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국내 시장 점령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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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국내 시장 점령 본격화
  • 정리/최승호 기자
  • 승인 2004.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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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동차 한국역습 시작됐다”
일본 혼다자동차의 베스트셀러 중형세단 어코드가 지난달 10일 드디어 한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혼다의’한국 진출 신호탄’이 국내 시장에 어떤 판도 변화를 몰고 올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도요타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가 최근 수입차 시장 판매 1∼2위를 다툴 만큼 성장한 데다, 혼다 이후에도 닛산이 내년 진출을 앞두고 있어 최근 수입차 시장의 일본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혼다의 전략차종 어코드 국내 시판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 일본차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혼다 ‘어코드’한국 상륙 … 시장 ‘초긴장’
중독성 지닌 인기모델 ‘어코드’

197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어코드는 도요타 캠리와 함께 베스트셀러 중형세단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어코드는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1220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되며, 현재도 도요타 캠리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만 1년에 40여만대씩 팔리는 최고 인기모델이다.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승용차 전체 모델 가운데 판매대수로 1∼2위권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어코드가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좋은 품질, 무난한 디자인, 높은 중고차 가격 등을 들 수 있다. 패밀리 세단이면서도 스포츠 세단에 버금가는 경쾌한 동력성능을 지녔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전체적인 주행감각은 비슷한 급의 국산차와 비교해 탁월하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조립품질, 메커니즘의 우수성, 동력 성능, 완성도 면에서 아직 동급 국산차보다는 한수 위다.
이번에 들어오는 어코드는 일본서도 작년에 출시된 최신 모델로, 기존의 어코드가 무난함에 치중한 것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를 지닌 앞모습, 각을 세워 치켜올라간 뒤꽁무니, 단순하면서도 첨단 이미지가 묻어나는 실내 계기반 등 전체적으로 각을 살린 디자인이 새롭다.
특히 어코드에 얹힌 브이텍(VTEC) 엔진의 경쾌한 동력 성능은 한번 차를 몰아보면 그 매력을 잊기 힘들 만큼 묘한 중독성을 지녔다. 브이텍이란 엔진 회전 수에 따라 밸브가 열리는 타이밍과 위치를 변화시켜 저속에서는 연비를 개선하고 고속에서는 엔진파워를 극대화시키는 혼다 고유의 기술이다. 도요타의 VVT-i나 현대의 VVT도 기본적으로 혼다의 브이텍 기술과 비슷하지만, 높은 엔진 회전 수에서 마치’폭발’하는 듯한 파워를 뿜어내는 브이텍엔진의 매력은 그 가운데서도 탁월하다는 평이다.

