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국내 증시의 최대변수는 ‘환율’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가치는 몇 차례 널뛰기한 끝에 2008년 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달러당 원화 환율도 30%씩 등락을 거듭한 끝에 지금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각국의 활발한 환율 랠리는 이번 금융위기가 얼마나 범세계적으로 충격을 줬고, 또한 글로벌 자금 흐름이 얼마나 역동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최근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유동자금의 움직임이 활발했고, 아시아 지역의 주식형 자금 유출입이 컸다는 점은 이들 지역이 세계 여유 자본의 뜨거운 각축장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에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진 데다 주변국 자금이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으로 마구 쏠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유동자금이 아시아 지역으로 역류하면서 달러는 재빨리 약세로 방향을 틀었고, 최근 한국 증시에 몰려든 외국인투자가는 이런 환경 속에서 ‘꿩 먹고 알 먹기’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낮은 금리로 차입한 자금을 가격이 떨어진 신흥국 자산과 통화에 투입해 자본 이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달러 약세까지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제경제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당분간 국내 증시는 외국인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발 유동자금의 행보가 앞으로 한국과 아시아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한국 주가의 상대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논의로 한다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달러의 방향성이다. 달러당 1,250원 부근의 원화 가격이 아직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녹색신호등으로 비치고 있지만 앞으로 자금을 뿜어내는 미국의 ‘환율 신호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금 글로벌 달러는 기술적으로 위든 아래든 높은 변동성을 예고하고 있다.
상반기 무역흑자…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꺽일 수 있어

실제 올 상반기 동안 수출동향을 살펴본다면, 선박의 수출호조세와 환율효과 및 유가하락 등으로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폭이 211억 달러로 사상최대 기록행진을 6개월째 이어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집계된 무역수지 현황은 1억 달러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의 흑자폭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이 같은 규모의 흑자폭은 신고된 수치만으로 실제 수출을 위한 선적이 이뤄진 기록만 볼 때는 오히려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관세청에서도 올 하반기에는 선박, 무선통신기기, 액정디바이스, 반도체, 자동차 등 5대 수출품목의 수출회복으로 수출 감소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유가불안과 국제원자재가격 불안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으로 상반기 흑자보다 50% 감소한 10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예상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외 수출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제유가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는 배럴당 102.7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올 상반기까지 하락폭이 커져 2008년 상반기 대비 50% 이상 빠진 48.2달러를 기록, 무역수지 흑자기조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움직임이 만만치 않아 적어도 하반기 중 유가는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럴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동반상승하고 수입물가 규모 또한 큰 폭으로 늘어 6개월째 이어왔던 흑자기록 행진은 8월 중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자재, 환율, 그리고 금리의 연관관계
국내 증시에 청신호가 된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이후 나타난 미국의 금리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달러화 가치의 변화는 향후 시장방향성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예상보다 좋은 경제지표발표에도 주식 시장은 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금리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경기호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원자재 가격은 오르지 못했다.
비록 미국채 2년물 금리가 다시 하락하며 일시적 해프닝으로 진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이러한 변화는 향후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수개월간 원자재 강세, 달러약세, 주가상승의 선순환적인 환경이 향후에도 지속되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세계경제 침체의 원흉이었던 리먼파산 이후 급락했던 원자재 가격과 금리인하에 따른 저금리는 경제에 저비용이라는 긍정적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해 9월 수준에 근접하는 정도로 회복되어 이제는 저비용 매력이 약화되고, 여기에 금리인상이 가세한다면 현재의 우호적인 경제여건의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또 경기침체를 우려해 지나치게 반영되어 하락했던 수준에서 이제는 가격변수의 정상화가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여 진다.

