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同雨의 시선]
대선과 레트로(retro; 復古) 정치
시사매거진 전북본부 논설실장 정치학박사 李同雨
앞으로 5년 우리들의 일상을 책임질 대선(2022. 3. 9)이 7개월 앞으로 다가 왔다. 어떤 사람(或者)은 굳이 정치만 본다면, 미국은 “지루한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 했다. 공감이다.
선거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는 “국민통합”이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국민 대통합’을 위해 ‘정치개혁’은 필수이고(정치개혁이 필수임은 국민들이 제1야당의 대표를 0선의 30대에게 맡긴 것이 증명한다) 그 핵심은 대통령 중임을 포함하여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하는 개헌을 비롯하여, 지방 균형 발전과 기회균등을 통한 사회양극화 해소방안 등이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금(昨今)의 현실은 여야를 막론하고 암담하다.
특히 야권 후보들은 더 심각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서서히 불기 시작했던 ‘레트로 열풍’이 이제는 야당 정치권까지 점령하는 양상이다.
이미 밑천이 드러난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오늘 자 ‘쿠키뉴스’에서 황운하 의원은 “윤석열은 패륜·배신 소리를 듣든 말든 자신이 몸담았던 문재인 정권을 마구 때리기만 하면 반문재인 정서로 인한 높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반대와 분노의 정치에만 골몰했을 뿐, 자신만의 국정운영의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직격한다.
윤 후보가 “1일 1망언”으로 지지율이 서서히 떨어지자, 그의 대체재로 기대를 모으며 등장한 최재형 후보는 어쩌면 윤 후보보다 더 위험한 파시스트[fascist; 국수(國粹)주의자] 기질까지 더 한 사람이어서 소름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가족모임 중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며 가족들이 국민의례 하는 사진을 자랑(?)삼아 공개했다. 북한 명절에 김일성 부자 사진이나 동상 앞에서 인사하는 북한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라 모골이 송연함을 느낀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듯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대 대통령 중 헌법 가치를 가장 잘 수호한 대통령으로 이승만을 꼽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를 정적(政敵)으로 삼아 탄압하고 악질 친일파들에게 권력을 주어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으며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다가 4·19시민혁명으로 쫓겨난 사람이다.
최 후보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헌법 전문(前文)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후략)” 즉 헌법 전문에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 함은 이승만을 쫓아낸 시민정신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이렇게 우리 헌법은 이승만을 불의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평생 판사를 한 최 후보가 이승만을 헌법가치를 가장 잘 지킨 대통령으로 꼽는다면, 최 후보는 헌법을 부정한 사람이므로 아예 판사가 될 자격이 없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평생 판사를 하였으니 어떻게 이 사람이 내린 판결이 헌법가치에 부합한다고 믿을 수 있나.
최 후보는 박정희 생가를 방문해서 자신의 아버지가 군사정권 시절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장을 총무비서로 2년 간 모셨다고 자랑했다. 그는 방명록에 “(전략)...박정희 대통령님의 애국, 애민 정신을 더욱 발전시키겠습니다”라고 썼다. 말문이 막힌다.
필자에게 박정희의 애국, 애민은 민주인사 탄압, 교련, 대학생 병영집체훈련, 장발단속, 치마길이 단속, 매일 애국가를 들으며 태극기 강하식 참여, 통행금지, 금지가요 등등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의 악몽일 뿐이다.
정치는 ‘최악(最惡)을 피하기 위해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 다른 분야의 ‘레트로’는 추억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레트로’는 최악이다.
李同雨 전북본부 논설위원 samera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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