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 목소리 높아
사이버모욕죄의 반대 여론의 가장 핵심 된 내용은 자유로운 토론과 비평, 비판들을 규제하고 인터넷을 통한 개인의‘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헌법 21조를 적시하고,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헌법재판소 판례로 규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2년 6월27일, 99헌마480). 인터넷과 관련된 헌재의 판결문에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제한 규정을 “인터넷 아동 포르노, 국가기밀 누설,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함부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헌재 판결의 의미는 표현의 자유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며 이를 제한하기 위한 사회적 유해성은 명백한 경우만으로 한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 모욕죄는 근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려대학교 법대 박경신 교수, 전북대 언론심리학 김승수 교수와 권영국 변호사 등 언론·법학 전문가 200여명은 지난 2008년 11월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해치는 사이버모욕죄 입법시도를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해 5월 수사기관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포털 게시물을 모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토록 압박했다”며 “비친고죄로 발의된 이 법안이 이명박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판을 억압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정부정책의 실패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인터넷 여론탓으로 생각해 인터넷 자체를 통제하려 한다”며 “국민들의 공적 담론 형성에 중요한 공간인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의견 표현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이버모욕죄, 처벌 모호성 다분
언어는 상대적이고 다의적이다.‘잘났다, 웃긴다’라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면 어떤 이는 좋다고 하고, 다른 이는 모욕을 느낄 수 있다. 언어는 말하는 사람의 억양·표정·상황에 따라 모욕이 될 수도 칭찬이 될 수도 있고 말을 듣는 사람의 성향과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이렇듯 사이버모욕죄는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는데다 감정 평가란 부분에서 모호성을 가지고 있다. 모욕죄라는 것은 명예훼손죄와 다르게 법적으로 굉장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점 또한 반대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 적시의 유, 무를 따지지만 모욕죄의 경우는 개인이 느끼는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그 판단 근거로 삼기 때문에 개인 당사자에게도 굉장히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 그것을 삼자인 수사기관이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까?
경희대학교 송경재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는 “아마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금칙어 사전처럼‘모욕단어 사전’을 배포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포털과 인터넷 뉴스에 수천만 게시글과 댓글을 감시하고 심사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모니터 앞에 있어야 할지 모른다”라며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된다고 해도 실제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또한 사이버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인지수사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반대해야 취소되는 조항이다. 만약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법을 적용할 경우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과 선의의 피해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될 뿐만 아니라 유죄확정에 따른 사법적 판단보다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기소할 경우, 시민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권력자나 일부 정치인들의 보호에만 앞장서고, 실제 시민들은 방치하는 사태다. 결국 이는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 권력자나 기득권자를 위한 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0부 이종광 판사는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주관적 감정인 모욕을 수사기관이 판단하겠다는 것은‘가슴속의 마음’을 미리 판단해 공권력을 발동하겠다는 의도”라며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비난하며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 촉진적인 매체인 인터넷을 ‘질서위주의 사고’로만 규제하려고 하면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누군가의 표현행위가 정치인의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국가기관은 그런 표현이 ‘거슬리는’ 상황에서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감대적 가치는 수호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 규제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 아닌 듯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올바른 정보문화를 구축하고 이를 사회 규범화하여 인터넷 사회계약으로 발전시켜 자유로운 글쓰기와 의사소통, 정보공유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해법은 처벌이 아니라 규범을 확립하고 교육과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잘못된 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아대 법학부 하태영 교수 또한 “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은 일선 초·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넷 윤리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윤리과목과 같이 인터넷 윤리과목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업체들의 자구 정화노력도 강화되어야 하고 매년 5월과 11월에 사이버 공간의 대청소의 달 설정하고, 유해 사이트와 인권을 침해하는 글들을 정리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현행 형법으로도 사이버상의 모욕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들이 충분히 제정되어 있고, 현재의 심각해지고 늘어나는 문제들은 기존의 현행법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조항 등을 추가함으로서 계속해서 발전하는 인터넷 문화와 함께 상호 작용하며 보완해 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사용자들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법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