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중단 1년 ‘위기의 현정은’, 극복카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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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중단 1년 ‘위기의 현정은’, 극복카드 있나
  • 신현희 차장
  • 승인 2009.08.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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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으로 조직 슬림화… 4대강 사업으로 만회 노려

고 정주영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그룹이 사활을 걸고 진행했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그동안 그룹 매출 절반을 책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로 아무런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며 이로 인한 손실이 자그마치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룹 최대 위기 불구, 대북사업 향한 강한 의지
대북사업을 주관하는 현대아산의 경우 매월 125억 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5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4분기 영업적자는 110억 원에 달했다. 2/4분기 역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까지 실적 악화에 직면해 있는 상태고, 현대아산은 건설 부문을 강화시켜 매출손실을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로 사업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대북사업이 수익성 여부를 떠나 현대그룹의 전통을 이어온 상징성을 지녀왔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현대아산의 사기는 꺾일 대로 꺾인 모습이다. 그러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최근 “대북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7월4일 현 회장은 전 계열사 사장단 및 임직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 거북선 나루터에서 열린 ‘현대그룹 용선(龍船)대회’에 참석해 “오는 11일이면 금강산 피격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그 동안 남북을 하나로 잇던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중단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멀어져 가고 현대아산은 물론 현대그룹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북사업을 포기하지 말고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가자”고 강조했다.

대북 관광사업이 중단된 지 1년, 현대아산 직원의 북한 억류 사건이 100일 째에 접어들고 경색된 남북관계와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그룹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도, 대북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조직 슬림화 등… 돌파구 찾아라 ‘안간힘’
현 회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위기 극복 카드는 무엇일까.

현재 현대아산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계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1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관광사업본부와 경협사업본부를 통합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고, 기존 4본부 2사업소 조직도 3본부 2사업소로 축소시켰다. 금강산사업소 6개 팀 중 4개 팀을 해체했다.

직원들이 그룹 체질개선에 적극 동참하고 나선 점도 그룹으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현대아산 측에 따르면 비상경영 차원에서 유보했던 급여 및 상여 일부의 지급방식에 대한 내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의 직원들이 현금 대신 자사주로 받기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지난 7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사업 중단으로 밀린 직원 수당 중 70%에 해당하는 유보금 10억 5,000만 원(세금공제) 중에서 7억 2,500만 원을 자사주로 신청해 받기로 한 것에 대해 직원들에게 찡한 감동을 느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 사장은 “대북사업은 지난 1989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초 방북 이후 사업 준비기간을 포함해 20년 역사를 이어온 사업”이라며 “남북경협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민족사의 한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가급적 연내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한사람의 관광객만 있어도 금강산관광은 계속한다’는 현정은 회장의 각오도 확고하다고 조 사장은 설명했다. 조 사장은 “남북경제협력은 우리의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견인차 역할을 감당해 왔다”면서 “그 핵심은 금강산 관광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분기 적자전환으로 돌아섰던 현대상선의 실적개선 기대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2분기 실적이 3월 이후 물동량 정상화로 인해 개선될 것으로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삼성증권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 6,925억 원으로 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56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지만 예상보다 적자폭이 축소됐으며, 이는 20~30%씩 하락한 경쟁사들에 비해 양호한 적자폭을 보인 것”이라며 “3월 이후 상해 항구의 물동량이 정상화되고 있고, 4월 이후로도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난국 돌파를 위한 현 회장의 감성경영도 눈길을 끈다. ‘소통’과 ‘공유’를 강조하는 신조직문화인 ‘4T(Trust·신뢰, Talent·인재, Tenacity·불굴의 의지, Togetherness·혼연일체)’의 실행이 그것이다. 현 회장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강하고 탄탄한 조직문화가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현 회장은 최근 인프라·물류·금융 등 세 가지 부문을 성장 축으로 삼아 2012년까지 재계 순위 13위에 오른다는 ‘2012비전’을 제시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여세를 계속 이어간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한편 ‘효자’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현대아산은 ‘4대강사업’ 참여로 사업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7일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대북사업의 수입이 없어져 벌어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현대아산) 건설사업 부문에서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4대강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말이 가장 중요하다. (건설사업 부문에서) 지방 건설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생존의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아산은 관급공사인 4대강사업 토목공사 참여를 위해 지방 중견 건설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련의 연속이던 지난 5년 동안 인내와 뚝심으로 버텨온 현정은 회장과 현대그룹이 갖가지 악재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 최대 라이벌은 시동생 정몽준
지난해 3월20일 고 정주영 회장의 ‘7주기 기일’을 맞아 현대가 며느리로서 고인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영’을 찾은 현 회장은 “현대건설은 꼭 인수하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건설 인수는 대북사업과 함께 현 회장과 현대그룹에게 최우선 사업 중 하나다. 현대아산이 대북 사업의 정통성을 띄고 있다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뼈대라 할 수 있다.

