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어울림마당 ‘전주세계소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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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어울림마당 ‘전주세계소리축제’
  • 이유나 기자
  • 승인 2009.09.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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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과 나누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의 장

▲ 김명곤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의 문화를 위해 일했던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축제의 성료를 위한 많은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남은 일은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 뿐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 불리던 한반도의 남단 전라도에서 세계를 춤추게 만들 한바탕 잔치를 마련했다. 여타 민족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한민족이었지만 그 소리는 유네스코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널리 뻗어나가지 못했다. 이는 ‘한국의 소리’를 대표하는 서편제·중편제·동편제들이 한반도 남부 지역에 치중되어 짙은 지역색을 지니고 있어 대중들과의 공간이 있으며 산업의 발달로 인해 그곳으로 밀고 들어오는 새로운 대중문화들에 자리를 내어주는 불가피한 한계를 맞이하였었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인 김치는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인의 식탁으로 퍼져 나가며 사랑을 받고 있는 반면 그 자체로도 ‘한국’이라 칭할 수 있는 우리의 소리는 그 영역이 국내의 중장년층에게만 집중되는 난국이라 할 수 있다. 장차 미래를 짊어질 청년층들부터 거리감을 느끼고 하나의 ‘행사’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였다. 그렇지만 우리의 소리는 결코 누군가가 만들고자 하여 생성된 것이 아니요 민중의 삶 속에 배어있는 정서가 장단과 만나 겉으로 표출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다만 우리가 ‘소리’라 하면 판소리를 떠올리기에 각혈의 노력을 거친 명창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축소되고 발전 가능성도 축소된다.

즉, 우리의 소리라 하면 판소리는 물론이고 민요에서부터 심지어는 무당이 굿을 할 때 연주하는 음악과 읊조리는 말 또한 소리의 한 분야이다. 민요는 전문적인 집단에 의한 문화가 아니라 우리네가 함께 부르던 노래고 굿 또한 비록 주술적 의미에서 행해져 긍정적인 평을 많이 받지는 못하지만 한민족의 삶 속에 늘 함께하였다. 세계적인 가치로 꼽자면 판소리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에서는 실상 민요나 판소리나 동등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의 인식이 알게 모르게 폄하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를 극복하고 대중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제고시키며 나아가 세계인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를 선보일 행사가 이번 가을날 전주에서 또다시 준비가 한창이다. 소리의 울림, 신명의 어울림으로 펼쳐질 제9회 2009전주세계소리축제(9월23~27일)가 새 돛을 달고 출항 할 준비를 마쳤다. 그 어떤 회 보다도 야심차게 준비된 축제의 새 함장이 된, 김명곤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해 소개 해 달라.
-전통예술음악 중 우리의 소리, 판소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무용과 연극이 함께 어울려지는 공연 성격을 띠는 현대적인 축제이다. 옛날 것이라는 정체성과 멀어지는 대중성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축제는 어른에서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다.

새로운 위원장이 됐다. 맡게 된 계기와 포부를 말해 달라.

▲ 축제속의 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에는 어린이 소리축제가 열려 미래의 우리 소리를 짊어질 꿈나무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지난 8회까지 자문과 고문으로 소소하게 활동해 왔다. 원채 여러 문화를 아우르며 관심 있어 했고 고향이 전주라 그동안의 훌륭한 축제를 자주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었다. 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사랑하는 고향을 우리 음악을 통해 알릴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더 나아가 한국의 소리를 변화시킬 수 있고,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지난해까지의 축제와는 다른 차별화된 점과 보완점이 있나?
-큰 틀에서는 차별화된 점은 그동안의 축제가 전주 소리문화전당, 즉 극장에서만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대대적으로 한옥마을 소리축제라 할 정도로 그 무대를 넓혔다는 것이다. 특히 축제적인 성격을 많이 섞어, 그에 따른 야외 프로그램도 한층 늘렸다. 한옥을 산책을 하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무대에서부터 악기 만져보기, 소리배우기, 등 여러 퍼포먼스 체험도 준비해 젊은 층과의 소통의 자리도 확충했다.

