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문인화가 / 삼석 조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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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문인화가 / 삼석 조순길
  • 글/최승호 기자
  • 승인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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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어 ‘자연과 희망’창조
문인화는 사물에 대한 사실적인 문제보다 작가의 정신이 화면에 투영된 사의적(寫意的)인 것을 중요시하는 예술영역이다. 자연현상계에서 인간의 감정을 표출하고자하는 고차원적 정신이 서(書)나 화(畵)로 그 심회를 표출한다. 친근감 있게 자연을 음미하고 문인적인 교양과 덕을 가지고 자연을 자신의 정신세계에 몰입시켜 자연을 재해석함으로 형상을 초월해 사의를 중시하는 고도의 정신세계를 그려낸다. 때문에 문인화는 시대적 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야하며 고전적인 형식에서 그 범위를 확산시켜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해야한다.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문인화풍 담아내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달 인사동 물파 아트센터에서 열린 서화가 삼석(三石) 조순길씨의 문인화 초대전은 문인화의 사상적 배경을 통해 여백과 선의 특질을 분석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대변화에 따른 문인화 표현의 새로운 방향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던져준다. 삼석의 예술세계는 한마디로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추상과 구상, 그리고 두 장르를 아우르는 개성있는 문인화풍의 현대적 감각으로의 표현이다.

삼석의 영원한 시대정신’자연과 희망’

예술이란 언제나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삼석은 전통과 현대의 사이에서 자아를 인식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본인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정신을 표출하고 자유로운 기운을 강조한다. 형사적 표현이 아니라 대상이 가진 정신과 본인의 내면세계가 화면위에 가득하면서 참다운 문인화의 기운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삼석의 작품중 경명주사로 그려낸 붉은 묵죽화는 오늘날 우리의 피폐되고 부패한 시대정신을 담아내면서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강한 정신세계를 제시한다. 고전적인 형식에서 그 범위를 확산시킨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삼석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영원한 테마는 ‘자연과 희망’이다. 현재까지 우리의 미술세계에서 자연이 차지하는 범위나 중요성, 그리고 그 자연에서 얻는 희망의 메시지는 이미 철학적인 차원을 넘어서 연결이 되지 않은 사상과 기법이 없을 정도로 밀접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같이 우리생활 저변에 잠재되어온 분야에 대한 한국적인 체계를 갖춘 미학사상이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는 현실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대다수가 원론적인 체계에서만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삼석의 작품세계에는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미의식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이어져온 사상적인 맥락(불교적세계관 중심)과 현대미술의 실제적인 예를 통하여 한국미술에 있어서 자연관이 미친 영향과 희망을 보여준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화풍
삼석의 화력(畵力)을 되짚어보면 추상에서 문인화적 구상으로, 그리고 다시 추상과 구상이 절충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구상성과 추상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실험 끝에 삼석은 문인화풍 구상에 집중했고, 지금은 추상과 구상이라는 경계를 넘나들며 사의(寫意)의 끝자락를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삼석에게 있어 사의화는 추상화다. 또한 삼석에게 있어 서양적 추상의 개념과 동양화의 추상개념은 다르다. 이제와서 추상이니 구상이니 하는 구분은 별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삼석의 작품세계는’형태를 구하되 형태를 구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집약될 수 있다. 사물의 외형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삼석만의 조형세계를 추구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야하고 객관적으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는지 알게 해준다. 구상을 뛰어넘는 어떤 조형의 세계를 추구한다. 즉 심상의 표현인 정신세계의 표현이다. “추상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뽑아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상은 결코 구상없이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삼석의 내면에는 이미 구상과 추상의 경계가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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