미국 경기는 2007년 말을 정점으로 하강세가 진행되는고 있으며, 2008년 9월에 리먼이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심화될 것임이 확실해졌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고,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또한 달러표시 리보(Libor) 단기금리가 급등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 연준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일차적으로 단기 금리 안정에 치중했다. 결과적으로 리먼 사태 이후 연준이 대규모의 양적 완화를 발표한 올해 3월까지 원자재 가격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금리도 정책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로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요부진은 불가피했지만 비용측면에서 본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저비용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자재, 인건비, 금리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에 비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연준의 1.15조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 정책 발표 이후 이들 변수의 양상은 달라졌다. 경기가 최악은 지났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대규모 달러화 공급 예상으로 달러화 약세, 원자재 가격 강세가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자재 가격과 금리는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비용측면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저비용의 매력요인들은 사라질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더 지속될 것인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하락이 먼저 시작되었던 만큼 원유보다는 비철금속의 회복이 더 빨리 시작되었고, 따라서 현재까지 반등폭도 원유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품목별로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니켈, 납, 구리 등 주요 6개 비철금속 가격은 지난해 9월말의 80% 이상으로 가격이 회복되었다. 지난해 9월 이후를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우려가 지배했던 기간이라 본다면, 비철금속 가격은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덜어낸 수준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 지금처럼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충분히 가격이 싸졌다는 인식과 함께 중국 등 신흥국가 경제가 우려보다 견조한 추세를 유지했고, 가격하락으로 전략적 비축 수요까지 가세한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생산, 소비 등 실물수요와 관련된 지표들은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 하반기 수준보다 더 낮은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런 실물경기 상황과 비교해보면 최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지나치게 많이 하락했던 가격이 정상화되는 측면이 강하며, 수요회복을 반영한 가격 상승이라 보기는 어렵다. 제한된 실물수요하에서 지난해 대비 80%내외로 가격이 회복된 것은 가격이 충분히 정상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원유는 이전 상승국면에서 가장 늦게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수요의 절대량이 선진국에서 이루어졌으며, 투기적 수요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에서 회복 정도는 다른 원자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유가가 배럴당 약 100달러였음을 감안한다면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리먼파산 이후와 비교해 70% 정도 회복되었다.
반대로 곡물가격은 필수재라는 특성과 비탄력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선진국보다 신흥국 경기가 좋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직까지도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원자재다. 대표적으로 대두, 밀, 옥수수 가격은 이미 지난해 9월 수준을 회복했다. 거기에 중국수요 증대와 중남미 가뭄 영향으로 최근까지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곡물가격 상승은 이를 사료로 쓰는 육류가격을 상승시키는 부담스러운 영역에 진입했다.
원자재들의 고유적인 특징을 고려한다면 평균적으로 현재 가격수준은 경기침체 우려를 충분히 덜어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곡물가격처럼 특수한 수급악화 요인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부담스러운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원자재 가격이 더 상승하기 위해서는 정상화, 혹은 턴어라운드가 아닌 실제 수요의 증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달러, 약세가 아닌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 커
원자재 가격에 또 다른 변수는 달러 가치에서 나타난다. 최근 원자재 가격 회복의 동력 중 하나는 달러화 약세였지만, 향후 달러화 약세가 멈추거나 강세가 진행된다면 원자재 가격의 상승탄력을 줄이거나, 약세로 전환시킬 수 있다.
미연준의 양적완화정책 이후 진행된 달러 약세가 주춤한 것이 그 근거로 미국경기가 유럽 등 다른 선진국보다 먼저 악화되었지만, 회복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것과, 이에 따라 미국이 더 먼저 제로금리에서 금리인상으로 진행하여 정상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원자재가격, 달러가치, 금리 모두 공통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상승하는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 상품간의 상호관계는 서로 달라서 그 관계에 따라서 이들 상품의 가격이 결정된다. 이와 더불어 달러강세 및 금리 상승은 원자재 가격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동일한 환경에서 가장 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달러강세는 미국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는 실질적으로 제로수준에 있으며,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의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놓고 있음을 감안해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100bp정도 올린다 하여도 과거와 비교할 경우 기준금리가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최초 몇 번의 연준의 금리인상은 경기가 좋아서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금리인상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 경기 상황은 극심한 침체를 벗어나 빠른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부정책과 기저효과가 주도한 회복이 민간수요 회복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이러한 여건에서 이미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했던 원자재 및 금리가 빠르게 정상화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변화로 수요 회복은 가속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비용은 상대적으로 지나온 수개월간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선제적으로 원자재 비축물량 확대는 경제회복의 암시

이같이 국제적으로 ‘원자재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원의 희소성 때문이다. 특히 미래 성장산업의 토대가 되는 희소금속은 중국 등 4~5개 국가에 90% 이상 산지가 집중되는 공급과점 상태기 때문에 약간의 수급변화에도 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희소금속은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인 LCD, 발광다이오드(LED), 휴대폰 등의 필수원료여서 만약 자원 부국이 수출을 본격 통제하거나 금지할 경우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래 대비차원에서 원자재 시장동향을 잘 파악하고 적기에 비축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비철금속세미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각국의 정부가 꾸준히 재정지출 확대를 해온 만큼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하반기 원자재 시장도 상반기의 20~30% 상승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원자재 시장의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구리 가격이 올해 초 톤당 3,200달러에서 50% 이상 상승해 6월 초 5,000달러를 돌파한데 기인한 것으로 세계경제 회복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제적으로 원자재 비축물량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회복국면에서는 원자재가격 상승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물량확보도 문제되기 때문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자원 부족국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자원 개발이지만 많은 시간과 투자가 소요된다. 차선책은 세계적 원자재 파동에 대비해 적기에 구입, 비축해두는 것이다. 세계경제 회복을 앞두고 주요 원자재 비축에 선제적 대응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