고 정몽헌 회장이 물려받았던 현대건설은 지난 2001년 경영난으로 채권단에 넘어간 바 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2조 9,000억 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었고, 부채는 4조 4,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06년 가까스로 정상화가 된 뒤 지금은 옛 현대건설의 명성을 회복하며 알짜배기 기업으로 탈바꿈한 상황이다.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사업 다각화와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성공시키는 데에는 여러 걸림돌이 많다.

자금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던 대북사업이 중단되며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인수 가격이 최대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실현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여기에 인수 최대 라이벌이 시동생이자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라는 점도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권을 노렸던 기억이 현 회장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며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올 경우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인수전서 맞붙게 된다면 현대그룹은 결코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정치적인 관계를 살펴봐도 현대건설의 채권단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라는 점은 정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며, 정몽준 의원이 여당 중진으로 정치 실세라는 부분도 현대그룹으로서 반가운 사실은 아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우호지분 변동과 함께 현대그룹의 경영권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또 다른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며 순항을 탔다면 향후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여력은 물론 실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인수후보에 오르기 조차 힘든 상황이지 않느냐”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북사업의 경우 언제든 변수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현대그룹이 이를 대비한 사업다각화나 준비태세에 너무 소홀한 채 정부로부터 보호받아 왔던 한 통로에만 너무 연연한 게 화근이 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의 친정 체제-후계구도 변수될 수도
한편, 현대그룹의 경영진은 현정은 회장의 친정 체제로 완전 재편된 상황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현대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모두 현정은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로 채워졌다. 친정체제로 개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향후 후계구도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외아들인 정영선 씨(24)는 공익근무를 마치고 미국 유학 준비 중에 있으며, 장녀 지이 씨(32)는 현대유엔아이 전무에 재직 중이다. 차녀인 영이 씨(25)는 펜실베이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현 회장이 아직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고, 자녀들이 아직 어리다는 점, 현재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자녀는 정지이 씨가 유일하기 때문에 아직 후계구도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현 회장과 정 전무가 현대택배의 지분 되찾기에 나서며 경영권 승계가 서서히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정 전무가 어머니 현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필하며,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외아들 영선 씨도 최근 현대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투자네트워크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행보를 시작했다.

현재 유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영선 씨가 공부를 끝마치고 복귀할 경우 되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누나 정지이 전무와 함께 남매경영의 구도를 이루게 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사업 중단으로 인해 계획됐던 사업다각화마저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이 장기화될 전망 속에 원활한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친정체제로 그룹을 재편하는데 성공은 했지만, 대북사업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결부된 사업을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지이 전무나 경험이 미숙한 영선 씨가 현 회장과 같이 뚝심과 인내로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올스톱’이 되어 버린 대북사업이 지난 1999년 현대아산 창립 이후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산적해 있는 악재들 앞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현정은 회장의 뚝심과 인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금강산 관광 중단 1년, 이대로 가면 파산
 
인적 드물고 도로는 적막, 지역 피해 300억 넘을 듯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직원 1명이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을 뿐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다. 지하 1층 관광객 대기실 의자 수 백개에는 1년간 쌓인 먼지만 수북했다. 지난 7월11일은 고 박왕자 씨가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 1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는 하루 1,000여 명이 북적이던 곳이었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남북출입사무소로 가기 전 들렀던 고성지역의 관광 경기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성군이 밝힌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광객 주 이동지역에 위치한 거진읍, 현내면 지역 234개 음식점 중 24%인 55개가 관광 중단 후 휴·폐업했다. 이 일대 음식·숙박업소 등 관광 관련 업체가 판매 감소 등으로 입은 직·간접 피해액은 지난 1년간 300억 원(월평균 25억 7,000만 원)에 이른다. 이 일대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310여 명으로 조사됐다. 고성군의 최인선 관광문화체육과장은 “지난해 말 조사한 것이라 지금은 피해 규모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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