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결국, 야당과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미디어법을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다. ‘직권상정과 물리적 충돌’의 수순을 밟아나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채 직원상정에 나서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은 다시 한 번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 심판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디어법을 막지 못한 야당 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의원직 총사퇴’라는 강경대응에 나섰고, 제1야당 대표가 여당의 독주를 막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의원직을 사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여당의 직권상정 강행처리를 막고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단식농성에 돌입했지만 성과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의원직 사퇴에 이어 장외투쟁으로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을 쏟으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언했다.
한편 미디어법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해 야권이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 전 대표는 미디어법 날치기와 관련해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할 것”이라며 야권을 경악케 했다. 결국 팔은 안으로 굽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렇다할 복안 없이 이른바 ‘친서민’ 정책으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당정 개편과 민생 챙기기 등으로 민주당의 장외 투쟁에 맞불을 놓으면서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의 후폭풍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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