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애궂은 혈세 낭비 말고 복지예산 늘려라”
저탄소녹색성장을 주도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는 강마다 나뉘어 있던 물 관리, 하천 관리에 대한 법률을 하나로 통합한 ‘4대강 수계 물 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7월15일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엔 수변구역 토지를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어 수변지역 정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북도는 7월16일 낙동강 살리기 추진본부를 정식 기구로 조성했을 뿐 아니라 경기, 충남, 전남 등 다른 지자체들도 전담부서를 만드는 등 사업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변에 문화콘텐츠 기반의 관광 도시가 조성
하지만 일각에서는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 건설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시작 전부터 그 진정성이 희석되고 있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들은 “MB식 일방주의적 운하건설”이라고 비난하며 “엄청난 예산을 들인 이 사업이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죽이기”라며 “국민과 공유하지 않은 정책은 거대한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힐책했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4대강 살리기가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며 결국 혈세낭비가 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잘되면 모든 게 정부의 공이고 안되면 소리소문 없이 묻혀버리기 딱 좋은 사업이다. 우리 국민이 22조원, 어쩌면 그보다 더 소요될 수 있는 천문학적인 혈세에 대해 견제와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운하 건설이 아니라 수질 개선과 홍수 조절, 강 문화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012년까지 본 사업비 16조 9,000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지역에 풀리게 함으로써 지역경제발전을 우선적으로 도모하고자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반 공사는 40%, 턴키 공사는 20% 이상 해당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하도록 ‘지역 의무 공동도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약 40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5만 명의 일자리 창출 중에서 상당 부분이 해당지역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기만 한다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4대강 주변의 문화와 역사를 강과 접목해 관광 및 레저산업을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강변에 문화콘텐츠 기반의 관광 도시가 조성되고, 내륙과 강, 해양을 연결하는 친환경 리버크루즈 상품도 개발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는 ‘리버 르네상스’를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21세기 新한강의 기적 이어가다
한강은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급작스런 성장을 가리켜 외국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 했던가. 이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강원도와 충북, 경기도, 서울특별시를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은 길이 514㎞, 유역면적 2만 6,219㎢로 한국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다. 이러한 한강의 경제적, 환경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07년 한강 하구의 가치를 7,337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금액은 수산물 생산 및 수질정화 기능은 물론 여가나 심미적 안정감에 기여하는 기능과 함께 특히 후손에게 물려주었을 때의 유산으로서의 가치도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한강이 장마철만 되면 물난리로 애를 먹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중 한강유역 사업은 크게 ‘홍수 방어와 생태 복원, 수변공간 확충, 수질 개선’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배정된 예산은 경기, 강원, 충북 등 3대 시도에 걸쳐 총 2조 435억 원, 그중 70%에 달하는 1조 4,610억 원이 경기지역 한강에 집중돼 있다.
홍수 방어뿐 아니라 하천 복원과 친수공간 수요증대, 자전거도로 개설, 수변공간을 활용한 휴식, 여가공간의 개발, 한강 아트로드 조성 등 ‘스토리 랜드스케이프(story landscape, 이야기가 담긴 경관)’가 형성될 예정이다.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강 살리기로 수도권 내 취업유발 인원은 2만 7,400명, 기타권 3,600명에 달할 예정이며 전국적으로 약 3만 1,000명이 일자리를 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혜택은 물론 지역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우리나라 산업 대동맥 낙동강의 영광을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낙동강 권역 순 공사비는 11조원. 이는 전체 예산의 60%에 이른다. 그만큼 낙동강에 대한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한 예산이 많이 드는 대공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낙동강은 농업.산업용수 사용이 절실한데도 단위면적당 저수량이 4대강 가운데 가장 적으며, 제방 누수로 홍수와 침수 피해가 빈번하다. 이러한 낙동강의 자연재해 극복과 자연생태 회복, 경제활성화가 4대강 살리기의 주요 마스터플랜이다. 그야말로 생계형 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동강에는 4대강 가운데 가장 많은 8개의 보가 건설된다. 이는 4대강 전체 16개의 절반에 해당된다. 8개의 보를 통해 낙동강에는 총 6억 7,000만 ㎥의 용수가 확보된다. 또한 송리원댐(경북 영주)과 보현댐(경북 영천) 등 2개 댐이 신설되며 수해예방을 위해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 총 334.2㎞에 이르는 구간에 평균 1.3m 깊이로 퇴적토를 준설할 예정이다. 더불어 8개의 생태습지가 조성되며 낙동강 하구둑에서 안동댐 사이에 743㎞에 이르는 자전거길도 만들어 진다.
