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라는 미국발 경제침체를 겪은 2009년 상반기, 하지만 하반기 한국경제는 어느 정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의 경기부양 정책을 서서히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 전략(Exit Stategy)’ 가능성을 구사해야 한다. 성급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정작 이런 여러 청신호 못지않게 우려 요소 또한 엄연히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신호는 켜졌지만, 질주하기에는 곳곳에 지뢰밭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경제전문기관들은 경제전망을 연이어 수정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던 국내외 기관들은 상반기에 이미 호된 경기를 치르고 하반기부터는 소폭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판단 하에 종합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19일 ‘하반기 경기회복의 위협 요인과 과제’ 보고서를 내고 “상반기 국내 경기가 제조업생산, 소매판매 등에서 미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제하고, 올 4분기에는 2%대의 플러스 성장으로의 전환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성장률을 -2.2%로 예측한 바 있다. 이처럼 예상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민간소비 개선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지표 개선과 전망치가 쾌속 행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우선 경기흐름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기 하강이 멎은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 회복은 장담할 수 없다는 한국은행발 신중론이 대두된 데 이어, 주요 시중 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협의회에서도 하반기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제 상황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이거나 소비 심리가 개선된 것 등은 어디까지나 당국의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이것을 배제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데다가, 내수가 약하고 수출에 경제 성장의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우리 경제 전망치가 좋다고 해도 해외 사정에 따라 이것이 영향을 받을 여지가 항상 열려있다.
실제로 LG연구원은 6월21일자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 상승속도가 빠르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회복의 힘이 제약될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연말로 갈수록 국내 기업들의 부실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일명 불경기 탈출이 임박한 경우 구사해야 하는 ‘출구전략’ 논의는 성급하다는 것이다. 출구전략이란 좋지 않은 경제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쓰는 전략으로 최근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출구전략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과도하게 풀린 자금을 경기가 회복할 때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기업부실 확대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이뤄진 기업 대출이 경기 침체기를 맞아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1분기 기업대출이 활발했다는 점이 부실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구조조정기금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이다. 부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고, 비우량기업들의 자금경색이 풀릴 때까지 현재의 경기부양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출구전략을 펴는 것도, 유동성을 더 공급하는 것도 어느 하나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예의주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선박금융펀드 4조 원 집행(자산관리공사) 지원 등을 생각해 보면 당국이 출구 전략은 당분간 유보한 채,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국의 개입이 무한정 진행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제한된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경기 부양의 효율성을 높일 묘안이 요구된다.
기업경영악화 우려 남아 ‘출구전략’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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