마진폭을 최소화한 가격대

어코드는 발표일까지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혼다코리아의 방침이지만, 현재 어코드 2.4리터 엔진 모델의 판매가격이 3,390만원, 3리터 V6 엔진 모델이 3,890만원으로 잠정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판용 어코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어코드와 사양이 거의 같다. 최고출력 160마력의 2.4 모델(자동기어 기본)은 앞좌석 듀얼 에어백과 사이드 에어백 기본에 가죽시트가 선택사양이다. 최고출력 240마력의 3.0 모델(자동기어 기본)은 앞좌석 듀얼 에어백, 사이드 에어백, 가죽시트 등이 모두 기본사양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모델의 기본이 된 북미용 어코드 EX 2.4 기본형(자동기어)은 미국 현지가격이 2만2500달러(2632만5000원), 어코드 EX V6 3.0 가죽시트 모델 기본형(자동기어) 가격은 2만 6,400달러(3,088만 8,000원)다.
국내 수입차 관세 8%와 그 외 특소세 교육세 등을 더한 최종가격을 추정하면, 미국 판매가와 단순비교할 경우 2.4 모델은 3,000만원이 조금 넘는 선, 3.0 모델은 3,600만원 내외의 가격이 나온다. 따라서 어코드 2.4모델은 3,300만원대, 3.0모델은 3,800만원대의 국내 판매가는 초기 마케팅이나 영업망 조성 등의 비용을 감안할 때 마진폭을 최소화한 가격이라 볼 수 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첫 차종을 세계적 베스트셀러 세단인 어코드로 고른 것은 한국 소비자에게 더 폭넓게 다가가겠다는 혼다의 의지”라며“가격대 선정에 관해 어코드 상품성에 부합하는 선에서 고객 요구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혼다의 공식딜러인 두산이 5월 말 서울 청담동에 전시장을 열 예정이며 KCC정보통신, I.W.트레이딩, 일진 등 나머지 딜러 3곳과도 단계적으로 공식계약을 맺고 올해 안에 전시장을 오픈한다.
혼다의 고품질 이미지가 한국 소비자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까지 국내 외제차 시장이 고급 대형차 중심으로 편향돼 있기 때문인데, 4년 전 도요타가 어코드와 마찬가지로 상품성이 뛰어난 2.2리터 엔진의 패밀리세단 캠리 풀옵션 모델을 3,400만원대에 내놓았다가 고전했던 일도 어코드의 성공을 섣불리 예상치 못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국내 외제차 시장이 차츰 다양화되고 있고 어코드의 좋은 가격 조건과 혼다의 지속적인 판매 의지 등을 감안해 볼 때 어코드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동급 차, 어떤 모델 있나?
국내 차종으로는 3리터 엔진을 얹은 그랜저XG S30(3,174만원)과 2.5리터 엔진을 얹은 SM 525V(2,501만원) 정도가 경쟁대상이다. 외형만 놓고 보면 이 두 차종이 좀더 점잖은 편이지만, 가격 동력성능 상품성으로 볼 때 동급으로 묶을 수 있다. 수입차 중에는 포드 몬데오 2.5(3,780만원)와 폴크스바겐 파사트 1.8터보(4,170만원)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가격대도 어코드와 비슷하고 유럽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베스트셀러 중형세단인 만큼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
수입차 중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인식돼 있는 벤츠, BMW, 아우디 등의 경우 포드나 폴크스바겐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간섭이 덜할 것으로 보이나 벤츠 C180K(4610만원), BMW 318i(4,630만원), 아우디 A4 1.8터보(5,050만원) 등도 어코드가 충분히 경쟁해볼 만한 상대다. 렉서스의 베스트셀러 ES330 (4,950만원)은 체격이나 엔진 배기량이 어코드보다 한 급 위지만, 고성능 일제 중형 세단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두 차종 선택을 고민해볼 만하다.

혼다의 후속 차종들

CR-V라는 혼다의 소형 SUV가 올 10월 중 시판될 예정이다. 현대의 SUV 투싼과 크기가 거의 같다. 미국 판매모델은 엔진 배기량 2.4리터의 휘발유 엔진을 얹어 최고 160마력의 힘을 내며, 가격은 1만 9,000(약 2,300만원)∼2만 3,000달러(약 2,700만원) 선이다. 국내 시판시 추정가격은 어코드 2.4 수준인 3,400만원 전후로 예상된다.
CR-V 다음에 들어올 모델로는 아반떼 XD급 베스트셀러 중소형세단 시빅(배기량 1.7리터)이나 미국과 일본 양국에서 가족용 미니밴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오딧세이(3.5리터) 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외에도 혼다 기술력의 상징모델 가운데 하나인 고성능 컨버터블 S2000(2.0리터) 등이 이미지 홍보용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국내업계…한·일 FTA 체결 땐
상당한 파괴력 촉각 곤두