찬란했던 백제문화 이어갈 금강
금강은 전북 장수군 뜬봉샘에서 시작되어 충북, 충남을 휘감아 서해까지 천리를 이어간다. 비단처럼 아름다워 그 이름도 금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풍요롭던 금강을 찾아볼 수 없다. 물고기도 없고 철새도 외면한다. 더불어 사람들의 삶의 질도 점점 낙후되어 간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강 유역에 총 2조 8,921억 원을 투입, 금강 수계의 노후제방 보강, 토사 퇴적구간 정비, 하천 자전거길 설치, 하천 생태계 복원 등을 추진하는 금강 종합정비계획을 발표했다. 금강 살리기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함은 물론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금강 살리기의 내용을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용수 확보량과 홍수조절 용량을 늘리고,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며, 강 중심의 지역발전을 위해 금강 뱃길을 복원하고 강변에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레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금강은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길이다. 금강 살리기로 찬란했던 그 백제의 문화가 되살아 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그리고 새만금 사업과 연계해 금강 유역이 황해시대의 중심지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영산강의 부활, 홍수와 가뭄에 지친 지역민에 환영
지난 6월에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확정된 영산강의 예산규모는 총 2조 6,461억 원으로 당초 계획된 1조 5,53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늘어났다. 4대강별 유역 면적이나 하천 길이로 봤을 때 예상 반영 규모가 큰 편이다.
한 때 남도의 젖줄이라 불리던 영산강이 죽음의 강이 된 지 오래다. 하천으로서의 기능이 낙후돼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막지 못하고, 수질도 4급수로 떨어져 수 생태계가 파괴됐다.
이러한 영산강을 살리는 예산은 물 확보, 수질 개선, 생태 복원 등 기능적인 부문에 집중돼 있다. 먼저 나주에 죽산보와 승촌보 등 2개의 보를 설치해 4천 만㎥의 용수를 확보하고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산강 하구둑부터 담양댐까지 하도를 준설한다. 또한 하천 수질개선을 위해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비점오염원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을 벌일 뿐 아니라 생태복원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친다.
이러한 사업은 강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는 전라권(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서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 등을 통해 6조 7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만 4,400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지역민들이 매년 겪어내야 했던 홍수와 가뭄에 대한 걱정을 종식시키고 생태계가 회복돼 ‘호남의 젖줄’로 재탄생할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연장선이라는 논란의 재점화, 설득력 부족도 원인
지난 7월10일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이나 세종시, 혁신 도시 등은 재정 사정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때 나온 계획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고 나면 재정 적자와 국가 재정 급증이 큰 문제로 등장한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예년에도 비슷한 일을 하던 게 있는데 그런 예산에 비해 3∼4조원 추가된다고 한다. 그런 부분을 다른 데서 줄여서 메우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뚜렷이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때문에 경제가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22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다를 바가 없다는 반발에 휩싸이며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본 사업비 16조 9,000억 원, 직접연계사업비 5조 3,000억 원으로 총 예산 22조 2,000억 원이 투입될 것”이라며 “재원은 국고에서 투입되는 부분도 있고 댐은 수자원공사 등에서 담당하는 한편 환경부의 수질개선 사업은 민자사업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등 재정당국과 협의해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예산규모는 지난 해 12월에 발표한 사업비 13조 9,000억 원에서 3조원 가까이 늘어난 금액으로, 여기에 직접연계사업 예산만을 반영, 실제 예산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로 엄청난 예산이 비교적 쉽게 투입됐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한반도 대운하와의 유사점. 밀어붙이기식 예산지원과 사업감행이라는 점도 적잖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기존 계획안에서 4개였던 보가 16개로 늘어나고 준설량도 두배 넘게 증가했다”며 “보의 설치 위치와 갑문 위치가 대운하 계획과 거의 유사할 뿐 아니라 준설을 통해 배가 다닐 수 있는 주운수심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낙동강에 사업물량이 집중된 것과 관련 “대운하의 핵심인 경부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4대강 살리기인가. 사회복지예산은 줄이고 이 사업에 22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 게 타당하냐는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국민의 여론이 혈세낭비라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틀림없이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그동안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 혈세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 강력한 의지다. 이러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