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논어, 노자, 장자...‘만화로 읽는 고전’ 시리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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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논어, 노자, 장자...‘만화로 읽는 고전’ 시리즈 출간
  • 하명남 기자
  • 승인 2021.08.24 07:3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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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상의 뿌리와 연결고리를 탐색하는 시리즈
四書三經 중심의 유가적 동양철학은 불변의 정답일까?
저우춘차이 글·그림, 김란희 옮김
'만화 주역', '만화 논어', '만화 노자', '만화 장자' 출간
'만화 주역', '만화 논어', '만화 노자', '만화 장자' 출간

 

[시사매거진] 만화로 읽는 고전 시리즈의 저자 저우춘차이周春才는 중국 고대문화 전문가로 《주역》 《황제내경》 등 동양문화의 뿌리를 연구하고 대중화하는 데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근대 이후 모든 가치판단이 서양적 사고를 기준으로 하는 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새롭고 참신한 해석을 전개함으로써 내외의 주목을 모았다.

동양사상의 정수와 뿌리는 《주역》이다. 저우춘차이는 고대인들의 세계관과 예지가 담긴 철학서 《주역》이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과 음양오행 사상에 바탕한 변증과학에 의해 수립되었음에 주목한다. 수천 년간 이어져온 동양문명의 체계는 바로 그 토대 위에서 꽃필 수 있었다. 동양사상의 주류를 대표하는 노자, 공자, 장자 등은 각자의 관점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주역》이라는 체계와 문화자산 위에서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였다. 청나라 학자 오세상吳世尙의 말이다. “《노자》의 오묘함은 《주역》, 《장자》의 오묘함은 《시경》에서 나온다. 하지만 《장자》의 요지는 《노자》, 《노자》의 근본은 《주역》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역》은 천하의 ‘도’道에서 생겨나…”(《장자해莊子解》)

저우춘차이의 ‘중화전통문화도전圖典’ 시리즈는 이렇듯 씨줄, 날줄로 엮여 있는 동양 고전의 뿌리는 물론 그 연결고리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가갸날에서는 이를 ‘만화로 보는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펴내게 되었다. 사서삼경 위주의 동양 고전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 흥미롭다. 옮긴이 김란희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런민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서울시에서 중국어 표기사업, 해외 홍보사업을 담당했다.

동양고전 입문서 - 세계 10여 개 언어로 출간되어 인기를 얻다

이 시리즈의 형식은 만화다. 고전을 접하는 데서 부딪히는 가장 큰 난관은 난해함이다. 《주역》 같은 경우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저우춘차이는 화가이기도 하다. 단 한번의 붓놀림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출판만화의 대가이다. 저우춘차이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들은 중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더니 전 세계 1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각 나라에서 해마다 판을 거듭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저우춘차이의 작업은 내용을 희화해버리는 통상적인 만화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만화 주역》은 친근한 그림을 곁들임으로써 독자들이 거대한 산 같았던 고도의 추성성과 난해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만화 논어》는 본래 문답 형식으로 구성된 《논어》의 특징에 숨결을 부여하고, 《만화 노자》 《만화 장자》의 산수화나 액션 드로잉을 연상시키는 그림은 시적인 문장과의 절묘한 조합이 빛난다.

만화 형식이면서도 만화를 넘어선 정확한 고증에 의한 현대적 해석이 이 시리즈의 미덕이 다. ‘만화로 읽는 고전’ 시리즈는 동양고전에 접할 기회가 적고 낯설게 느끼는 독자들을 고전의 세계로 이끄는 최적의 입문서이다. 특히 청소년 독자들에게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동양사상의 정수와 뿌리는 《주역》

만년의 공자는 죽간의 끈이 세 번 끊어질 정도로 《주역》에 심취하였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은 여기서 연유한 고사다. 노자의 사상은 《주역》의 충실한 계승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저우춘차이의 주장이다. 주나라 왕실의 장서를 관장하는 일을 맡아본 노자는 당시의 제자백가 누구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사상을 형성할 수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의 사상투쟁은 기본적으로 《주역》의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유가에서 《주역》을 경전 중의 으뜸으로 받아들인 이래 후대의 유학자는 물론 의학, 잡학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주역》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렇듯 《주역》은 공자, 노자를 비롯한 일가를 이룬 사상가들뿐 아니라 동양문화의 저변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아인슈타인, 라이프니츠, 칼 융 같은 서구 지식인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

《만화 주역》이 다른 《주역》 책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한의학과 《주역》의 관계를 한뿌리(醫易同源)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제4부는 《주역》이 우주의 변화만이 아니라 인체에 작동하는 원리를 보임으로써, 역사적으로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둥지를 틀고 있음을 알게 한다. 한의학도들의 《주역》 공부에 더할 나위 없이 특화될 수 있는 지점이다.

《논어》는 정신생활의 양식, 《노자》는 정신생활의 양약良藥

공자의 사상을 담아낸 《논어》는 동양사상사의 큰 줄기를 대표하는 유가의 경전이다. 공자의 일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은 50세 후반부터 14년간에 걸친 망명 생활일 것이다. 공자와 제자들은 목숨을 위협 받고 며칠씩 끼니조차 잇지 못하는 힘든 생활 속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였다. 《논어》는 대부분 공자와 제자들 사이의 문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형식적 특징이 《만화 논어》에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논어》의 한마디 한마디는 수레바퀴의 부품과 같고 후대에 수레바퀴처럼 어어져 《윤어》輪語로도 불렸다는 《만화 논어》 ‘후기’의 설명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노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유가와 더불어 중국사상사의 양대 줄기를 대표한다. 유가 경전인 《논어》가 정신생활에 필요한 양식을 제공했듯이, 《노자》는 정신생활에 필요한 양약良藥을 제공한 것으로 높이 평가된다. 오늘에 와서는 인류문화의 중요한 사상적 자산으로 확장되었으며, 노자의 사상은 경영 일선에 있는 CEO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만화 노자》는 《도덕경》 81장 전부를 생동감 있는 그림을 곁들여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책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위자연’의 삶을 산 노자 자신을 포함한 많은 옛 선인을 만날 수 있다.

시적 그림과 은유의 절묘한 조합 《만화 장자》

장자는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도가의 지도자였다. 그가 살던 전국시대는 현실세계의 도처에서 사마귀가 매미를, 까치가 사마귀를 잡아먹듯이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며 뒤통수를 치던 시대다. 그는 재상이 되어달라는 제안마저 거절한 채 구만 리 푸른 하늘을 나는 붕새처럼 영혼의 절대자유를 얻으려 했다. 장자는 특히 부조리한 현실에 절망하는 지식인들의 위안이 되었는데, 사회주의 중국에서도 서슬 퍼렇던 유신체제 하에서도 정신적 허기를 달래주는 지혜의 보고였다. 《만화 장자》 전편을 꽉 채우고 있는 시적인 그림과 마법 같은 은유는 그 어떤 《장자》 서적도 이르지 못한 깊은 울림으로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 뒤돌아보게 한다.

하명남 기자 hmn20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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