세계소리축제인 만큼 참가 규모가 클 것이다. 세계적 소리와 교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가?
-그렇다. 작게는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어린이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중남미 문화와 우리 소리의 어울림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여기에 가수 심수봉, 판소리 조상현 명창에서부터 아르헨티나 국민 여가수 그라시엘라 등 국내외 최고 실력의 명인들을 불러내는 월드마스터스시리즈도 마련했다. 이러한 자리로서 서로의 음악을 각자 즐기는 것이 아닌 세계적으로 나눠보자는 발판을 전주에서 만들고자 한다.

아직도 소리축제나 그 밖의 국내 전통문화 축제부분이 지역 영화제(부천판타스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 현대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소리꾼들이 전주로 모여들고 있다. 그들이 울리는 흥겨운 우리의 소리는 어깨춤을 자아내며 세계를 향한 힘찬 장단 준비를 마쳤다.
-9회나 됐지만 아직도 지역 축제적인 성격이 강해 아직도 이러한 축제가 있는지 모르고 있는 일반인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중앙(서울)쪽의 홍보가 부족했던 네트워크를 서울사무소와 연계해 보완했고, 국내 최초로 축제의 이동수단으로 코레일과 합동해 열차를 도입했다. 소리축제도 낯선데 거기에 장소까지 전주라면... 솔직히 가보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열차가 전주로 데려다 준다는 특별함은 더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경험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 소리를 기차 안에서 들으며 전주에 도착하면 옛 스러운 한옥마을 전경과 세계음악과 공연의 어울림에 취하고, 맛있는 전주 음식까지 맛보고 돌아오는 하루 코스로 야심차게 계획했다. 하지만 소리열차가 축제기간 모두 운행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회에는 첫째 날 과 넷째 날 아침, 저녁에만 운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한 회 한 회 거듭해 나갈수록 단 2회 운영이 아닌 축제 내내 이용할 수 있는 방향도 준비 중이다.

그동안의 축제기간이 이번 회에 9일에서 5일로 줄었다. 기간이 줄어서 더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었나?
-오히려 프로그램을 나눠서 압축했고, 집중적으로 풍성하게 채웠다. 기간이 줄면서 예산도 줄어 애로사항도 많았지만 현재로선 아쉬워 할 겨를이 없다. 남은 기간 동안은 축제를 성공으로 이끌 뒷바라지만 열심히 할 예정이다.

위원장 타이틀 말고도 배우, 연극연출가, 극단대표 등 다양한 이력이 있는데 이번 축제를 맡으면서 적극 도움이 됐던 부분이 있는가? 또는 위원장일 외에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국립 극장장 시절에 세계적인 APEC 행사나, 광복60주년 기념공연 등 많은 경험을 했던지라 그동안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처음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은 있지만 그만큼 자신도 있다.
요새 블로그에 푹 빠져있다. 석 달 전 쯤 우연찮게 후배에게 배우게 됐는데 이제는 글도 편집도 스스로 할 줄 알만큼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이러한 좋은 소통의 장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조금은 후회 될 지경이다. 다른 문화 종류에 비해 연극이나 전통적인 소리 문화에 대한 블로그는 많이 없다. 그래서 내 것(블로그)이 인기가 좋은 게 아닌지 싶다. 특히 20~30대와 블로그 안에서의 대화는 나에게 피로 회복제가 되고 있다.

전 문화부 장관으로서 현 정권의 문화 정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말해 달라.

▲ ‘얇은 사 하이얀 고깔 고이 접어 나빌레라...’ 조지훈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승무는 봄철의 한 마리 나비 같으면서도 옷깃 마다 서려있는 여인네의 한(恨)을 느끼게 한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기본적인 철학을 가진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었다고 정책까지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3년이 아닌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된 정책을 꾸준히 진행해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시사매거진 독자들에게 한마디.
-시사매거진 독자 여러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먼 전라도에서 진행되는 고리타분한 국악 축제가 아니다. 온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나들이로 전주의 예술, 맛, 풍류에 젖어 돌아가실 수 있는 즐거운 축제가 됨을 자신한다. 전주의 소리로 세계를 울리는 순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소리열차로 떠나는 전주로 올 가을을 맞이 해보자.

새로운 위원장으로 기간은 줄었지만 오히려 더 알차게 준비된 제9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아직도 지역 축제에만 그치는 전통 문화 축제가 열리고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지역에서만 그치지 않는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단순한 소리만이 아닌, 몰랐던 한국 더 나아가 세계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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