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78호] 남과 북 사이의 통신연락선이 지난달 27일 다시 연결됐다. 지난해 6월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한 지 13개월 만에 남북 간 핫라인이 다시 가동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내년 대선을 위한 이벤트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남북 통신연락선의 복원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남북이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끊겼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13개월 만에 전면 복원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7월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간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회복 문제로 소통을 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정상은 남북 간에 하루 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뜻을 같이 했다”며 “이번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복원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날 오전 11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 통신선 복원 사실을 공개했다.
조중통은 “북남수뇌들께서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하여 단절되여있는 북남통신련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걸음을 내짚을데 대하여 합의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7월 27일 10시부터 모든 북남통신련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하였다”며 “통신련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교환한 친서 내용에 관해 “두 정상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남북 모두가 오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서로 간에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고 소개했다.

與 “평화 청신호”...野 “일방적 구애는 안돼”
남북 통신연락선이 1년여 만에 복원된 데 대해 여야는 이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여권에서는 “평화 청신호”라며 남북관계 진전을 기원한 반면, 야권에서는 “일방적인 구애는 안 된다”며 우려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정전협정 68주년에 복원된 남북 핫라인 통신선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청신호가 되길 기대한다”며 “핫라인 연결을 넘어 남북 회담이 성사되고 마침내 대립의 역사가 마침표 찍는 날이 앞당겨질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도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전협정 68주년인 오늘, 남북 통신선 복원을 환영한다”며 “남북 양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해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다. 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 간 대화 재개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무더위 속 한줄기 소나기와도 같은 시원한 소식”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북한 정상이 다시 시작한 담대한 걸음을 환영하고 응원한다. 문 대통령님 재임중 남북관계에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반겼다.
반면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환영한다. 어떠한 관계에서도 물밑 대화는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라면서도 “이번 통신 복원이 구애가 아닌 소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애초에 핫라인이 끊어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면서 “복원된 건 다행이지만 남북한 민감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수부 공무원 사살, 개성 연락사무소 폭발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닌 북한의 심기만 살핀다면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통신 연락선 복원에 남북이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며 “남북관계 이슈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일회성 쇼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조치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이번 합의가 일회용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지속성이 보장될 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청해부대 집단감염, 백신 부족, 무너진 경제, 망가진 부동산, 김경수 전 지사 구속 등 악재가 이어지니 한다는 대처가 고작 북한발 훈풍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남북 관계, 분명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서 쇼만 하는 것은 오히려 남북 관계를 망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기 내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8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 전에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박 수석은 “남북 간에는 늘 예상하지 못했던 암초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실현 가능하고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암초를 극복해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것도 하나의 징검다리로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도달이고, (완전한) 비핵화 아니겠는가. 그런 징검다리들을 하나씩 놓고 암초를 제거해가면서 북한이 발표한 대로 큰 걸음에 이르길 저희는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
남북 통신선 연락 복원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됨에 따라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남북관계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개선하는 임기 내 ‘승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임기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완성 의지를 천명하는 과정에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을 제시했다. 전통적 안보적 관점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의 필요성도 함께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며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등 기존 남북 간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이끌어냈다. 또 지난 6월 15일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백신 허브를 활용한 남북 대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가 발신되고, 북한이 어떤 형식으로든 호응을 해온다면 임기 내 4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에 대해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맹비난했었던 과거 입장이 여전히 유효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직후 “남조선 당국은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 관광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북한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다급한 식량난 해소와 코로나 백신 같은 인도적 지원이라 예상된다. 북한의 최대 현안인 식량과 코로나 백신 지원을 비핵화 조치와 엄격히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기가 7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성과에 급급해 무리해선 안 된다. 남북 대화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개발에 주력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임기 말 실적을 위한 이벤트성 대화가 아닌 한반도의 비핵화와 실질적인 평화를 위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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