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폭력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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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폭력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1.08.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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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총장 부인 비방 벽화 논란

[시사매거진278호]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에 윤석열 점 검찰총장의 부인을 비방하는 벽화에 대해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뱅크시 아티스트급 명작”, “용자(용감한 사람)”, “성지순례 가겠다고 옹호한 반면, 야권 지지자들은 현장 시위를 벌였다. 벽화를 의뢰해 논란을 일으킨 건물주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반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사진_뉴시스)
(사진_뉴시스)

윤석열 전 총장 부인 비방 벽화

지난달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관철동 옛 우미관 터 건물 1층 외벽에 가로 약 15m 세로 2.5m 길이로 총 6점의 벽화가 조성됐다. 건물에 새로 입주한 중고서점의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할 목적으로 그래피티 아티스트에게 의뢰해 만든 벽화로 확인됐다.

벽화 6점 중 윤 전 총장의 아내 김 씨를 겨냥한 2점엔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 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 있다. 금발 염색을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가 쓰여있다.

 

중고서점 대표의 말

쥴리의 남자들벽화를 의뢰해 논란을 일으킨 건물주는 그림이 정치적 의도와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예비후보 아내가 줄리가 아니다라고 부인하지 않았느냐. 당사자가 아니라 하니 풍자적 의미로 의뢰한 것이라 말했다. 동시에 정치적 의도는 0.1%도 없다. 문재인 지지자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논란이 커지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지적된 문구는 30일 전부 지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들이 논란에 대해 부인했으니 풍자로 한 번 해본 것뿐이다. 요즘 세간의 제일 관심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그의 부인 아니냐. 가장 뜨거운 이슈니까 이니셜만 넣어서 한 건데 보수 팬들이 와서 난리를 치니까 어이가 없다. 표현의 자유도 없나. 나라가 미쳐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를 의뢰해 논란을 일으킨 건물주는 그림이 정치적 의도와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도 없나. 나라가 미쳐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사진_뉴시스)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를 의뢰해 논란을 일으킨 건물주는 그림이 정치적 의도와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도 없나. 나라가 미쳐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사진_뉴시스)

, “정치 폭력이자 인격 살인

국민의힘 대선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벽화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며 더러운 폭력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은 종로 어느 거리에, 윤석열 후보의 가족들을 비방하는 벽화가 걸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기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본인과 주변인들에 대한 검증은 꼭 필요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는다면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막아야 한다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을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 또한 “‘친문지지자들이 벌이는 막가파식 인격살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라며 “‘영부인 자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정확하게 사건을 규정하고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 하기 바란다.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 하면 안 된다이런 몰상식한 주장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여성인권 운운하는 분들이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자칭 페미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종로 어느 거리에, 윤석열 후보의 가족들을 비방하는 벽화가 걸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기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종로 어느 거리에, 윤석열 후보의 가족들을 비방하는 벽화가 걸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기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권의 반응

민주당은 논평 등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공개 장소에 게시해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조롱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굴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김 부의장은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가정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이는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돼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무관한 묻지마식 인신공격은 자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벽화 앞에서 진보 보수 유튜버들이 충돌하며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벽화를 설치한 분께서는 성숙한 민주주의, 품격 있는 정치문화 조성을 위해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의 반응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부인을 비방·폄하하는 벽화에 대해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판이란 게 아무리 엉망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준이 여기까지 왔느냐저 사람들 배후엔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민감한 정치 사건(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등)을 맡다 보니, 사이버상에서 공격을 많이 당했다이런 건 가족 문제를 넘어 여성 인권과 관련돼 좌시해선 안된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 법률팀은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내고 윤석열 배우자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성 비방을 일삼고, 근거 없는 유흥접대부설, 불륜설을 퍼뜨린 관련자 10명을 일괄 고발했다“(루머는)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 ‘돈을 노린 소송꾼의 거짓 제보를 의도적으로 확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열린공감tv 등은 여성혐오적 시각을 가지고, 성희롱을 일삼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 누드 상태로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성의 얼굴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으로 나체 상태의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한 이 그림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사진_뉴시스)
지난 2017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 누드 상태로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성의 얼굴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으로 나체 상태의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한 이 그림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사진_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 누드화

지난 2017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 그림을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일을 우리는 아직 기억한다.

당시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풍자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누드 상태로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성의 얼굴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으로 나체 상태의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한 이 그림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아무리 풍자라도 이건 인격 모독이다. 표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과 좋고 싫은 건 개인의 의견이지만 예술인의 표현 행위 자체를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의견 등이 맞붙었다.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벌였다. 표현의 자유일 뿐이라는 누리꾼들은 예술을 정치 사회적 이슈에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표현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예술이고 풍자다. 왜 감정이 들어가냐. 그림을 보고 누가 박 대통령의 나체라 상상하냐고 주장했다. 정치풍자 애교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예술을 외설로 보는 것 자체를 지적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누리꾼들은 나체를 그리는 것 자체를 불경하다고 보는 듯하다거나 풍자와 나체 보는 건 개인마다 다르다. 비너스 그림을 나체로 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예술로도 본다. 답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게 언제부터 풍자였냐는 누리꾼도 있었고 인격모독과 한 국가의 대통령을 인격 살인하면서 정의롭다고 외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은 아무리 미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안된다거나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래도 되냐는 비판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 말할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모두 연결하는 넓은 권리다. 누구라도 마음속에선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의 자유가 사회공동체 내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들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어느 선까지 보장이 되고 어느 선에서 제한되어야 하는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해를 끼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면 안 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표현 자유를 허용하자는 것이지, 모든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권장한다는 말이 아니다. 최 전 감사원장이 밝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이것은 저질 비방, 정치 폭력이자 인격 살인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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