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간 갈등의 해법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적·사회적인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안될 것 같으면 포기하자’. 현재 우리나라 20대~30대(소위 MZ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처음에는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가 ‘5포 세대(주택, 인간관계 포기)’가 되더니, 이제 N가지 것들을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N포세대’라는 말도 등장했다.
20·30대와 6·25 전후 보릿고개를 거친 60·70대, 그리고 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40·50대 간 갈등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된 X세대(1960년대 후반~70년대 출생)는, 20대 시절에 권위주의 타파와 개성을 강조하며 당시의 기성세대와 끊임없이 충돌했다. 낀 세대 또한 20·30대로부터는 도전받고, 60·70대의 권위주의에 복종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세대간 갈등, 양상이달라 - '우리'의 가치가 아닌 '나'의 가치 강조 세대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세대 갈등은 그 양상이 다르다. X세대의 경우 당시 대한민국이 여전히 고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기성세대와 유사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다. 반면, 현재 20·30대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물가 및 소비수준은 불과 10여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높아졌고, 대한민국은 본격적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노동력에 대한 대가는 수십년째 제자리나 다름없다. 자산(부동산 등)은 실질적으로 근로소득 저축 등을 통해 소유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 20·30대는 기존 권위주의적 문화가 사라진 시대에서 자라났으며, ‘우리’의 가치가 아닌 ‘나’의 가치가 강조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므로 기성세대 또는 60·70세대가, ‘N포 세대’에 대해 단지‘노력을 하지 않는다’거나‘너무 개인주의적이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위와 같이 20·30대가 처한 경제적·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현재 젊은 세대들의 ‘꼰대(권위주의)반항 문화’‘개인주의 중심 문화’는, 단지 문화적 배경 변화 및 시대정신에 따른 것일 뿐이고, ‘N포 문화’는 거기에 대한민국의 선진국화에 따른 저성장 기조가 더해진 탓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변화가 매우 빠른 나라이다. 기성세대 또한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여 저성장 시대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젊은 세대를 폭넓게 이해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기성세대의 젊은 세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 전 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들이 스스로를 ‘N포 세대’라며 자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득불균형과 자산불평등이 만들어내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도록 근로소득의 실질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각종 노동 규제 혁파 등을 하루라도 빨리 실행해야 한다.
세대간 갈등의 해법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적·사회적인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즉, 세대간 갈등의 해법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적·사회적인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그러한 이해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 또는 기성세대의 편파적 인식에 기초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후부터 급격하게 발전하여 약 50여년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올랐다. 물질적 성장이 지나치게 빠르면, 국민들의 정신·문화적 수준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덜하지만 한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해외여행을 하며 갖가지 추태 등을 벌여‘UGLY KOREAN’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이웃나라인 중국의 경우, 매우 빠른 수준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문화적 소양이 부족하여 세계 곳곳에서 ‘NO CHINA’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국력(國力)은 있으되 국격(國格)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대내적인 ‘정신·문화적 수준’은 아직 선진국 명함에 걸맞은 ‘국격’을 확보하지 못해 - 국격 향상을 위한 국가적 지원 매우 중요
대한민국은 현재 자타공인 선진국이고, 적어도 대외적인 국민 교양 수준에 대해 나쁜 평판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내적인 ‘정신·문화적 수준’은 아직 선진국 명함에 걸맞은 ‘국격’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즉, 다양한 출신 배경 및 환경에 따라 대한민국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들의 각종 사회적 갈등, 특히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세대 간 갈등에 대한 해결·합의 수준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신·문화적 소양’이라 할 것이며, 그 향상을 위해 국가적인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대 간 첨예한 갈등을 올바로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국격을 높이는 길이다.
(사)국민통합 법제위원장,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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