혼다 어코드 판매 결과에 국내 수입차업체는 물론 국내 자동차사들까지 관심이 높다. 수입차업체들은 어코드 판매가 자사 판매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응전략을 마련 중이고 국내업체들 역시 어코드 가격대가 국산 중대형차 가격과 1,000만원 이내의 차이밖에 나지않는 데다 국내 소비자 취향에 잘 어울리는’주력 일본차’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도요타도 아직 대중차로는 진입이 어렵다고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벤츠, 렉서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혼다가 대중차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혼다가 잘 한다고 해도 기존 폴크스바겐이나 포드 같은’중저가’수입차 시장을 잡아먹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국내차 업계 관계자는“수입차 판매 대수가 1년에 2만대 수준(차량대수 기준 점유율 1.5%)으로 아직 성장가능성이 크기때문에 수입차 선호 고객이나 국산 대형차를 사려는 고객 중 일부가 어코드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돼 일본차 수입관세가 8%에서 0%로 떨어지면 최대 10%까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앞으로 1∼2년 후에 일본차 값이 더 떨어지고 대중차 중심의 물량 공세로 나올 경우 2010년 정도까지 내수의 최대 5%까지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어코드 출시를 놓고 당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역시 다른 수입차 업계다. 벤츠 BMW처럼 고급차 이미지가 강한 곳은 타격이 적다해도 폴크스바겐, 포드, 푸조, 사브 등 비교적 ‘저렴한’가격의 수입차를 내놓고 있는 곳들의 경우 고민이 적지 않다.
한·일 FTA가 타결돼 어코드 가격대가 향후 1∼2년 안에 2,0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지게 된다면 상당한 시장 파괴력을 지닐 것이라는 데는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또 어코드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수입차는 고급차’라는 무조건적인 인식이 줄어들고 수입차도 국산차와 똑같이 차종별로 등급이 매겨지는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차, 도요타 추월 “품질 7위”
JD파워의 위너상(2004 Award Winner)을 수상

미국인들이 새로 구입한 자동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 언론이 깜짝 놀랐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시장 조사 기관인 제이디파워(JD Power)는 2004년 상반기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현대자동차가 7위를 차지, 도요타(8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10위), BMW, 아우디(공동 11위) 등을 제쳤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자동차 관련 유수 언론인 오토모티브는“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표현으로 놀라움을 표시했으며,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영향력있는 언론들도 비중있게 다뤘다고 현대자동차는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12월 총 38개 자동차 회사의 신차를 구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승차감·편의성·디자인 등 135개 항목에 대한 불만을 조사해 점수화한 것이다. 점수는’100대당 결함수’로 나타내며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는 102점으로 도요타(104점), 벤츠(106점), BMW, 아우디(이상 109점)보다 앞섰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1∼3위를 차지한 최고급차 렉서스, 캐딜락, 재규어를 제외하면 혼다, 뷰익, 머큐리에 이은 세 번째 품질만족도”라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 상반기 28위, 하반기 23위, 2003년 상반기 23위(36개사) 등 1년 전까지만 해도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하반기 평가에서 13위로 뛰어올랐으며 올 상반기에는 7위로 도약했다.
차급별 평가에서도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국내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JD파워의 위너상(2004 Award Winner)을 수상했다. 또 싼타페는 소형SUV 부문, 엑센트는 소형차 부문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다.
품질을 비롯해 고객서비스, 가격 등을 종합한 회사별 평가(102점)에서도 도요타(101점)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혼다와 공동 2위를 차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업체와 대등한 평가를 받았다. 또 4위인 BMW(116점)보다 월등히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미국의 빅3(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도 크게 따돌렸다고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말했다.

‘자동차 패권’ 중국·인도가 좌우한다

‘중국 시장에서 승리하는 자동차 회사가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세계 자동차 산업의 판도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 규모로만 본다면 미국과 서유럽 시장이 중국보다 크다. 하지만 미국과 서유럽의 자동차 수요는 포화상태를 맞아 정체된 반면 중국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인구 중 10%만 차를 보유한다고 가정해도 1억 5,000만대에 이른다”는 필립 머터 GM차지만 회장의 말처럼, 중국은 잠재해 있는 막대한 구매력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산 자동차가 머지않아 전세계를 누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44만대를 생산, 프랑스(325만대)를 5위로 밀어내고 세계 4위에 올라섰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1998년 162만대에 불과했던 생산량이 1999년 182만대, 2000년 206만대, 2001년 234만대, 2002년 325만대, 2003년 444만대를 기록하며 급성장을 거듭했다. 연간 생산대수 100만대를 돌파하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100만대에서 300만대까지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이사는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생산대수는 2010년에 750만대, 2020년에는 1250만대를 기록, 세계 1위 자동차 생산국 자리를 놓고 미국과 경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외형적인 성장과 달리 영업환경이 좋지 않고, 800여개에 이르는 영세 자동차 공장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부품을 해외의 합작사에서 들여와 중국 공장에서 조립하는 KD(Knock Down) 방식의 생산도 문제다. 둥펑위에다 기아차의 정달옥 사장(총경리)은 “엔진·변속기 등 주요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비가 높아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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