으며 홍 의원은 정 대표의 처조카 사위다. 신 의원은 현대건설 출신으로 정 대표와 서울대 동기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친 정몽준 인사들의 윤곽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분분하다.
전당대회, 국정현안의 신속한 국회통과 등 과제 산적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이런 발로 뛰는 정치 활동에 대해 ‘광폭행보’라는 말을 붙이며 적극적인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취임초기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빡빡한 일정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정 대표는 “아직 젊으니까”라는 말로 젊어진 당과 그로인해 변화하는 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렇게 많은 우려와 기대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취임한 정 대표의 앞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당대회 일정조절, 민생과 연결되는 국정현안의 신속한 국회통과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기에 다가오는 총선에 대비해 당을 정비하고 확고한 지지기반 확보를 위한 민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 또한 그가 전면에 나서서 해야할 일이다.
현재 당내 쇄신을 위한 조기전당 대회에 대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 대표도 이와 관련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민본21’ 소속의원들과 가졌던 조찬모임에서 소속당원들의 조기전당대회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등 수일 이내에 전당대회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과 조속한 해결을 위한 의원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정 대표는 수많은 의견을 경청한 이후 개헌이 어떤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개헌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도 소속의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며 조기전당대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정몽준 한나라당 신임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10.28 재보선이 막바지에 치닫았다. 특히 자신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원내 진입을 시도하는 한나라당 박희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경남 양산지역은 김양수 전 의원이 박희태 전 대표의 공천에 불복해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유세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한나라당은 필승을 위해 이 지역에 올인 전략을 세웠다. 총 4곳의 재선거 지역 가운데 강원 강릉을 제외하고 딱히 승리를 쉽게 점칠 수 있는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산은 공천자가 전직 대표라는 타이틀을 걸고 임하는 선거라서 패한다면 한나라당의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지난 9월23일 2,000여 명 당원이 모인 가운데 ‘국회의원 재선거 한나라당 경남도당 필승결의대회’를 통해 결속을 다지며 표 모으기에 나섰다. 정몽준 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하철 양산선과 웅상선 건설, 경전철 및 광역철도 건설과 같은 지역 현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와 같은 힘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태 전 대표도 “재선거 승리로 당 화합과 양산 발전을 이루고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 민생경제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에게 있어 이번 선거는 정치적 신임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지난 4월 재보선과 같은 참패의 결과가 나온다면 지지기반이 약한 정 대표는 당내 적대적인 세력의 견제에 부딪히면서 심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정몽준 대표 특유의 대중동원력으로 재보궐 선거에 선전하면서 정치개혁 과제를 원활히 풀어낼 경우, 당내 입지를 굳히고 우호세력을 넓혀 대권주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