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세월만큼 내면의 깊이를 더해가는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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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세월만큼 내면의 깊이를 더해가는 서예가
  • 남윤실 기자
  • 승인 2009.09.10 17: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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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한지에 옮겨 쓰는 작업에 혼신의 노력 기울인다”

내실있는 작품활동 위해 끊임없이 노력
강권진 선생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들로 국내외 서예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서예가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다. 그가 살아온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의 인생을 김치에 비유하는 데 가장 적합할 것이다.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맛을 내는 김치로 말이다. 강권진 선생은 오랜 서예인생은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깊고 그윽한 삶의 향기를 내며 빛을 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창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 강권진 선생의 작품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창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서예가이다.
강 선생은 서예로부터 안정을 도모하고 나라발전과 인격수양을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면서 인터뷰의 첫 운을 뗀다. 그가 서예를 시작한 것은 7살 때 부터이다. 소질이 풍부했고 적성에도 딱 맞았다. 그때부터 줄곧 서예에서 손을 놓지 않았고 그렇게 붓과 함께 지낸 세월이 자그만 치 58년의 세월이 흘렀다. 누구한테 보이기 위함이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 그냥 글씨가 좋아 써온 것이다. 강 선생은 “그때나 지금이나 서예는 내 몸(身)이고 혼(魂)입니다. 결국 마음이라는 건데, 이 마음에서 단 1초도 떠나지 않는단 말입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매료시키는 게 바로 서예입니다”라고 말했다.

열림필방에는 그가 손수 쓴 서예작품들로 빼곡하다. 강 선생이 가진 강한 힘과 기운을 내뿜는 필체에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그중에서 ‘처음처럼’이라는 글귀가 유난히 많다. 이 글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이기도 하다.‘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서예활동에 매진하자’는 그의 자기성찰의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강 선생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구도와 기법, 특유의 장법(章法)을 겸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음양체이다. 음양체는 우주만물이 음과 양으로 이뤄지듯 한글도 음과 양의 구조라는 것에서 출발해 오랜 세월 연구 끝에 개발한 서예체로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상태이며 그가 음양체로 쓴 작품을 보기 위해 열림필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강 선생이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성경을 한지에 옮겨 쓰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많은 인내와 끈기를 요하는 일이다. 성경책에서 글자 수를 세어 한 폭에 들어갈 수와 맞추기 위해 원고로 미리 만들어 제작한 후 한지 위에 작업한다. 한 폭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한 자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까다롭고도 어려운 작업인 만큼 글자 한자 한자에 강 선생의 정성과 노력이 서려있다. 강 선생은 “저는 이 작업을 1995년에 시작했습니다. 모든 작업을 마친 뒤 공개하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구전에 의해 알려지면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심지어 외국 방송사에서도 몇차례 다녀가셨습니다. 지금은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만 매진하고 싶습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고희전을 열 생각이며, 여건이 허락된다면 전국적인 전시회 또한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품 전시를 마친 다음에는 박물관에 기증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조용한 성품으로 내면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강권진 선생.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일념으로 예향의 긍지와 자존심을 지키며 혼신을 담아 쓰고 쓴 글귀를 마음을 나누듯 친지 이웃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은 그 아름다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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